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이 먼저다 - 박동운
	2003-10-29
성장이 먼저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앞만 보고 굴러간다. 쉴새없이 발전하며 연평균 10%대의 고도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경제를 보자. 덩샤오핑(鄧小平)은 죽기 전 중국경제는 50년 후면 미국경제를 따라잡는다고 말했는데 이제 전문가들은 20∼30년 후면 그렇게 되리라고 내다본다. 중국경제의 수레바퀴는 지금 분배 중심의 사회주의를 팽개치고 성장 중심의 시장경제를 향해 부리나케 굴러가고 있다. 독일경제는 라인강의 기적을 노래하던 1950∼70년대에 연평균 6.2%의 성장률에다 60년대에는 놀랍게도 연평균 0.97%의 실업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사민당이 정권을 잡은 후 독일경제는 추락을 거듭하여 지난 상반기에는 약 11%의 실업률에다 마이너스 0.1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를 놓고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지난 8월 “독일 자체의 붕괴를 막기 위해 분배 중심의 사회주의정책에서 성장 중심의 시장경제정책으로 경제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한국경제의 수레바퀴는 이들과 달리 뒤쪽으로 굴러가고 있어서 한없이 우려된다. 노무현 정부가 중국-독일과 달리 분배 중심의 사회주의적 정책을 추진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7%의 성장률을 이룩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성장률은 7%에서 2%대로 몇 차례 하향 조정되어 왔고, 실제로 2003년 전반기에는 2.8%에 지나지 않는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는가. 필자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거시경제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성장과 관련된 경제정책을 세우지 않았다. 한달 전쯤 노 대통령은 “경기부양책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한 적이 있다. 청년실업률이 ‘높고 지속적인’ 상태에서 100만여명의 50대 실업자에다 30대 실업자마저 증가하는 추세에서 정부가 거시경제정책 수립에 관심이 없고 보니 한국경제는 저성장-고실업으로 굴러갈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평등주의를 실현하려는 노 대통령의 의지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성장의 목적은 복지’라고 말하면서 복지와 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나는 다른 후보들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 온 분배문제를 강조한다”고 밝혔다.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특히 소외된 계층의 복지를 돌본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분배에만 역점을 둘 때도 아니다. 소득불평등 해소와 교육기회의 균등 보장, 완전고용, 생산성 증가, 물가 안정 등 이 모든 것은 거시정책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그런데도 거시경제정책은 실종된 채 노 대통령은 평등주의 실현만을 내세우고 있다. 평등주의를 가장 확실하게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사회주의를 택하는 길이다. 그러나 한국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지금 중국과 독일의 수레바퀴가 성장 중심의 시장경제를 향해 굴러가고 있는 것을 보고 있지 않는가. 루이스 캐럴이 지은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도도새는 이렇게 말한다. “누구나 다 이겼다. 모두 상을 받아야지.” 이는 평등주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참으로 멋진 표현이다. 평등주의에서는 모두 다 상을 받을 테니까. 이는 또 평등주의가 환상임을 보여주는 참으로 멋진 표현이다. 우리는 지난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 모두가 아닌 노무현 후보만을 대통령으로 뽑았으니까. 노 대통령은 지금 평등주의 실현 의지에서 벗어나 경제를 살려야 한다. 먼저 기업을 살려야 한다. 세계 1등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성장이 이루어지고, 분배도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朴東雲 (단국대 경제학 교수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3. 10. 29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