교육제도 패러다임 바꿔야 - 권대봉
	2004-02-03
교육제도 패러다임 바꿔야 최근 서울대 사회대학이 30년간 입학생을 분석한 결과, 평준화 지역인 서울 강남 출신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입학하였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평준화가 부의 세습이나 학력 세습에 기여하였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교육이 없는 곳은 없을 정도이다. 기숙사를 갖춘 자립형 사립고교 학생들은 별도 사교육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전국에 여섯 군데밖에 없는 것이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의 틀을 바꾸고 판을 다시 짜야 한다. 특히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평준화 지역과 비평준화 지역으로 구분하는 현재의 틀은 폐기하여야 한다. 지역을 기준으로 평준화를 설정할 것이 아니라, 동일한 지역에 평준화 학교와 비평준화 학교를 두어 국민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자립형 사립중·고등학교도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학교를 도태시키는 시스템을 도입하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사교육비 부담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등 교육 공개념이 정립되어 있는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학생의 재능과 소질에 따라 다선형 학제에서 교육받고, 다양한 노동시장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입시를 향해 한 줄로 세우는 단선형 학제인 한국에서 부익부 빈익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욱 큰 문제는 대졸 청년들의 실업이 증가하고 있는데,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왜곡된 인력구조이다. 빈부격차를 줄이는 교육을 하려면 공교육이 정상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학부모들의 굽은 허리도 펴지고 분노도 사라질 수 있다. 공교육이 정상화되려면 현행 단선형 학제에서 자기 능력과 적성에 맞게 교육받을 수 있는 다선형 학제로 바꿔야 한다. 나아가 교육제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선진국들을 보면 학교와 노동시장 시스템이 적합한 반면 한국은 단선형 학제에다 평준화 정책을 적용해 중도탈락자가 많이 생겨 사회적 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현재 60대 40인 일반계와 실업계 고교 비율을 향후 유럽의 선진국처럼 30대 70 내지 20대 80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실업계 고교를 졸업하면 회사 실습을 거쳐 취업하거나 대입시험 없이 동일 계열의 전문대학이나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해야 다수를 교육고통으로부터 구제하고 첨단인력과 기반인력을 균형 있게 공급할 수 있다. 실업계 고교 졸업생들이 취업 후 본인이 원하면 입학시험 없이 실업계열의 전문대학이나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평생학습 체제도 구축하여야 한다. 실업계 고교는 기존의 농업, 공업, 상업, 수산업 등의 전통적인 구조에서 인적자원 수요가 많이 요구되는 다양한 분야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지방산업의 특화를 위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 교수 / 시민회의 교육포럼 회장) 출처 - 세계일보 2004. 2. 3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