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검찰견제론의 위험성 - 김석준
	2003-09-01
검찰견제론의 위험성 노무현 대통령과 강금실 법무장관의 연이은 검찰 견제 발언은 심히 우려할 일이다. 노 대통령이 전남 광양에서 한 발언은 호남지역 배려와 검찰견제를 의도한 정치적 발언이다. 이것을 행정적으로 뒷받침하고자 법무장관은 모스크바에서 검찰 수사 견제와 파격 인사를 통한 검찰견제의지를 천명했다. 이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 차원을 넘어 사법부의 독립마저 위협하는 일이다. 검찰이 불법정치자금비리를 파헤치면서 겨우 제자리를 찾아 국민의 신뢰를 얻고 있는데 이것을 거스르는 일을 의도적으로 벌이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들 비리에 대해 별 것도 아닌 문제로 조사를 받은 것�이라고 김 전 대통령을 비호하는 한편 검찰의 수사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막강한 권력이 누구의 감독도 받지 않는 검찰로 지속적으로 내버려두지는 않겠다�고 했다. 이것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매우 부적절하고 위험한 발언이다. 먼저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가 별 것도 아니라면 왜 국민들이 권력형 비리라고 분노했는가. 법원은 왜 그 사건을 유죄로 확정판결하고 검찰의 수사를 추인했는가. 이는 사법부의 존엄을 위협하는 발언이다. 이 발언을 노 대통령 개인이나 여당대표의 문제와 관련시킨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노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이 연루된 부동산 투기 의혹사건이 야당과 언론에 의해 제기되면서 대통령의 도덕성이 큰 타격을 받았다. 대통령 본인의 해명에도 의혹은 해소되지 못하고 야당의원에 대한 고발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불기소 처분으로 마무리지었다. 급기야 대통령이 야당의원과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전대미문의 일로 확산되었다. 게다가 정대철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는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 문제로 비화시켜 일을 크게 만들었다. 여기에 검찰에 대한 은밀한 지시하나가 뒤집어서 사고가 되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많은 것을 암시하고 있다. 상당한 오해와 위험을 내포한다. 지금 검찰은 불법 정치자금관련 사건에 대한 정치권 수사가 잘못될 경우 결국 수사권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수모를 겪게 될 처지에 있다. 이미 여러 차례의 특검 실시가 검찰에 그런 교훈을 주었다. 지금 검찰도 스스로의 위상을 되찾을 마지막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다. 그러기에 불법 정치자금과 권력비리 수사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혹시 여기에 대통령의 발언이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면 검찰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할 것이다. 파쇼 검찰이나 검찰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외부감찰의 필요성도 없지는 않다. 검찰의 독립과 검찰 견제는 상호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는 검찰에 대한 외부 견제보다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 더욱 중요하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도 취임 초 검찰에 전화도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만큼 검찰의 정치적 독립이 절실했다.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법질서를 지키는 최후 보루로 국민의 검찰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여기에 국민들은 공감했고 검찰도 스스로의 중립적인 위상을 정립하고 있는 중이다. 노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법무장관도 검찰수사를 견제하고 내년 3월 깜짝 놀랄 인사를 하겠다�고 검찰 길들이기에 나서서는 곤란하다. 표류하는 국정의 낮은 업적 가운데 그나마 치적으로 평가받는 검찰권 독립의 성과마저 스스로 뒤엎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검찰도 스스로 정치검찰의 오명을 벗고 정치적 독립을 지키길 바란다. 그렇지 못할 경우 법과 질서 역사와 국가를 지키고자 주권자인 국민들이 직접 나설 것이다. 김석준 (이화여대 행정학 교수 / 시민회의 공동대표) 출처 - 세계일보 2003. 9. 1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