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관심을 드러내고, 기존 12개 참가국들과의 예비 양자협의에 들어갔다. 비밀주의에 따라 진행되는 TPP 협상의 속성상 그간의 협상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양허와 규범을 둘러싼 기존 참가국들의 다양한 속내와 한국 정부에 대한 요구사항들을 들어볼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정부는 한국의 TPP 참여조건과 이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져보고 내부 공론화 과정을 거쳐 TPP ‘참여 선언’ 혹은 ‘불참’이라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물론 우리가 참여를 선언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TPP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참가국의 승인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또한 최소한 3~4개월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정부의 행보에 ‘너무 뜸들이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의 고민도 적지 않다. ‘외교통상’에서 ‘산업통상’으로 통상정책의 기조가 바뀌면서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의 최소화’에 상당한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TPP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작업을 진행하면서 국내 산업계와 이해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고, 나아가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이자 FTA 협상이 진행 중인 중국의 입장도 배려하려다 보니 ‘더 이상은 도저히 늦추기 어려운 지금의 시점’에 이른 것이다.
TPP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나라들이 관세 철폐를 넘어 지구촌 경제를 이끌어 갈 무역·투자 관련 각종 규범과 표준을 만들어가는 장이다. 특히 아·태 지역 통일 원산지 규정이 성공적으로 도입된다면 역내 생산 분업이 가속화되면서 이 지역의 생산 공급망 또한 더욱 고도화될 전망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한국의 TPP 참여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많은 통상전문가들이 입을 모은다. 소비와 투자의 부진이 만성화 조짐마저 보이는 한국 경제가 TPP라는 거대한 파도 위에 과감하게 올라타지 않고서는 그나마 성장을 견인해 온 수출마저 어려워져 자칫 캄캄한 물 밑으로 가라앉게 될지도 모른다.
협상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도 예상된다. 자동차나 부품·소재, 일반 기계류 등 일본의 비교우위 제품이나 영연방 3개국(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농축산물 개방 압력이 거세질 것인 만큼 피해산업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소비자 후생과 수출기업의 이익이 간과돼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의 FTA 경험에서 보듯이 개방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항상 큰 반면 다수의 수혜자들은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산업통상’이 자칫 소리 없는 다수의 이익을 외면하고 개방의 피해만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곤란하기에 하는 말이다.
세계 통상질서가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국가 간 분쟁해결센터의 역할 정도에 머물게 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은 서방 선진국 위주의 국제무역질서 복원을 꾀하고 있다. 미국과 EU 사이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과 함께 미국은 TPP, EU는 일본과의 FTA를 통해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거대한 FTA 삼각편대를 완성할 태세다. 특히 미국과 EU는 국제표준 선점을 위해 각축을 벌이며 글로벌 규범 제정자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정부와 업계는 표준과 기술규범, 환경규제, 지식재산권 등 한국의 주력 수출상품에 대한 주요 교역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비하면서 해외 생산거점의 재편과 품목 및 시장의 다변화,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한 동태적 경쟁우위 확보에 온 힘을 쏟아야 할 때다.
정부는 최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관심을 드러내고, 기존 12개 참가국들과의 예비 양자협의에 들어갔다. 비밀주의에 따라 진행되는 TPP 협상의 속성상 그간의 협상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양허와 규범을 둘러싼 기존 참가국들의 다양한 속내와 한국 정부에 대한 요구사항들을 들어볼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정부는 한국의 TPP 참여조건과 이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져보고 내부 공론화 과정을 거쳐 TPP ‘참여 선언’ 혹은 ‘불참’이라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물론 우리가 참여를 선언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TPP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참가국의 승인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또한 최소한 3~4개월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정부의 행보에 ‘너무 뜸들이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의 고민도 적지 않다. ‘외교통상’에서 ‘산업통상’으로 통상정책의 기조가 바뀌면서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의 최소화’에 상당한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TPP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작업을 진행하면서 국내 산업계와 이해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고, 나아가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이자 FTA 협상이 진행 중인 중국의 입장도 배려하려다 보니 ‘더 이상은 도저히 늦추기 어려운 지금의 시점’에 이른 것이다.
TPP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나라들이 관세 철폐를 넘어 지구촌 경제를 이끌어 갈 무역·투자 관련 각종 규범과 표준을 만들어가는 장이다. 특히 아·태 지역 통일 원산지 규정이 성공적으로 도입된다면 역내 생산 분업이 가속화되면서 이 지역의 생산 공급망 또한 더욱 고도화될 전망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한국의 TPP 참여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많은 통상전문가들이 입을 모은다. 소비와 투자의 부진이 만성화 조짐마저 보이는 한국 경제가 TPP라는 거대한 파도 위에 과감하게 올라타지 않고서는 그나마 성장을 견인해 온 수출마저 어려워져 자칫 캄캄한 물 밑으로 가라앉게 될지도 모른다.
협상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도 예상된다. 자동차나 부품·소재, 일반 기계류 등 일본의 비교우위 제품이나 영연방 3개국(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농축산물 개방 압력이 거세질 것인 만큼 피해산업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소비자 후생과 수출기업의 이익이 간과돼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의 FTA 경험에서 보듯이 개방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항상 큰 반면 다수의 수혜자들은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산업통상’이 자칫 소리 없는 다수의 이익을 외면하고 개방의 피해만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곤란하기에 하는 말이다.
세계 통상질서가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국가 간 분쟁해결센터의 역할 정도에 머물게 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은 서방 선진국 위주의 국제무역질서 복원을 꾀하고 있다. 미국과 EU 사이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과 함께 미국은 TPP, EU는 일본과의 FTA를 통해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거대한 FTA 삼각편대를 완성할 태세다. 특히 미국과 EU는 국제표준 선점을 위해 각축을 벌이며 글로벌 규범 제정자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정부와 업계는 표준과 기술규범, 환경규제, 지식재산권 등 한국의 주력 수출상품에 대한 주요 교역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비하면서 해외 생산거점의 재편과 품목 및 시장의 다변화,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한 동태적 경쟁우위 확보에 온 힘을 쏟아야 할 때다.
허윤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한국경제 2013.12.13 시론
<원문>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3121204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