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 통합관리 해야 - 문병준
	2004-01-10
신용정보 통합관리 해야 부실화된 LG카드사의 정상화 방안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채권단의 공동관리로 가닥을 잡아가는 듯하다가 산업은행이 단독관리로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는 쪽으로 진전되고 있는 모양이다. 공동관리든 단독관리든 채권단의 관리 형태로 귀착된 것은 매각 조건을 호의적으로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카드업계를 중심으로 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LG카드의 자산 부족분이 지난해 10월말 현재 기준으로 실사한 결과 3조2000억원대로 추산됐지만 정상화를 위해서는 향후 추가적으로 충당금을 얼마나 더 쌓아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그간 공동관리 방안을 반대해온 국민은행은 공동관리로는 정상화가 어렵고 확실한 인수자가 나서서 책임관리해야 한다고 버텨 왔다. 이 주장에 일리가 있으나 인수자가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는 마당에 21조원에 달하는 채무를 안고 있는 부실 카드사를 정부가 나서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 단독관리를 맡기는 것도 이 은행에 지나친 경영 부담을 주는 것이며, 결국 국민의 부담을 키우는 결정이라는 비난을 면키도 어렵다. 문제는 어느 쪽으로 귀결되더라도 이번 결정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점이다. 금융감독 당국과 채권단이 밝힌 대로 5조원의 자본을 확충하여 공동관리에 들어가 2∼3년간의 정상화 노력을 거쳐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확실한 소유주가 있어 피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도 경영 정상화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단독관리든 공동관리든 채권단의 관리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 매우 우려되는 것이다. 최근 카드 연체율이 상승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대환 대출과 신규 연체액마저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카드사 연체가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2003년 6월말 9.5%, 9월말 11.2% 등으로 꾸준히 상승해 2003년 11월 말 현재 13.5%로 2002년 말의 6.6%에 비해 두 배를 넘어섰다. 신용카드를 비롯한 우리나라 소비자 금융을 선진화할 근본적인 방책을 지금이라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신용평가 시스템의 정비가 시급하다. 우리나라의 신용불량자 급증 문제는 신용시장의 인프라 미비에 따른 구조적 문제점, 금융회사의 위험관리 실패와 방만한 경영,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난 결과이다. 따라서 정부는 단기간에 신용불량자 수를 줄이려는 근시안적 정책보다는 시장원리에 입각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용시장 참가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선 금융기관들의 신용평점 시스템과 연체 정보 등을 집중하는 신용정보 집중기관이 조속히 확충돼 소비자 금융 취급 기관들의 리스크관리가 선진화되는 것이 우리나라 소비자 금융 선진화의 최우선 과제이다. 일본은 은행계열, 소비자금융회사계열, 신용판매회사계열, 독립계열의 4개 신용정보기관이 신용정보를 상호 교류하는 신용정보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즉, 일본 전국은행협회 산하의 전국은행개인신용정보센터가 은행과 신용금고들이 수집한 정보를 관리하고, 소비자금융회사계열의 일본 신용정보센터가 소비자금융회사들이 수집한 정보를 관리한다. 또, 신용판매회사계열의 신용정보센터가 신용판매사들이 수집한 정보를 관리함과 동시에 이들 기관들이 상호 정보를 교류하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은행연합회가 주축이 돼 은행권의 정보를 집중관리하는 한편 신용카드사의 정보를 부분적으로 반영하는 상황이나 신용정보를 보다 광범위하게 수집할 수 있도록 신용카드사, 대부 업체, 의료보험공단, 국세청 등 참여 주체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의료보험비나 납세 관련 정보까지도 신용정보 집중 기관에 집중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불량고객 정보뿐만 아니라 우량고객 정보도 적극적으로 교환, 리스크관리 및 금융마케팅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자금을 대출하는 당사자와 대출받는 당사자 쌍방이 충분한 지식과 정보를 갖도록 해야 한다. 즉, 자금 대여자에 제공하는 정보로서 차입자에 대한 충분한 신용정보를 제공하고, 자금 차입자에 제공하는 정보로서 차입계약조건이 명백하게 제공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문병준 (경희대 경영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4. 1. 9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