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과세는 시장수급만 왜곡 - 김정호
	2003-09-04
부동산보유세제 개편 반대: 중과세는 시장수급만 왜곡 정부가 부동산 보유과세 개편방안을 내놓았다. 부동산 과표를 올리고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해서 부동산 ‘과다’ 보유자들에게 중과세하겠다는 내용이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조치에 반대한다. 첫째, 최근의 집값 상승을 일부 계층의 부동산 ‘과다’ 보유로 돌리는 인식에 문제가 있다. 이 분야의 연구 결과들은 부동산 가격의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이 소득 수준과 이자율임을 보여준다. 소득이 높을수록, 그리고 이자율이 낮을수록 집값 땅값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득이 높아지면 대부분의 국민이 더 좋은 집, 더 넓은 집에 살고 싶어하기 때문에 수요가 늘고 그래서 집값이 뛴다. 또 이자율이 낮을수록 모든 부동산으로부터 발생하는 미래소득의 가치가 높아지고 그 결과 부동산 값이 오른다. 따라서 부동산 값을 낮추고 싶다면 어리석은 짓이긴 하지만소득 수준을 낮추거나 이자율을 높여야 한다. 그것이 싫다면 토지 규제를 풀어 공급을 늘려야 한다. 수요와 공급의 근본은 그대로 둔 채 일부 계층의 ‘과다’ 보유를 억제한다고 해서 부동산 값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상위 1%의 보유자를 중과세한다고 해서 가격 하락 효과가 얼마나 되겠는가. 가진 자들을 고통스럽게 해서 속은 시원할지 모르지만, 가격에 대한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최근의 부동산 값 상승은 낮아진 이자율 때문에 국민 전체의 부동산 보유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과감하게 공급을 늘리는 것뿐이다. 종합부동산세는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종합부동산세를 받아들인다 해도, 과다 보유자의 기준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주택에 대해서는 일정 가구수 이상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다 치더라도 주택 이외의 건물이나 나대지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 개인사업자들이나 법인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보면 그들이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은 당연하다. 공장을 하든 장사를 하든 학원을 운영하든 모두 부동산이 필요하다. 그들 중에 누구를 과다보유자로 볼 것인가. 업무용은 제외하고 비업무용에 대해서만 과세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업무용·비업무용 토지를 구분하는 제도가 조기 저밀도 개발을 통해 토지의 낭비를 초래하고 또 법적 혼란을 초래하게 됨을 지난 20여년간의 실험을 통해서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다. 종합부동산세는 그런 일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짙다. 둘째, 토지 및 건물 과표의 지역간 격차를 줄인다는 발상도 문제다. 토지세와 건물세(재산세)는 지방세다. 즉, 토지세와 건물세의 수입은 지자체의 살림살이에 쓰인다. 따라서 토지와 건물에 부과될 세금의 액수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살이 규모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지방세는 세율이 자치단체의 조례가 아니라 법률에 의해 고정돼 있기 때문에 자치단체가 세수입을 결정할 수 있는 방법은 과세표준의 조정뿐이다. 살림을 늘리고 싶으면 과표를 높이고 그렇지 않으면 과표를 낮추면 된다. 즉, 자치단체마다 원하는 세출 규모가 다른 것이 문제가 아니듯이 부동산 시가에 대한 과표의 비율이 다른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없다. 같은 자치구 안에서의 과표 불균형을 따진다면 모르겠지만 강남북간, 또는 수도권과 지방간 과표의 불균형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마지막으로 과표 인상과 건물·토지 합산 과세를 통해 건물세 부담을 늘리겠다는 발상도 불합리하다. 그러면 당장은 값이 내려갈지 모른다. 그러나 세부담이 늘수록 건물 보유의 매력은 줄어들고, 새로운 건물을 지으려는 유인도 줄어든다. 그 결과 신규 건물의 공급이 축소돼 우리 국민들 각자가 사용할 수 있는 건물 면적도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부동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건물의 공급이 촉진돼야 할 텐데 건물에 대한 세 부담의 강화는 오히려 그 반대의 효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건물에 대해서는 가급적 재산세를 매기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필자는 정부의 이번 부동산 보유과세 개편방안에 대해 반대한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3. 9. 4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