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의사를 밝힌 이후 농업이 또 시름에 빠져들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협상이 시작도 안된 상황에서 반대부터 하고 나섰다. 우루과이라운드(UR) 이래 한국 농업은 시장개방에 따른 몸살을 앓아 왔다. TPP보다 더 큰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진행되고 있고, 2015년부터는 쌀 관세화도 예정돼 있다. 2014년은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이행과정에 겪었던 엄청난 사회적 갈등이 또다시 폭발하는 한해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시장개방을 외면하고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은 대부분의 국민이 공감한다. 그렇지만 정부가 시장개방으로 피해를 보는 농업을 비롯한 취약부문에 대해 적절한 대응책을 추진해 왔는지 의문이 든다. WTO 체제 이후 우리 농업은 축소지향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농가소득도 정체됐다. 식량자급률도 지속적으로 하락해 식량안보가 위협받을 지경이 됐다. 더욱이 농업에 비전을 가지지 못하는 이농 현상이 계속되면서 농촌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물론 정부가 농업·농촌·농업인을 위해 수수방관하고만 있었다는 것은 아니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왔고, 농업인을 위한 보호제도를 광범위하게 운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일부 농업부문은 경쟁력을 가지고 나름의 기반을 구축해 가고 있기는 하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이 정도의 농업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농업에 대한 국민의 애정과 정부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TPP를 비롯해 각종 시장개방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경쟁력이 높은 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이해타산을 따지고, 농업부문은 당연한 피해분야로 규정하고 소극적인 보호 혹은 방어대책 마련에 연연하는 기존의 협상 전략이 바람직하냐에 대해서는 제대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아시아에서 전개되는 중국과 일본, 중국과 미국 간의 군사적·정치적·경제적 갈등이 심상치 않다. 중국이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에 우리나라의 이어도를 포함시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도 이러한 정세 변화에 무관하지 않다.
세계경제는 국제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보호무역주의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위기의 순간에는 식량 등 농산물은 핵심적인 안보영역에 속하고, 이는 국민의 생존에 직결된 영역이다. 따라서 농업은 무역에 따른 제조업의 이익을 위해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전제하고 협상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농업과 농업인에게뿐만 아니라 국익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시장개방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왔던 농업에 대한 수세적 입장은 무엇보다 농업에 대한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비전을 제대로 가지고 있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 WTO 체제 이후 20년을 허송하고 쌀 관세화와 관련한 입장과 전략도 아직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무대책에(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정부의 처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걱정과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장개방으로 피해를 볼 농업인을 ‘우는 아이 달래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 위에서 농업의 존재를 명확히 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다각적인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 시장개방 협상도 이러한 정책의 연장선에서 추진될 때 농업인이 더는 소외되지 않고 한국 농업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는 성공적인 협상이 될 것이다.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의사를 밝힌 이후 농업이 또 시름에 빠져들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협상이 시작도 안된 상황에서 반대부터 하고 나섰다. 우루과이라운드(UR) 이래 한국 농업은 시장개방에 따른 몸살을 앓아 왔다. TPP보다 더 큰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진행되고 있고, 2015년부터는 쌀 관세화도 예정돼 있다. 2014년은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이행과정에 겪었던 엄청난 사회적 갈등이 또다시 폭발하는 한해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시장개방을 외면하고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은 대부분의 국민이 공감한다. 그렇지만 정부가 시장개방으로 피해를 보는 농업을 비롯한 취약부문에 대해 적절한 대응책을 추진해 왔는지 의문이 든다. WTO 체제 이후 우리 농업은 축소지향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농가소득도 정체됐다. 식량자급률도 지속적으로 하락해 식량안보가 위협받을 지경이 됐다. 더욱이 농업에 비전을 가지지 못하는 이농 현상이 계속되면서 농촌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물론 정부가 농업·농촌·농업인을 위해 수수방관하고만 있었다는 것은 아니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왔고, 농업인을 위한 보호제도를 광범위하게 운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일부 농업부문은 경쟁력을 가지고 나름의 기반을 구축해 가고 있기는 하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이 정도의 농업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농업에 대한 국민의 애정과 정부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TPP를 비롯해 각종 시장개방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경쟁력이 높은 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이해타산을 따지고, 농업부문은 당연한 피해분야로 규정하고 소극적인 보호 혹은 방어대책 마련에 연연하는 기존의 협상 전략이 바람직하냐에 대해서는 제대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아시아에서 전개되는 중국과 일본, 중국과 미국 간의 군사적·정치적·경제적 갈등이 심상치 않다. 중국이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에 우리나라의 이어도를 포함시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도 이러한 정세 변화에 무관하지 않다.
세계경제는 국제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보호무역주의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위기의 순간에는 식량 등 농산물은 핵심적인 안보영역에 속하고, 이는 국민의 생존에 직결된 영역이다. 따라서 농업은 무역에 따른 제조업의 이익을 위해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전제하고 협상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농업과 농업인에게뿐만 아니라 국익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시장개방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왔던 농업에 대한 수세적 입장은 무엇보다 농업에 대한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비전을 제대로 가지고 있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 WTO 체제 이후 20년을 허송하고 쌀 관세화와 관련한 입장과 전략도 아직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무대책에(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정부의 처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걱정과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장개방으로 피해를 볼 농업인을 ‘우는 아이 달래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 위에서 농업의 존재를 명확히 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다각적인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 시장개방 협상도 이러한 정책의 연장선에서 추진될 때 농업인이 더는 소외되지 않고 한국 농업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는 성공적인 협상이 될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농민신문 2013. 12. 9 김용하칼럼
<원문>http://www.nongmin.com/article/ar_detail.htm?ar_id=226147&subMenu=articleto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