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部處제도 적극 검토할 때 - 이달곤
	2004-01-10
大部處제도 적극 검토할 때 전문성은 수준 높은 정책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이것은 상당기간 한 업무에 전념하지 않으면 축적될 수 없다. 중간에 새 이론과 실무도 터득해야 한다. 40대 후반을 넘어서서 새로운 업무를 전문적으로 배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기술적 복잡성과 정책에 연결된 다단한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낯선 ‘남의 조직’에서 팀워크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다. 유기적 인간관계는 단기간에 맺어지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중앙 부처간 국장급 인사 교류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202개의 국장급 직위 가운데 13%에 해당하는 직위에 대해서 22개는 인사 교류를, 10개는 개방직으로 공개 경쟁을 통해서 적격자를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중상위 공직자들에게 도입된 ‘부처간 교환근무제’를 평가하고 나아가 과장급에게도 이러한 교류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2006년에 도입될 ‘고위공무원단’의 전단계 조치로서 고위 공무원을 따로 관리한다는 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과연 이러한 조치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서 공직 사회의 폐쇄적 분위기를 극복하고 원활한 업무 협조와 경쟁력의 향상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시각이 없지 않다. 특히 경제 부처의 우려는 이해할 만한 데가 많다. 전문화 시대에 단순한 사람의 교류가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인가? 1∼2년만에 이 업종 직무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워올 것인가? ‘친정’과의 대립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를 오랫동안 관찰한 필자로서는 이번 조치가 다른 조치들과 함께 추진된다면 성과를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최근 들어서 정부의 업무는 대단히 상호교배적이며 부처간의 협조 없이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아울러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대상과 수단이 넓은 포괄적 정책(broad policy)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많은 공직자가 미시적 논리로 소속 부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너무나 자주 보아 왔다. 그리고 국장의 업무는 정책 대강과 방향을 고안하고 실무자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과장급의 뒷받침을 잘 받는다면 빠른 시일 내에 업무 수행은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몇 가지 보강 조치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이번에 국장을 보낼 때 과장급 한 사람이 같이 가게 한다면 이 제도의 계속성을 보장하고 국장이 초기에 소프트 랜딩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이 조치가 정치적인 고려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 부처의 전문가들이 개혁안에 이견을 보이는 것을 ‘관료의 저항’이나 ‘부처이기주의’로만 몰아서는 안 된다. 원래 관료제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분업의 원리에 따라서 일하도록 만든 것이다. 다른 영역에서 존재하는 전문가들이 서로 다른 의견으로 대립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정보가 탄생하고, 서로 다른 시각이 노정되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경쟁력이 나온다. 따라서 이 관료제를 운용하는 기술을 고도화해야 하는 것이지 관료제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이러한 속성을 이용하는 지혜와 역량이다. 아울러, 인사 교류는 공직자의 직무 폭을 넓히고 개인의 능력 개발에 활용하는 데 쓰는 것이 정통이다. 따라서 약간 낮은 직급의 교류가 개인의 능력을 계발하고 시각을 넓히는 데 보다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그리고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인사 교류가 분권화 시대에는 더욱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도 밝힌다. 지방에도 인재가 모인다는 점을 유인책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관계 차관회의, 장관회의,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 부총리제, 총리제, 청와대 비서관 등 조정이나 협조를 위한 틀이 무수히 많다. 그것도 모자라서 인사 교류가 조정과 협조 때문에 필요하다면 보다 근본적인 수술을 해야 한다. 분권적 총리제를 도입하여 총리에게 조정의 실질적인 권한을 모아주는 것이 쉬운 방법이다. 그리고 20개가 넘는 부처와 위원회를 통합하여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같이 대부처 제도를 도입하여 10여개로 부처의 수를 줄이고 업무의 이질성이 다소 큰 영역에는 복수 차관직을 유지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방책이다. 이달곤 (서울대 정책학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4. 1. 9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