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관리기구보다 중요한 것 - 김태기
	2003-09-17
재난관리기구보다 중요한 것 대책은 해마다 계속되지만 … 기관간 협조체제 사전구축을 정부는 태풍 매미의 피해지역을 특별재난 지역으로 지정하고 재난관리체계를 일원화하며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은 허망하게 들린다. 해마다 태풍이 지나가면 정부는 유사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재난은 반복되어 왔고 피해는 오히려 커져왔기 때문이다. 이래서 국민들은 정부가 태풍과 같은 재난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의문을 느끼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번 태풍은 다른 재난에 비해서는 정부가 대비책을 세울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기상청은 태풍의 발생부터 그 위력을 비교적 정확하게 경고했다. 방송은 예상되는 태풍의 위력을 실감나게 보여주면서 국민들의 경각심을 높였다. 또한 태풍이 발생하기 전에 컨테이너 크레인의 안정성이 취약하다는 지적이나 송전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렇다면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똑같은 태풍이 지나간 일본에서는 그렇게 큰 피해가 없다고 한다. 사실 우리 정부는 태풍의 피해를 경고하고 피해나 집계하며 보상대책이나 만드는 수준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피해를 줄이기 위한 예방대책을 치밀하게 세워 놓았고 일단 피해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마련하고 있었다. 물론 재난관리 체제의 일원화는 필요하다. 우리나라 정부는 부처 간의 업무영역 다툼이 심하고 거미줄 같이 얽혀 있는 규제도 실효성 있게 개선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초기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한다고 재난을 제대로 예방할 수 있을까. 재난이 닥쳤을 때 피해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까. 재난관리기구나 제도가 없어 해마다 재난이 대형 참사로 이어졌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재난관리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고민해야 한다. 기구 설립보다 더 시급한 것은 재난이라는 위기를 관리하는데 필요한 시스템의 내용이나 운영문제부터 점검해 보는 일이다. 이번 태풍과 같은 위기를 예로 들어보자. 첫째, 태풍 발생으로 인해 어떠한 재난이 발생될 지를 예상하고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일이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만들면 컨테이너 크레인의 부실 등 취약요소를 자연히 사전에 파악할 수 있고, 이를 관계 기관이나 사람들에게 알려주어 보완대책을 만들도록 하면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둘째, 재난이 발생하면 대응조치는 한가지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주민대피, 비상식량 및 식수 공급 등 여러가지 조치들이 동시에 그리고 신속하고도 효과적으로 취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 재난이 사전에 준비한 시나리오대로 발생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셋째, 태풍발생의 피해문제 등 위기발생에 대한 사전 경보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번 태풍에서 알 수 있듯이 평상시에는 위기발생에 대한 논의를 귀찮게 생각한 기관에서 피해가 컸다. 따라서 정부는 위기발생의 가능성을 평가하고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넷째, 태풍에 대한 대비가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달랐듯이 재난관리기구를 일원화한다고 관련 기관이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것은 아니다.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여러 기관이 협조를 해야 하기 때문에 협조체제를 사전에 구축해야 한다. 다섯째, 태풍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의 경우 주민들이 참여하는 재난관리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재난관리계획을 아무리 잘 만들어 둔다고 하더라도 이 계획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 교수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조선일보 2003. 9. 17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