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중국·러시아를 비롯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유럽의 주요국을 상대로 적극적인 정상 외교를 추진한 결과 우리의 대북(對北) 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를 드높이고 지지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동북아시아 평화 협력 구상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로 외연을 확대하면서 북한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유도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대안으로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3년 하반기부터 국제사회, 특히 한반도 주변국들의 근본적인 정책 변화로 인해 박근혜정부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추진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큰 틀에서 미·중 관계가 새롭게 형성되면서 그 여파로 동아시아·서태평양에서 각국은 치열하게 자국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북핵 문제를 비롯한 북한 이슈가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협했던 시기를 벗어나 정책의 상수적 환경으로 여겨지던 강대국들 간의 역학관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면서 우리의 대외(對外) 관계 및 대북 정책의 주요 목표와 추진 전략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됐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핵심은 수세적이거나 기다리는 정책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신뢰를 구축해 나감으로써 대북 정책의 긍정적 추진 환경을 조성하려는 평화 공세적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정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 대한 진정성을 과시하고 호의적인 지지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한 수순에서 사전 조치를 강조하는 미국과의 공조를 지속하면서도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할 수 있는 미·중 간의 공감대를 가시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대화를 위한 대화의 한계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위한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 자세를 보여주는 게 당사자인 우리의 역할임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북한의 긍정적 반응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도 마다할 필요가 없다. 개성공단 정상화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협상 과정에서 신뢰 프로세스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으나 북한의 경직성과 불안정한 정세로 난관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새로운 제의와 함께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을 의도적으로 조성하거나 악의적으로 활용하지 않음을 분명히해야 한다. 지금 한창 벌어지고 있는 장성택을 포함한 ‘종파(宗派)세력 숙청’에 따른 북한 내부의 권력 변동에 대해서도 사실 판단 및 정책 추진과는 별개임을 분명히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적인 정책 환경이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이미 대북 정책을 비롯한 안보외교 정책은 국내 정치의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이미 국내 정치의 한 축이 됐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때는 대북 정책의 탈(脫)정치화·탈정쟁화를 기대했으나 우리 국내 정치의 속성상 더 이상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음을 전제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2012년 대선이 끝난 후 1년이 됐음에도 이를 승복하지 않고 문제를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배경에는 대북 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이 자리잡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철학적 기반과 진정성을 유지하면서 정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 범정부 차원에서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를 감안한 정책 진단과 새로운 제언을 제시할 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 특별위원회는 우리 정부가 6자회담에 나설 명분과 비핵화를 달성할 전략을 제시하고 남북대화의 재개와 5·24 조치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한 근본적이고 생산적인 재검토를 통해 국민을 설득할 수 있고 주변국의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을 만큼 합리적이어야 한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엄연한 분단 상황에서 교각살우(矯角殺牛)를 범할 위험성이 큰 국가정보원 개혁 작업에 쏟는 노력 대신에 몇 배 더 시급하고 중대한 국가 차원의 과제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 지혜를 결집하는 데 정부와 여야(與野) 모두 합심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중국·러시아를 비롯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유럽의 주요국을 상대로 적극적인 정상 외교를 추진한 결과 우리의 대북(對北) 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를 드높이고 지지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동북아시아 평화 협력 구상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로 외연을 확대하면서 북한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유도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대안으로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3년 하반기부터 국제사회, 특히 한반도 주변국들의 근본적인 정책 변화로 인해 박근혜정부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추진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큰 틀에서 미·중 관계가 새롭게 형성되면서 그 여파로 동아시아·서태평양에서 각국은 치열하게 자국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북핵 문제를 비롯한 북한 이슈가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협했던 시기를 벗어나 정책의 상수적 환경으로 여겨지던 강대국들 간의 역학관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면서 우리의 대외(對外) 관계 및 대북 정책의 주요 목표와 추진 전략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됐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핵심은 수세적이거나 기다리는 정책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신뢰를 구축해 나감으로써 대북 정책의 긍정적 추진 환경을 조성하려는 평화 공세적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정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 대한 진정성을 과시하고 호의적인 지지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한 수순에서 사전 조치를 강조하는 미국과의 공조를 지속하면서도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할 수 있는 미·중 간의 공감대를 가시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대화를 위한 대화의 한계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위한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 자세를 보여주는 게 당사자인 우리의 역할임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북한의 긍정적 반응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도 마다할 필요가 없다. 개성공단 정상화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협상 과정에서 신뢰 프로세스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으나 북한의 경직성과 불안정한 정세로 난관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새로운 제의와 함께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을 의도적으로 조성하거나 악의적으로 활용하지 않음을 분명히해야 한다. 지금 한창 벌어지고 있는 장성택을 포함한 ‘종파(宗派)세력 숙청’에 따른 북한 내부의 권력 변동에 대해서도 사실 판단 및 정책 추진과는 별개임을 분명히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적인 정책 환경이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이미 대북 정책을 비롯한 안보외교 정책은 국내 정치의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이미 국내 정치의 한 축이 됐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때는 대북 정책의 탈(脫)정치화·탈정쟁화를 기대했으나 우리 국내 정치의 속성상 더 이상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음을 전제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2012년 대선이 끝난 후 1년이 됐음에도 이를 승복하지 않고 문제를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배경에는 대북 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이 자리잡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철학적 기반과 진정성을 유지하면서 정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 범정부 차원에서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를 감안한 정책 진단과 새로운 제언을 제시할 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 특별위원회는 우리 정부가 6자회담에 나설 명분과 비핵화를 달성할 전략을 제시하고 남북대화의 재개와 5·24 조치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한 근본적이고 생산적인 재검토를 통해 국민을 설득할 수 있고 주변국의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을 만큼 합리적이어야 한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엄연한 분단 상황에서 교각살우(矯角殺牛)를 범할 위험성이 큰 국가정보원 개혁 작업에 쏟는 노력 대신에 몇 배 더 시급하고 중대한 국가 차원의 과제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 지혜를 결집하는 데 정부와 여야(與野) 모두 합심해야 한다.
유호열 (고려대 인문대 교수·북한학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문화일보 2013. 12. 10 오피니언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1210010330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