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국회존중 의지 보여야 - 윤종빈
	2003-09-29
盧, 국회존중 의지 보여야 최근 국회는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이러한 결과는 ‘국민참여통합신당’의 출범에 따른 4당체제 아래에서 정국이 불안정하게 전개될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리고 자민련의 공조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지, 실질적인 여당으로서 통합신당의 역할이 한계에 부닥칠 경우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은 어떠할지에 대해 온통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의 부결은 통합신당의 정치적 의미를 다시 되새겨보는 계기가 됐다. 통합신당이 지난 대선 전후 두드러지게 나타난 3김(金)식 정치 및 지역주의 타파, 변화와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담아 탄생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표결에서 찬성을 당론으로 삼았다는 것은 국회법에도 명시된 의원들의 자유투표 의사를 무시한 것으로 ‘정치개혁’과는 거리가 먼 성급한 행동으로 생각된다. 당론을 내세울 만큼 ‘사활적 사안’은 아니었지 않은가. 노 대통령이 의사를 밝힌 바와 같이 대다수 국민은 신당이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통령이 신당의 배후에 있다면 ‘투쟁’하겠다던 김근태 의원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차라리 대통령이 주장한 ‘미국식 대통령제’ 운영의 묘를 살리기 위해 신당과 공식적으로 뜻을 같이하는, 꼼수가 아닌 정공법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 국민은 신당에 대해 많은 희망과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만을 위한 정국 구상은 진정한 ‘개혁’을 위한 자세가 아닐 것이고, 과거에 만들어진 수많은 ‘총선용 정당’과 같이 쉽게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이번 표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3당이 공식적인 공조 논의가 없더라도 공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부결은 감사원장 후보의 자질이나 결격 사유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민주당의 경우 대통령과 신당에 대한 강한 불만, 한나라당의 경우 집권 이후 지속된 대통령과의 갈등과 ‘안풍(安風)’에 대한 불만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게다가 국회 동의를 구하는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이러한 불만들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순탄치 못한 정국의 전개가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에 변화를 줄 것으로 예견된다. 그동안 노 대통령은 당·정 분리원칙을 강조해왔을 뿐만 아니라 당·정연합으로 국정을 운영하기에는 소수 여당의 한계를 극복하기가 힘들어 보인다. 아무리 거대 야당이 국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대통령제에서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도입되지 않았다. 그리고 행정부가 발의한 법안의 가결률이 의원 발의의 경우보다 3배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야당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고 생각된다. 당선자 시절 보여주었던 것과 같이 여·야의 당사를 찾아가고, 야당 총재와 원내총무, 일반 의원들을 청와대에 초대하는 것은 여전히 당당함을 과시하는 것이 아닐까. 검사, 공무원, 노동계와의 대화만큼이나 중요하고 가치가 있지 않을까.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예견으로 최근 ‘사안별 정책연합’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오히려 야당의 발목잡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왜냐하면 행정자치부장관 해임건의안 표결과 이번 표결에서 극명히 드러났듯이 아직도 야당 의원들은 인사청문회가 행정부 견제는 물론이고 국회의 위상강화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합리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가 오히려 국민들의 국회에 대한 불신감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만큼 야당은 ‘불만’ 토로라는 유치한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니 ‘사안별 정책연합’은 우리의 정치 수준에서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우울한 현실이지만 단 한 가지 방법이 있다. 향후 난관을 정면 돌파하려는 노 대통령의 의지가 필요하다. 자존심을 잠시 뒤로하고 취임 전후의 국회 존중 의지를 다시 한 번 국민과 야당에 보여주길 바라며 타협과 설득, 통합의 정치를 간절히 기대한다. 이 길이 진정으로 기득권을 버리는 자세이다. 만일 끊임없이 베푼다면 야당도 언젠가는 합리성이 회복될 것이다. 내년 총선까지 할 일이 많다. 각 당은 늦었지만 정치개혁특위와 선거구획정위가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인구 상하한선, 의원 정수, 선거제도 문제 등을 조속히 해결해야만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학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3. 9. 29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