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살림 공공감사 받아야 - 김민전
2003-10-28
정당 살림 공공감사 받아야 지하주차장에서 남의 눈을 피해 현금이 가득 든 쇼핑 백을 옮겨 싣는다. 아파 트 뒷골목에서 현금이 가득찬 사과박스를 옮겨 싣는다. 마피아 영화의 한 장면 이 아니다. 현대 비자금에 연이은 SK 비자금사건 관련 증언에서 드러나듯이 우 리는 이러한 자금으로 대선을 치르고 또 총선을 치렀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은 허위전표를 만들었고, 정치권은 자금을 제공하는 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해 정책을 왜곡했지만 각종 정치자금 스캔들은 소위 '깃 털'만 처벌되고 덮어두었던 것이 우리의 관행이다. 그 결과 갈수록 경제는 멍 들고, 세계 133개 국가 중 50위라는 부패인식지수가 말해주듯이 우리는 부패공 화국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안 된다. 과거처럼 정치자금이라는 이름 때문에 검찰 수사가 위축되어서도 안 되고, 또 정치권이 검찰 수사를 방해해서도 안 된다. 정치권이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것에 대해 일말의 책임의식이라도 느낀다 면, 그리고 정치개혁에 대한 최소한의 진정성이라도 지니고 있다면 다른 당의 허물을 탓하기 전에 적어도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의 자신의 잘못에 대한 진상 조사와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 우리의 정치부패는 몇몇 정치인 개인 차원의 부도덕성에서 비롯되는 개인비리 가 아니라 준헌법기관이라고 하는 정당의 공식기구가 직접 막대한 음성자금을 만들어 전국의 조직에 제공하거나 또는 중앙당이 기업에 지원하여야 할 후보리 스트를 보내고 그 리스트에 따라 기업이 쇼핑백에 현금을 담아 후보를 찾아가 는 방식으로 음성자금을 알선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 웬만한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이러한 정당의 총체적 부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당의 계좌가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되어야 할 뿐 아니라 계좌의 입 출금을 포함한 정당의 수입과 지출에 대한 공공감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차명기부 등의 방식으로 분식회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기부자의 실명과 직장이 공개되어야 한다. 또한 후보나 지구당이 경쟁적으로 중앙당에 손을 벌리는 관행을 끊을 수 있도록 중앙당이 후보나 지구당에 지원할 수 있는 금액에 대해서도 상한액을 두어야 한다. 동시에 정치자금법의 비현실적인 부분은 과감히 손질하여 구조적인 모순에 의 한 부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후원회 결성이 허용되지 않은 지방선 거 후보나 각종 당내 경선출마 후보들은 자신이 막대한 재력가가 아닌 이상 불 법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 이들에 대해서도 후원회 결성이 허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부패 근절은 정치자금제도 개선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엇 보다도 유권자의 의식변화와 함께 고비용 정치구조를 깨는 것이 필요하다. 현 재의 사무국 위주 정당구조에서는 선관위에 신고된 주요 정당의 중앙당 기본경 비만 하여도 1년에 260억원에 달한다. 지구당 역시 매월 2000만원 정도의 운영 경비가 들어가고 있으니 지구당 수를 300개로만 잡아도 1년에 700억원 이상의 지구당 경비가 들어가는 등 정당의 기본 경비로만 1년에 1000억원 이상이 소요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서 원내정당화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또한 대중동원형 선거운동의 전형인 정당연설회나 합동연설회를 1회 개최하는 데 보통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시ㆍ도마 다 2회 이내와 구ㆍ시ㆍ군마다 1회 개최할 수 있는 대통령선거를 비롯해 국회 의원선거 및 지방선거에서 군중동원에 소요되고 있는 자금은 천문학적이어서 미디어 선거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이제 시간이 많기 않다. 6개월 남은 제17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시 불법자금으 로 얼룩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하루바삐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 과거와 같 은 불법자금 스캔들을 덮기 위한 여론호도형 개혁이나, 투명화 조치는 하지 않 은 채 국민의 부담만 늘리는 담합형 개혁이 아닌 진정한 개혁을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권은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력하고, 수사가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하여 진상을 규명하는 동시에 범국민정치개혁 위원회를 구성하여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된 개혁입법을 하여야 한다. 김민전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 시민회의 여성포럼 정책위원) 출처 - 매일경제 2003. 10. 28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