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민생고” 바로 알기 - 신일철
2003-09-02
북한 “민생고” 바로 알기 - 북한의 화장지 고충을 상상해 보았는가 - 오늘의 북한과 김정일체제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우리 젊은 세대에게는 북한이해가 더욱 힘들다. 혹시 북한 방문을 한두번 한다 하더라도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관광안내 수법이 대단히 조직적이오, 능숙하다. 중국의 개혁개방후 1980년대에 연변대학 경제학교수 백교수가 고대 아세아문제연구소에 6개월, 중앙대에 6개월 연구교수로 와 있었다. 귀국을 앞두고 백교수와 저녁식사를 하며 한국대학과 학생들에 대한 소감을 들었다. 백교수가 한국학생들에게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것은 북한실정을 말해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백교수는 당시의 KBS, 사회교육방송의 북한소식이 실상 그대로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런데 백교수가 놀란 것은 그런 북한방송 등은 모두 반공선전이고 그와 다른 북한의 좋은 점이 있지 않겠느냐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데는 두손을 들었다고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 놓았다. 덩샤오핑의 중국은 이미 모택동식 사회주의의 대실패를 인정하고 개혁개방을 했는데 북한은 아직 낡은 폐쇄체제의 고수니 쇄망해가는 것은 불문가지 아니냐고 해도 뭔가 다른점이 있지 않겠느냐고 묻는 통에 고생했다고 토로했다. 우선 한국 학생들이 호위병 난동과 문화대혁명의 암흑상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데 놀랬다고 했다. 오늘날까지도 적지않은 대학생들이 구사회주의의 붕괴원인이 무엇인지 모른다. 너무 삽시간에 붕괴하여 그 사건 뉴스가 전해지고 이론적 설명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고 할까. 일부 국회의원도 북한이 “악의 축”이라는 부시대통령의 지적을 이해하지 못한다. 햇볕정책과 그 전도사들도 김정일 정치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연유한 비극을 자초했다. 그동안 50년 축적된 북한 연구의 성과를 무시하고 김정일과 북한지도부는 뭔가 다를 것이라고 가정한 거품 북한관인 점에서는 백교수에게 질문했던 일부 학생들의 소박하고 유치한 수준과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연구도 운동권적 애머마추어리즘으로는 돌파리 수준이 되기 쉽고 북측에 밀리고 당하기가 일수이다. 지난 5년간의 소위 “남남갈등”은 북한관에서 애머추어와 프로간의 갈등에 불과했다. 북한의 본질과 전술을 너무 잘 알면 그것은 “보수”요 “반북”으로 소외되는 가치관의 혼란이 생긴 것이다. 김정일군사독재를 포용하면 반민주적 독재에 편드는 아이러니에 빠진다. 반독재 민주화의 “진보”주의가 어느덧 북한 독재의 자원봉사 대변인같이 되는 역전극까지 일어난 것이다. 이것이 “민주화” 운동권의 파산을 자초한 것이다. 원래 온전한 지식과 판단력을 가진 사람들은 “혹시나” 했다가도 “역시나”로 제정신차려 되돌아야 한다. “혹시나”하고 희망적 기대를 걸었던 정치도박에서 본전 생각만 하다가는 그 볼모로 잡혀 패가망신하는 법이다. “영마루” 신년사에 심취했던 친북정서 북한연구에서는 우선 정보부족이 가장 큰 난관이고 북한의 공식문건만 골돌히 연구하다 보면 소위 “내재론”이라 해서 북한의 독재 논리에 말려들기 쉽다. 북한의 대남방송 “구국의 소리”만 몰래 듣는 재미를 부치다가 운동권이 되었던 인사가 한때의 환상을 이렇게 회고했다. 어느 해 김일성의 “신년사”에 “영마루”란 말이 나왔는데 그 표현이 너무 멋져서 매료되었고 모두들 “영마루” 표현을 애용했다고 한다. “신세기의 영마루에 선 조선민족은”이 그토록 미치게 하는 마력이 있었을까. 그런 환몽에서 깨보니 그 시절이 어처구니없게 생각된다고 했다. 필자는 이런 현상에 대해 “맹물 마시고도 취한척 할 수 있는” 무사상체질이라 했다. 김정일이 아무리 “영도예술”의 제1과인 구호만들기의 달인이라 해서 2000년 8월 ｢노동신문｣에 한꺼번에 “180”개의 구호를 발표했다. 두해전에 발표했던 223개 중에서 다시 추려낸 것이다. 필자는 “영마루” 표현에도 쉽게 도취하는 예민 체질이 아니어서 그런지 그 180개 구호를 다 읽었으나 단 하나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는 고난의 해군 구호밖에 감동을 줄만한 구호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보다는 우리 남한에서 자유당말기 야당이 내놓았던 구호, “못살겠다 갈아보자”가 역시 걸작이고 여당이 “갈아봤자 별수없다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응수도 역시 재미가 있었다. 근래에는 김정일 사상관리 일꾼들의 구호창작 실력도 쇠퇴했다. 근래에 와서 북한연구의 패라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 젊은이들 속에서 가장 인기있는 남한 대중가요가 무엇인가. 역시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이 제1위요, 제2위가 “사랑의 미로”, 제3위가 “바람, 바람, 바람”이라 했다. 13년 김정일의 일본인 요리사였던 후지모도의 책에도 김정일의 애창곡, 소위 18번이 “그때 그 사람”이라해서 그 요리사는 그 우리말 가사를 외우고 있었다. 북한 공민들에게 수령예찬, 혁명가요를 강요하고 김정일 자신은 “그때 그 사람”의 남한가요를 술자석에서 애창한다는 표리부동의 2중성을 알면 거기서 북한이 보이게 된다. “강성대국” 구호가 “强性”국가라고? 1998년 8월 북한이 대포동 로켓트 한방 쏘아올려 일본열도 상공에서 그 3단계가 폭발되었다. 그 “광명성1호”가 야구공만한데 지구를 돌며 김장군의 노래를 지구에 보내고 있다고 선전했다. 그 광명성 소멸의 후문은 없다. 발사실패로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김정일은 대뜸 “강성대국”을 내세웠다. 약쇄소국이 “강성대국”의 구호로 내거는 것도 그 정치사시성이 대단하다. 그후 국내의 북한연구세미나에서 국제관계연구원이 북한에는 연성(軟性) 국가와 강성(强性) 국가의 개념이 있어 이번 구호는 “强性大國”이라고 강변했다. 참다못해 필자가 그것은 강하고 번성하는 나라의 뜻인 “强盛大國”이라 시정해 주었다. 그런데 그 발표자는 북한자료는 모두 한글인데 “强盛”이라고 어떻게 단언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북한의 구호 등은 모두 한글이지만 조총련의 일본어판에는 반드시 한자로 번역되어 있어 확인할 수 있다고 일러주었다. 말이난 참에 김정일의 “인덕정치”와 같이 내놓은 “광폭정치”는 광폭스러운 독재정치를 펴겠다는 뜻인가라고 죠크를 했다. 이 “광폭정치”는 “廣幅政治”요 폭넓은 소위 “통이 큰 정치”의 뜻일 것이다. 최근에는 김정일의 “음악정치”를 교양·선전하고 있다. 김정일의 음악정치, 영도예술, 영화의 시네마정치는 있으나 사회과학과 경제학의 소양이 없어 개혁개방 지향의 시장적사고가 결여되어 있다. 그가 눈으로 본 시장은 암시장, 장마당이다. 그의 눈에는 자본주의는 모두 암시장이다. 지난 해 7.1조치때 ｢민주조선｣에 “원(円)에 의한 통제” 기사가 나왔는데 장마당을 “비(非) 법적거래”라 했다. 북한의 시장에서는 중국의 위엔화, 특히 미달라화 통용권이 되고 북한돈인 “원”은 거의 통화가치가 없어 “비화폐경제권”이 되었다. 작년 7.1조치 이전에 중국제 운동화는 500원, 남한제는 1,000원이었다. 평균 월급 80원 받는 돈으로 1년을 먹지도 쓰지도 않고 모아도 운동화 한 켤레 값이다. 그런데 미 달라라면 2달라, 4달라이니 달라가 얼마나 간편한가. 달라만 보유하면 그 환율이 나날이 높아져 고위층일수록 앉아서 돈을 버는 격이다. 북한에서 부익부, 빈익빈이 극에 달했다고 볼 수 있다. 해우소의 뒷처리 고충 근래 우리나라 TV광고에는 사찰의 “해우소”(解寓所)가 나와 있다. 변소나 화장실보다 “해우소”가 점잖고 뜻깊다. 사람이 다급한 것이 그것이오 그 우려를 해결지었을 때 해방감은 한풀이같은 걱정 풀이로서는 최고이다. 해우소에 들어가기는 했으나 화장지가 없으면 난감하기 이를데 없다. 이 해우소의 관점에서 북한공민의 민생고를 살펴본다면 북한체제 55년의 정체가 절실하게 드러난다. 어느 탈북자여성이 이렇게 말했다. 남한에 와서 가장 행복한 것이 뭔지 알겠는가라고 화두를 던진다. 글쎄 남대문시장에 가서 상품이 치싸인 것을 본 것일까. 그 탈북여성은 남한사람들은 아무리 말해주어도 북한동포의 절실한 민생고를 헤아리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자기는 서울에 와서 가장 행복한 것이 화장지라 했다. 희고 보들보들한 화장지를 서울이나 농촌에서나 모든 인민이 쓰고있는 것이 가장 놀라웠다고 했다. 북한에서는 해우한 후의 뒷처리가 매일 곤욕스러웠다. 누런 공책도 모자라는 처지에 화장지가 있을 리 없다. 필자는 우리도 한때 신문지를 잘라서 썼으니 신문지는 있을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바로 그 말이 북한실정에 어두운 증거라는 것이다. 북한연구의 안목이 있다고 자부하며 노동신문 등에는 김일성 사진, 말씀이 있어 그것을 뒷간에서 해우 뒤에 닦는데는 쓸 수 없겠다고 추정했다. 이 역시 북한실정의 무지를 드러낸 것이 된다. 북한에는 “노동신문” 등이 한 아파트에 한부, 한마을에 한부가 오면 모두 모아놓고 독보회를 한다. 독보 끝난 신문은 고스란히 모아서 당국에 바쳐야 한다. 용지난으로 신문지의 재생을 위한 것 같다고 했다. 그후 노인들이 담배공급이 없으니 풀말려서 “마라초” 피우기 위해 신문중 간지 하나를 잘라 나누어 가면 화장지로 쓰여질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1980년대에 1-2년간 위생지, 속칭 “똥지”라 해서 마분지같은 저질 종이가 배급나온적은 있으나 그후는 모두 자체 해결한다는 것이다. 일제말이나 그 이전 개화기에 뒷간에는 수수깡이 놓아 있었는데 그런 수준도 안되는 것 같았다. 그 여성은 평양시내의 길가에서도 치마에 붉은 피가 배어나온 것을 흔히 본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 말뜻을 몰랐다. “피바다” 가극인가. 필자같은 남성은 한달에 한번씩 있는 정상적인 생리를 알리 없다. 역시 남한에 와서 여성의 행복은 수퍼마케트에 치싸인 그것을 얼마든지 살 수 있는 것이라 했다. 우리가 아무리 북한연구가 깊어져도 북한사람들의 절실한 민생고를 실감있게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무지를 새삼스럽게 깨우쳤다. 도시의 주민들은 사상교양용 책을 몰래 찢어서 해우에 쓰고 외출시나 야외에서는 호박잎 등 입사귀가 뒤지를 대신한다고 했다. 우리는 북한의 “식량난”은 알고 있으나 매일 매일 그 뒷치닥거리인 “뒤지난”에는 무감각했다. 부산아시안게임때 만경봉호에서 난데없이 광목몇필을 달라고 부탁햇다고 한다. 그용도가 무엇일가 망설렸을 것이다. 무슨 프라카트라도 내걸려는것이가. 망설이던차에 여성의 직관이 아니고는 불가해한 퀴즈를 풒수 잇었다고 한다. 남성들은 한달에 한번의 여성고에 무감각하다. 광목대신 그것을 300여개 갖다 준 것이 북한바로알기의 적중예가 되었다. “전교조” 북한 바로알기 퀴즈의 애머추어리즘 자녀교육이나 학생의 인성교육에서 잘못한 실수를 골라 질책만 하지말고 잘한 일, 선행을 보고 칭찬을 아끼지 말라는 말이 있다. 대북정책이나 대북방송에서도 서로 비방하기를 그만두고 잘하는 정책이나 칭찬거리를 찾아 칭찬해야 한다는 것이 6.15회담 후의 정부시책이었다. 문제는 북한의 정책이나 지도층의 행적에서 좋은 점이나 선행미담을 찾아낸다는 것이 여간 힘든일이 아니다. 구사회주의 붕괴후 “고난의 행군”에서 중국식이나 베트남 “도이모이”식의 개혁을 한사코 거부하는 것을 “자주성”이다 “자력갱생”이다라고 왜곡하는 것을 북한연구가로서는 그런 반개혁을 어떻게 칭찬할 수가 있겠는가. 북한의 “주체”는 수령 1인주체요, “자주”는 개혁개방을 가로막는 세습자 개인의 권력이기주의적 탐욕인데 어디서 칭찬거리를 찾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최근 북한의 좋은 점을 잘도 찾아내는 눈을 가진 남한사람들이 있다는데 놀랬다. “전교조 통일교육사례”에서 역시 북한을 보는 따뜻한 눈이 있음을 발견했다. 전교조의 북한 바로알기 통일 OX 퀴즈가 그것이다. ― 80년대 우리 남한에도 큰 물난리가 나서 쌀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다. 그때 북한은 우리 남한을 돕기 위해 쌀을 보냈다(○). 역시 이 퀴즈는 대체로 사실(○)이다. 남한 수재민에 대한 북한의 구호물자로 쌀, 약품, 천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당시 남한이 북한보다 쌀이 부족했다는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북한의 인조섬유의 천이 종이장처럼 찢어져 그 천으로 옷을 지어 입은 수재민은 없다. 제가 보자기크기의 이 천을 선물받았을 때 교무위원들이 모두 잘라달라고 해서 나누어준 기억이 새롭다. 북한 섬유공업 수준은 일제때보다 낙후된 산증거를 본 것이다. 북한의 약품은 WHO 기준에 미달해서 모두 폐기처분 했으나 비보도(非報導)로, 구호품에 대한 예절을 지켜보도록 했다. 북한이 수해구조품을 보내겠다고 제의하면 남한정부가 그 제의를 수락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 뜻밖에도 남한 정부가 이를 수락하자 북한측은 구호품장만에 비상이 걸렸던 것이다. 뒤에 남한적십자사 자문위원에게 김일성이 당시 대통령이 통이 큰 사람이라고 칭찬했다고 귀뜸해 주어서 그 실상이 들어난 것이다. 그 당시 북한이 남한보다 쌀 등의 보유미가 많았다는 것은 친북성서가 일으킨 큰 착각이다. 이 출제에 앞서 퀴즈 작성자는 남북보유미의 현격한 차이조차 조사해보지 못한 무지의 소치를 들어냈다. 그러나 전교조의 다음 퀴즈는 탄복할 만하다. 북한의 군대를 “인민군”이라 하고, “인민군”에는 안경을 낀 사람이 없다. 답 : ○ 이 출제는 우선 “인민군”에 따옴표를 치는 조심성으로 “인민군”을 은연중 교양하고 안경낀 국인이 없다는 것을 찾아낸 것은 대단하다. 그 답은 ×가 아니고 ○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식량난의 “고난의 행군”에서 자식을 군대에 입대시켜 굶기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지원자가 많은데 시력나쁜 장정을 입대시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출제는 북한에서 안경을 구하기가 힘들다는 생필품 부족을 비껴갔고 안경낀 사람과 안낀 사람의 인간차별에는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 탈북인사들에게 물어보았다. 우선 북한에서는 평양의 편의점에서도 안경을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시력의 도수마다 다른 렌즈, 난시용 렌즈 등의 안경을 맞추어 낄 수 있는 것은 당·정·군의 귀족층이고 지방에서는 안경낀 사람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방이나 농촌에 안경낀 사람이 없는 것은 모두 시력이 좋아서가 아니다. 이런 퀴즈는 북한 바로알기가 아니라 북한을 제대로 모르기의 본보기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일성 종합대학 경제학부 정치경제과를 졸업했으며 영화, 연극, 음악에 관심이 많으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답 : ○ 이 전교조 퀴즈는 김정일에 대한 대단히 정확한 인식을 우리 학생들에게 심기에 족하다. 신상옥 감독과 최은희 여사의 납치사건으로 우리 한국의 학생들은 그의 영화 마니아적인 집념을 잘 알고 있어 누구나 해답하기 쉬운 퀴즈이다. 그러나 경제학부를 나온 그가 경제학과 시장경제의 활력을 모르고 영화, 연극으로 인민의 수령숭배 의식화에만 주력하다보니 식량난, 에너지난, 경제총파탄이 그의 통치의 실패로 결과되었다는 것을 교육하는 것이 “북한 바로알기”가 될 것이 아닌가. 이런 출제에는 북한지도부에 윙크하는 빗나간 버릇이 있어 앞으로는 고쳤으면 한다. 이렇게 “탁월한 능력”의 북한지도자가 북한인민을 민생고에 허덕이게 한 것은 경제맹, 시장맹(市場盲)으로 인한 것이다. 답은 ○× 중의 어느 것인가. 전교조의 “북한 바로알기” 퀴즈에는 북한알기의 교양에서 무상교육이라고 교육하고 있다. 모든 학비는 국가에서 부담한다는 것이 역시 북한칭찬이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북한에는 세금이 없다는 퀴즈가 빠진 것 같다. 북한의 모든 자원과 경제가 국유화이고 국영이므로 민간에서 세금을 증수할 것도 없고 이미 원천적으로 세금이 징수된 시스템이다. “세금없는 나라”는 전인민의 프로레타리아화요 “가난의 나눠먹기”의 표본이다. 탈북여성이 냉면집을 차려 얼마간 돈을 벌었다. 그 여성은 기자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불평을 했다. “북한에서는 세금받지 않는데 남한에서도 세금만 없다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겠시오”라고. 미국의 부시대통령도 감세정책으로 경기부양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탈북여성은 한국과 같은 민영화 시장경제에서 세금걷지 않는다면 정부는 무슨 돈으로 국책사업을 하고 국정을 운영한단 말인가. 남북한간의 큰 체제의 차이에 대한 “바로알기”가 더 시급하다. 작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북한 미녀응원단 300여명이 와서 우리 젊은이들의 인기가 대단했고 어느덧 북한에 대한 매혹적인 이미지를 조성하는데 크게 작용했다. 그 북한미녀들은 우리 젊은이들의 너덜너덜한 청바지 차림을 보고 “안됐다, 새바지 하나 사주고 싶다”고 했다고 전한다. 청바지는 그 원조가 미국의 노동작업복이다. 이 연출에서는 북한의 평양거리에는 청바지차림을 전혀 볼 수 없는 것 같이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구 소련말기나 북한의 평양에도 당간부자제들에게는 청바지가 한때 유행했고 그 응원단들이 청바지를 모를 리가 없다.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일본에 입국하다가 발각되어 일본공안의 조사를 받고 귀국 조치되었다. 일본언론은 김정남과 두 여인, 어린이의 사진을 분석했다. 특히 김정남이 입고 있는 옷과 장신구가 모두 프랑스, 이탈리아의 최고 명품들이었고 구두도 최고급품 “Gucci”였다. 당시 북한미녀 응원단은 부산에서 “남한쇼크”를 받지 않고 그저 너무 열심히 응원하다가 지쳐 몸져 누운 환자도 생겼다고 한다. 후문에 링거 200여병이 만경봉호로 들어갔는데 너무 기름진 음식을 과식해서 소화불량으로 탈수증에 걸렸다고 추정되었다. 필자가 90년대초 중국의 조선족 대학교수 부처를 맞아 어느 호텔의 뷔페에 초대한 일이 있다. 그당시만해도 중국 사람들의 식생활이 곤란했다. 북한식 표현으로 긴장했다. 그런데 뷔페에서 부인이 한번에 큰 접시에 산처럼 가득히 음식을 담아왔다. 제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불찰 때문이었다. 뷔페에서는 여러번 마음대로 음식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요령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부인은 처음보는 산해진미의 음식에 식탐이 나서 과식해서 배탈로 “탈수증”에 걸렸다. 필자는 그 담아온 음식을 남겨도 좋다는 말을 해드리는 것을 다시 까먹은 것 역시 제 실수 때문이었다. 금강산의 남한관광객 쓰레기가 골치거리 우리는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이나 금강산관광에서 북한당국이 벙어리 가슴알이처럼 당하는 심각한 고민을 잘 헤아리지 못한다. 이산가족 상봉이 서울·평양 교환방문에서 금강산의 북한땅으로 고착된 딱한 속사정을 잘 모른다. 처음 50년만에 서울에 온 북한 이산가족이 남한의 부모혈육의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식량난의 북에서온 부모 자식에게 그저 보낼 수는 없으니 달라를 조금씩 주었다는 것은 탓할 수 없는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북측은 제2차 상봉에 불응한다면서 서울방문단중 많게는 3만달러까지 주었으니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말아달라는 항의가 있었다. 그래서 3만달라가 북한의 당시 평균 월급 80원, 시장환율 1달라 = 250원으로 환산해 보았더니 무려 7,850년 분의 급료에 해당한다. 북한의 한간에서는 미국이나 일본, 남한에 친척 하나 없는 사람은 살 수 없다는 푸념이 유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금강산 관광초기 “민영미 여사” 사건이 있어 이 관광사업에서 북한측의 골치거리가 무엇인지 몇가지 알아보았다. 금강산 암벽에는 김일성의 “말씀” 등이 너무 많이 새겨져있는 명산의 자연파괴를 숨길 수 없는 것이 문제인가. 그보다는 남한관광객이 남기고 간 쓰레기처리에서 체제 동요수준의 문제가 생긴 것을 탈북인사의 증언으로 알게 되었다. 우리 관광객은 깡통, 초코레트, 과자 등의 쓰레기를 버린다. 그러면 북한의 일꾼이 이를 치우다가 깡통이 너무 예쁘고 버리가 아까와서 모두 숨겨서 가지고 나간다. 그것으로 여러 가지 일용품을 만들어 장마당에 내놓으면 인기상품이 되었다. 남한의 “자본주의” 황색바람이 금강산관광 쓰레기로 숨어 들어간 셈이다. 이에 대한 북한의 대응책 역시 절묘하다. 사상교양 일꾼들은 그 쓰레기에서 영문으로 된 라벨포장만 골라서 이 상품들이 모두 미국제이고 남한은 미제 식민지인 증거라고 역선전했다고 한다. “철의 실크로드”는 허공에 사라진 메아리인가 남북한 DMZ의 경의선, 동해선의 끊어진 부분만 연결시키면 민족의 철도동맥이 다시 살아나고 유라시아 철도와 연결되어 평양-서울-부산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민족적 경사에 대해 우리국민들간에 감격스럽게 환호하는 기색이 없다. 우리 남한이 단절된 철도의 이북 복구에 대한 레일, 침목, 그밖의 자재를 공급했다. 그리고 남북의 철도연결이 TV화면에 방영되었다. 그렇다면 1990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던 세계사적 사건의 두 번째 경사로 환희와 갈채로 감격의 대고조가 일어나야 할 것이 아닌가. 이런 남북경협의 대역사를 이룩해온 고 정몽헌 회장은 비장한 경고의 최후로 우리에게 “소리없는 메세이지”를 남겼다. 우선 남북한 단결철도의 복구가 “철도운송의 통일소통”이 되는가. 서울서 기차타고 평양가고 신의주가는 통일의 기차길이 열리는가. 북한철도는 일제 때에나, 6.25까지 경부선 등은 모두 복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철도가 98%가 단선이며 1920년, 30년대 일제때 레일을 그대로 쓰고 있는데 복선중 한선을 떼서 단선만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시속 15km 이하의 완행열차에 기차시간표에서 연착, 연발이 3,4일도 된다. 특히 남북한 철도의 공업표준규격이 전혀 달라 남한의 기차가 그대로 북한의 전철화 철도에 탈 수 없다. 단선철도는 역마다 마주오는 차가 역플렛홈에 들어오기를 기다려 발차하는데 그 무슨 “철의 실크로드”란 잠꼬대냐 할 것이다. 전력부족으로 평양의 밤도 암흑세계인데 무슨 전력으로 전철기차가 시간표대로 달릴 수 있겠는가. 김정일 총비서는 경의선보다 동해선을 먼저 개통시켜야 한다고 고집했다. 동해선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북한철도조사단이 답사하고 이 철도는 해안선의 지형상 교량과 터널이 많은데 하나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고 보고했다. ｢일본경제신문｣의 기사에는 북한의 철도가 노후하고 특히 터널이 콘테이너를 통과시킬 수 없어 경제적 실용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전문적 식격이 있는 인사는 러시아측이 “경원선” 서울-원산간의 복구에 관심을 가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 경원선은 50여년 잡초가 무성한 철로이고 이 복구에도 천문학적인 거액의 예산을 한국측이 투자해야 한다. 바로 여기에 남북철도 연결의 축제에 대해 우리의 국민적 반응이 목석같이 싸늘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철의 실크로드”의 메아리는 북한철도 실상 바로 알기에 기초한 정직한 홍보일까. 남북철도단절부분의 연결에서 한국은 경의선, 동해선의 이북부분을 단한번도 답사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남북철도 연결의 퍼포먼스는 다만 상징적 의미만 있는 전시용 쇼인가. 어느덧 4.19때 발포문제로 떠올랐던 최모내무장관의 뇌물주기의 묘기가 상기되었다. 그는 어설프게 촌지를 뿌리지 않는다. 출입자들에게 화투, 카드놀이를 하자고 한다. 그리고 1천, 1만원내기가 성차지 않는다고 판돈을 크게 높인다. 그다음 슬쩍 져주고 받는 사람은 정당하게 게임에서 딴 돈을 챙기는 것이 된다. 이것이 “져주는척”하는 비법이다. 그동안 남북관계에서는 햇볕정책이 서로 “속이고 속아주는 척 하는” 연출관계같이 보였다. 다만 그 이상한 노름판에서 남한내부에 친북과 반북의 국론분열을 일으켜 북한측이 역전극을 성공적으로 연출한 파국이 되었다. 최근 미국무부차관 애미티지는 김정일은 “Canny”한 사람이라고 했다. 이는 “빈틈없는 사람” 따라서 상대하기 피곤한 승부사라는 뜻일 것이다. 부시의 관점에서 오늘의 한반도의 남북에는 “this man”, “easy man”, 그리고 “canny man”간의 게임이 계속되고 있는 중이라 관전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렇게 북녘의 해우소 민생고를 헤아리게 되면 북한의 앞날이 보이기 시작한다. 신일철 (고려대 철학 명예교수 / 시민회의 고문) 출처 - "북한"지 2003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