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앞세운 인사에 문화계 갈등 증폭된다 - 조희문
	2003-10-07
'코드'앞세운 인사에 문화계 갈등 증폭된다 문화예술 분야는 개인의 창의성과 열정을 기반으로 하는 영역이다. 문화행정은 그것을 더욱 격려하고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기능한다. 그러나 문화예술이 특정한 목적으로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행정이 그것을 조장하기 위한 후견인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는 선동과 투쟁적 갈등이 더욱 예민한 문제로 떠 오를 수밖에 없다. 같은 이념과 시각을 가진 특정 집단의 인물들이 행정의 주요 직책을 장악하는 것은 결국 문화행정의 방향과 목표, 각종 지원을 편향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의 경우 일부 단체 인사가 장악 최근의 문화예술계의 기관, 단체의 인사가 민예총이나 문화연대 같은 특정 단체들에 소속된 인물들로 치우치고, 이로 인한 갈등과 반목은 증폭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새 정부에서는 그동안 예총(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같은 기득권을 누린 단체들은 발을 못 붙이게 하고, 민예총 같은 진보개혁들이 대거 전진 배치되고, 포진해 개혁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는 문화연대 어느 인사의 공개적인 주장은 문화예술계가 이념에 따른 인위적 개편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을 예고하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같은 ‘코드’를 가진 이창동 장관이 문화행정의 책임을 맡은 것을 비롯하여 문예진흥원, 한국영상자료원, 국립국악원, 국립현대미술관 등 관련 산하 기관은 물론 문화부 내 자문기구인 문화행정혁신위원회, 장관 정책 보좌관 등도 민예총이나 문화연대 계열의 인물들로 채워졌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코드’ 인사의 파장과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증명하는 구체적인 사례다. 영화인 회의, 민예총에 소속된 인물들이 진흥위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진흥위원회는 문화예술계 지형의 변화를 유도하는 중요한 근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위원회가 가진 행정력과 대표성, 연간 5백여억원에 달하는 영화진흥금고의 진흥자금은 영화진흥을 위해서보다는 영화계의 지형을 바꾸는 자금으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중이다. 제작지원이나 단체사업지원 등은 같은 ‘코드’를 가진 개인이나 단체에 집중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코드’ 같은 개인·단체에 지원금 집중 등 후유증 심각 이로인해 기존의 영화계 대표단체 역할을 하던 한국영화인협회는 급속하게 무력화되었으며 영화인회의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독립영화 계열의 단체 등이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독립영화협회에 운영을 위탁하고 있는 미디어센터는 ‘노동자 영화’ 제작을 위한 이론과 방법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영화진흥금이 특정 단체나 집단의 이념적 교육 실천을 위한 지원금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민예총, 문화연대 등을 중심으로 문예진흥원을 문화예술위원회로 개편해야겠다는 주장의 이면에는 문예진흥원이 운영할 수 있는 자금과 행정력을 명실상부하게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감추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코드’를 앞세운 편중인사의 문제는 단순히 사람을 바꾼다는 차원을 넘어 문화예술의 역할과 기능을 ‘목적’의 실현 수단으로 변질시키며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 대다수의 문화예술인들을 소외시키거나 적대시할 수 있다. 극단적인 대립과 분열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며 그 후유증은 깊은 상처로 남을 수 있다. ‘코드’를 극복하는 인사가 이루어질 때 문화개혁도 가능하다. 조희문 (상명대 영화과 교수 / 시민회의 문화예술포럼 정책위원) 출처 - 중앙일보 2003. 10. 7 온오프토론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