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백서"가 북한심리전 전술에 의해 보류되는 것은 아닌가 - 신일철 | |
2002-05-27 | |
"국방백서"가 북한심리전 전술에 의해 보류되는 것은 아닌가 - 북한의 "선군" 군사주의에는 아직 변한 것이 없다 - 국방정책은 국가안보에서 99%를 잘하고도 1%만 소홀히해도 국난의 낭패를 볼 수 있는 특수성을 가진 정책영역이다. 더욱이 6.25 남침전쟁과 그후 50여년의 휴전상태에서 아직 군사안보면에서 평화관계의 제도화가 된 것이 없다는데서 안보불감증은 금물이다. 만일 6.15 공동선언후 군사면에서 남북한간의 군사적 긴장완화, 신뢰구축의 제도화가 실현되었다면 그런 실적을 내세워 "국방백서"의 "주적" 개념을 적절히 수정할 수 있는 국민적 합의를 얻는데서 그 무슨 보수-진보의 갈등이 있을 수가 있겠는가. 다만 북한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요구한 것에 따라 대한민국의 국가안위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국방정책의 일부인 "국방백서"의 자주적 발간원도 간접적으로 내정간섭받는 모양새가 몹시 보기 딱하다는 것이다. 햇볕정책은 국방 허무주의가 아니라고 믿는다. 6.15공동선언 후에도 군사안보면에서는 북한측이 변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우선 6.15선언에는 남북한간의 군사적 신뢰에 관한 평화공존의 군사안보면의 표현이 없다. 6.15선언에는 군사의 "군(軍)"자도 없다. 만일 6.15선언의 전문이나 내용 속에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의 재확인"이 명시되었더라면 이 선언이 평화공존, 군사적 불가침의 선언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나 6.15선언은 "가장 중요한 안보면이 결락된 문서"라는 지적을 모피하기 힘들게 되어있다. 군사적 긴장완화의 가시적 상호실천으로 경의선 복구에서 우리 한국이 "도라산"역까지 복구했으나 북한측이 이에 상응하는 공사를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인지, 먼저 우리 정부는 국민앞에 그 실상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거기에 기초해서 과연 "국방백서"의 발간보류를 할 것인가 등 타당한 이유를 제시할 의무가 정부당국에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경의선 복구에 관한 남북한 실무합의의 문서를 북한측이 서명해 온다고 했는데 아무런 해명없이 그 서명도 연기하고 있는 것이 실정이 아닌가. 황의돈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5월 24일 "국방백서 발간목적이 국민에게 국방 정책추진 현황을 소상히 알려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있으나, 특정 표현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어 백서발간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에서는 애매모호하게 우리 국내의 다양한 의견 때문인 듯이 얼버무렸다. 그 백서발간 보류가 북한의 조선중앙 통신 등 북한 지도부의 주적개념에 대한 거부감에 대한 반응인지 아닌지를 국방부는 먼저 분명히 해주어야하게 되었다. 우리의 "국방백서"까지도 북한의 눈치를 보아 발간보류를 해서 되는가도 심사숙고해보아야 한다. 우리 국민은 그동안 햇볕정책의 추진과정에서 우리 적십자총재, 통일부장관, 외교통상부장관 등의 경질까지 요구하는 내정간섭적 태도에 대해 우리정부가 이에 의연히 대처하기 보다는 북측에 계속 밀렸다고 보여지고 있다. 우리 국가안보와 그 정신적 전력(戰力)의 기본인 "국방백서"의 발간까지 보류되어야 한다면 국민의 정부는 어디까지 북측에 밀리려는지 심히 걱정스럽고 한심한 생각이 든다. 설사 어쩔 수 없이 밀리더라도 국방문제에서는 한치라도 밀리는 선례를 만들어서는 안되는 "마지노선"임을 햇볕논자들도 깨달아야 한다. 우리의 국방정책이나 주적개념의 조정에서 북한의 입맛에 맞추는 선례를 만드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우리는 국방부가 국가안보의 책무를 가진 이상 "국방백서"의 당당한 발간을 감행하여 정치논리에 휘말려 좌왕우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국민들의 의구심을 확연하게 풀어주고 국가안보의 간성으로 믿음직한 자세를 국민앞에 보여주기 바란다. 주적개념에 관해 마치 한국만이 유일하게 "국방백서"에 주적개념을 넣고 있다는 견해나 시사해설은 근시안적이고, 피상적이다. 미국은 북한 군사정권에 대해 "주적"의 개념 표현보다 훨씬 강도높은 "불량배국가"(rouge state), "악의축" "테러지원국" 인권유린의 인권최빈국 등을 공포하고 있다.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상황 또는 휴전상태인 한국과 미국이 주적개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대량 살상무기, 미사일개발, 휴전선의 통상병력 전진배치 등의 군사적 위협요인이 그대로 상존하고 있고 아직 남북한간의 군사적 휴전상태를 평화상태로 전환시킨 그 어떤 군사적 강화(講和)조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국방백서"의 기본에서 대북한 군사관계 규정을 삭제 또는 수정할 수 있는 변동요인이 생긴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인식해야 한다. 한심한 생각이 드는 것은 북한측은 주적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우리 사회내의 일부 착각이다. 북한 군사독재는 우리의 국방개념과는 다른 북한 나름의 적개심어린 표현으로 북한군의 "과녁"이니 "숙적", "원쑤" 등으로 주적개념을 위장하는데 우리 한국도 그런 우회적이고 적개심어린 완곡한 표현을 채택하자는 발상자체가 문제이다. 북한은 주적개념이 없다는 무식견은 한국 국방정책의 정직한 공개성과 북한의 은유적인 책략적 비공개성·불투명성의 비대칭적 체제 차이를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일종의 착각이다. 우리 한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언론자유의 자유사회이며, 따라서 국방개념도 국민 앞에 투명하고 정직해야 하는 우점·장점을 가졌음을 인정하고 우리의 개방된 객관적 국방개념에 대해 당당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본다. 다행히도 국방부의 "국방백서"의 발간보류가 곧 주적개념의 포기는 아니고 그 개념은 그대로 엄존해 있다고 시사했다. 그러나 이런 표리부동은 역시 당당치 못하다. 우리 국방백서가 주적개념을 채용한 것은 북한측의 "서울 불바다" 발언에서 발단되었다고 하지만 우리 국방부는 북한체제가 "선군(先軍)"의 군사 우선주의, 군사적 독재형인 점에서 아직 주적개념의 포기나 완화의 요인이 북한체제에 발생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앞으로 북한측이 군사주의적 모험 정책의 "선군"주의를 버리고 경제개방 우선의 "선경(先經)" 노선이나 남북한간의 민족화해 지향의 평화를 앞세운 "선화(先和)"주의로 노선전환을 한 것이 확실해 진다면 그것이 점증될 때에가서 "국방백서"의 주적표현 등은 적절히 조정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정부는 오늘의 정권후기에 들어선 이때 햇볕정책을 내세울 당초에 국민앞에 공약한 "튼튼한 안보의 바탕위"의 대북포용, 정경분리의 원칙, 특히 상호주의 원칙에서 한치도 일탈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다짐해두고 싶다.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국민여론에서 "퍼주기"의 비판이 일어난 것은 정부가 "상호주의 원칙"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았다고 많은 국민들이 보았기 때문이다. 북한에게 경제적 지원의 더 많은 "퍼주기"를 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남북한간의 군사적 신뢰의 제도적 구축이 실현되었다면 그것은 "퍼주기"라는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아직 남북한간에는 편지 한장 주고받지 못했는데 무엇이 변했다는 것인가. 왜 우리 정부는 "국방백서" 하나 당당히 못내고 어정쩡한 발간보류로 거듭 북에 밀리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다. 북한측에 대해 경제지원을 주는 상호주의로 인권개설을 받겠다는 말하지도 못하고 주눅이 들어야 하는지 불가사의하다. 북한측이 우리의 "국방백서"를 문제삼으면 우리정부도 유엔등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개선의 인도주의적 권고에 동조하여 북한의 인권개선을 요구해야 한다는 등의 맞대응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밀리는 모양새가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무엇 때문에 우리 정부는 우리 "국방백서"의 표현에 대해 북한이 내정간섭적인 요구를 할 때 북한의 "선군"주의의 수정을 요구할 수 없는지 역시 미스테리이다. 북한의 "선군"주의의 적개념이 한국은 아니고 다만 미국만을 "과녁"으로 하고 있다는 가정이 있어 마치 북한 대변인 같은 견해에 접하면 더욱 한심스럽다. 오늘의 대한민국의 군사안보가 한미공조의 튼튼한 기초위에 서 있으므로 주한미군을 적으로 겨냥하며 북한군의 "과녁"에 넣고있는 때임으로 그것이 바로 우리 한국안보에 대한 적대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북한군의 주적은 미군이고 한국군은 아니라는 논리가 얼마나 위험하고 친북적이요, 한미이간책에 놀아나는 논리인가를 깊이 자성해보기 바란다. 혹한 속에서도 찌는 듯한 폭서의 더위에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국토방위에 헌신하고 있는 국군장병들에게 "너의 앞에는 적이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물며 국방부가 휴전선의 장병들에게 "선군"의 북한군이 "주적"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뜻에서 "국방백서"의 발간보류를 보고, 국민은 현 정부의 안보불감증을 다시 우려하게 되었다. 우리 국방력의 초석인 정신적 전력(戰力)의 무장해제의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 정신적 전력은 안보와 군인의 "혼"이다. 왜 내가 이 전선에서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켜야 하는가의 이유를 상실케하려는 것이 북한지도부의 줄기찬 대남 책략이다. 우리군은 북한의 "수령 절대옹위·총폭탄·자폭"의 "선군" 주의에 대항하여 우리의 평화를 수호하고 있다. 이번 "국방백서" 발간보류의 모양새가 우리의 국방정책에 까지 북한의 내정간섭적인 대남책동이 먹혀들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이런 북한의 "역햇볕"의 심리전적 역전전술이 더이상 번지지 않도록 차단하는 정책적 결단이 요청되게 되었다. 그것은 북한이 뭐라 한다고 해서 "국방백서"의 발간을 보류하지 않는다는 당당한 대북자세를 정부가 견지하는 일이다. 대북 "퍼주기"가 우리의 국방정책의 신성한 국가안보영역에 까지 침투해서는 안된다는 따끔한 반성이 촉구되게 되었다. 신 일 철 (고려대 명예교수·철학 / 시민회의 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