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社 상장 정치논리 배제돼야 - 최병일
	2003-08-28
생보社 상장 정치논리 배제돼야 경제 운영에 정치논리가 개입되는 경우, 그 무리수의 파장은 그 한 건으로 그 치지 않는다. 정부가 일부 특정 계층의 이해 득실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 건전 한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정책들을 입안하기 시작하면 또 다른 목소리 큰 이익집단도 그들만의 이익을 반영하기 위한 로비활동을 강화시키게 될 것이다. 그 결과 모든 사회 구성원이 생산적인 활동은 등한시하고 다른 사람의 몫을 자 기로 돌리는 재분배 활동에 몰두하게 만들어 경제구조는 동맥경화증에 걸려 성 장의 활력을 잃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보다 앞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길로 달려 나갔던 선진국 들의 역사적 경험임은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올슨(Olson)이 '국가의 흥망'(The Rise and Decline of Nations, 1982)에서 증언하고 있다. 국제기구들의 원조를 받는 개도국의 딱지를 뗀 지 얼마 안된 한국이 이러한 동맥경화증에 걸렸다는 증상은 최근 들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 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수 년을 끌어오던 국내 생명보험회사(생보사)의 상장 시한이 임박해지면서 가열되고 있는 상장기준 논란은 한국 자본주의 시장경제 의 시험대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엄연히 주식회사로 설립, 운영되어 온 생보사는 현행 법에 존재하는 주식회사 상장요건만 충족시키면 상장을 할지 말지는 그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겨야 한다. 일부 주장처럼 상장이익을 채무자에 불과한 계 약자들에게 돌려주어야 하는지 그 논거는 희박하다. 자기 돈은 하나도 없이 5개 은행에서 1억원씩 빌려 5억원짜리 집을 산 사람이 몇 년 후 그 집을 10억원에 판다면 그 은행들에도 시세차익을 돌려주라는 것과 다름없는 어거지 논리다. 은행은 원금과 이자만 회수하면 법적 계약관계는 깨 끗이 정리되는 것이다. 자기 자본은 하나도 안 들이고 떼부자가 되었으니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고? 만 약 그 사람이 집을 다른 곳에 샀다면 아마 3억원으로 떨어져 은행 채무를 제대 로 갚지 못했을 수도 있고, 같은 집이라도 때를 잘못 만났으면 구입가보다 더 떨어졌을 수도 있다. 그럼 그 때도 채무자인 은행들이 그 사람의 손실을 나눌 것인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주식회사의 주주는 유한한 경영위험을 진다. 수익이 비 용보다 많아 이익이 남을 수도 있고 비용이 수익을 초과해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경영능력이 최종 잉여를 결정한다. 생보사의 어떤 계약자도 이러한 경영위험을 공유한 적이 없다. 생보사의 경영 상황이 악화되거나 파산했을 때 계약자는 생보사에서 지급받는 보험금을 삭감 당하거나 생보사에 더 많은 보험료를 납입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98년 외환위기 와중에 국제, 고려 등 4개 생보사가 퇴출되는 상황에서도 계약 자는 보험금을 전액 보장받았고 보험료를 추가 납부하지 않았다. 제일생명을 인수한 알리안츠의 인수대금은 모두 주주에게 돌아갔지 계약자에게 도 배분된 적이 없다. 이 모든 사례는 일부에서 주장하는 '국내 생보사의 상호 회사적 성격' '계약자의 경영위험 공유' 등은 아무런 실증법적 근거도 없고 논 리도 없는 궤변임을 입증한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주식회사 형태의 생보사가 상장 또는 매각시 보험계약자에 게 주식 배분 등을 통해 이익을 배분하거나 다른 형태의 혜택을 부여한 사례가 없다. 아무런 실증법적 근거도 없는 애매한 기준을 만들어 그 기준에 맞추어 상장하 라고 하면 회사는 상장을 포기하고 주주들은 행정당국을 상대로 소송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든 실증법적ㆍ경제적 기준을 다 가지고 들여다 봐도 생보사의 상장은 일반 주식회사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정서를 이유 로 이른바 '가진 자의 양보'를 이끌어 내고자 한다면 역사는 오늘을 '동맥경화 증'의 심각기로 규정하고 잘 나가던 한국 경제가 왜 침몰했는가 하는 사례로 두고두고 연구하게 될 것이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 시민회의 사무총장) 출처 - 매일경제 2003. 8. 28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