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해야 2만弗간다 - 사공일
	2003-10-02
'노동개혁'해야 2만弗간다 노사대립으로 투자액 절반 … 親기업 분위기부터 만들어야 한국 정부는 최근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 한국을 동북아시아 경제 중심지로 만들고 1인당 국민소득을 2만달러까지 높이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 발전사를 되돌아볼 때 두 가지 모두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지난 60년대만 하더라도 한국 경제가 발전할 것이라고 믿은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2차대전 이후 가장 위대한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로 기록되고 있다. 특히 지난 1997년에 터진 외환위기로 파탄에 이르렀던 경제가 복구되는 과정은 놀라울 뿐이었다. 한국 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자금을 요청한 직후인 98년 극심한 불황으로 인해 성장률이 마이너스 6.7%로 추락했으나, 이듬해인 99년에 10.6%라는 엄청난 성장률을 기록하며 금세 회복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은 1.9%에 불과해 외환위기 때인 97~98년을 제외한다면 지난 80년대 이후 가장 낮은 분기별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내 경제 예측기관들은 대부분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회복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의 경제회복은 주로 개인 소비증대에 기인했다. 소비가 늘어나면서 가계 부채가 급증하자 정부는 각종 신용 억제정책을 내놓았고, 이러한 소비 억제책은 2분기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주요한 원인이 된 것이다. 내수가 줄어드는 데 반해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났다면, 수출 증대효과로 경제상황이 훨씬 나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저금리 등 금융·재정 차원에서 투자환경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 전에 비해 투자를 절반밖에 하지 않는다. 투자액은 현재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에 닥친 최대과제는 기업투자를 늘리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한국에는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악재(惡材)들이 많다. 북한은 핵(核)무기 보유 야망을 버리지 못해 지정학적인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정부는 성장과 고용 창출보다 분배를 우선시하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을 노사(勞使) 대립으로 꼽고 있다. 지금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어느 때보다도 튼튼하다. 한국은 고통스러웠던 외환위기를 전화위복(轉禍爲福)으로 삼아 뒤처졌던 경제개혁을 단행했다. 그 결과 기업·금융 부문에서는 한국이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나라가 됐다. 물론 앞으로도 이 분야들의 구조조정은 계속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최우선 과제가 노동개혁이다. 오늘날 세계화 시대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건설적인 노사관계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나라도 기업들을 유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최근 몇 달 동안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은 늘어나는 반면, 한국으로 유입된 해외직접투자(FDI)는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사실 한국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기업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한다면, 중국의 부상(浮上)은 한국에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지역적으로 중국에 인접해 있을 뿐 아니라 고급 노동인력을 갖추고 제도적 기반이 안정된 나라인 것이다. 다행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최근 정부정책의 우선순위가 노사관계를 정상화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대해 기업친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러나 말로만 약속하는 것으론 충분치 않다. 정부는 구체적인 행동에 즉각 나서야 한다. 한국이 세계화된 지식사회에 발맞춘 비전과 경제전략을 세운다면 다시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글은 파이낸셜 타임스 1일자에 게재된 시론과 같은 것입니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출처 - 조선일보 2003. 10. 2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