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혁신 성공하려면 - 김동욱
	2003-08-17
정부혁신 성공하려면 참여정부의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는 14일 전자정부 로드맵을 끝으로 참여정부가 해야 할 정부혁신 과제와 추진일정 등의 청사진을 모두 확정했다. 이제는 실천과제별로 정교한 추진전략을 마련하고 실천력을 확충해가는 과제가 남았다. 그러나 정부혁신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역대 정부 출범 때마다 개혁을 외쳤음에도 정부 운영의 틀이 크게 바뀌지 않았고, 엄청난 경제위기 아래에서 추진된 김대중 정부의 정부혁신작업도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았던가. 정부는 지난해 11월 민원서비스혁신시스템을 구축하면서 행정기관에서 제출할 민원첨부서류를 대폭 폐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민원인이 해당지역 주민이 아닌 경우 여전히 주민등록등본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원업무가 개선됐다는 행정자치부 장관이나 국장의 발언과 달리 실제 많은 민원인의 불편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가 새로운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새로운 업무절차를 만들면 즉각 전국의 수십만 공무원들이 이에 따라 일하리라고 믿는 것은 지나치게 소박한 태도이다. 다양한 법규와 관행, 그리고 공직집단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태에서 특정 업무나 절차의 몇 가지 개선이 곧바로 국민 편의의 증진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지난 10여년간 정부가 추진한 수많은 업무개선이나 규제완화 조치도 상급기관에서 고려하지 못한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작동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공무원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정부혁신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 이 점에서 노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공무원 스스로의 개혁을 강조하는 것은 적절하다. 다만 개혁의 당위성만 강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중앙부처 장관에서부터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산하단체, 업무위탁 민간기업 등 최종 대민접촉 창구까지 모든 과정의 업무, 권한, 정보, 통제 흐름을 이해하고 새로운 개선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장경험이 풍부하고 제도문제를 고민하는 공무원들의 참여가 정부혁신 성공의 관건이다. 지금까지 창안이나 우수공무원 발탁인사, 예산절감에 대한 포상 등이 있었지만 공무원들이 업무개선을 위해 새로운 과제를 발굴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데 충분한 인센티브가 주어졌다고는 보기 어렵다. 폐쇄적인 충원, 1∼2년마다 보직을 변경하는 순환보직제, 형식적인 근무평정, 미미한 성과급이나 포상금, 서열위주의 승진 관행, 기술직과 특정직의 차별, 중복적이고 처벌 위주의 감사 등은 공직사회에서 업무혁신 노력의 싹을 짓밟는 결과를 낳아 왔다. 그 결과 대다수 공무원들은 현상유지의 행동을 하고 있고 혁신적인 행동을 하는 소수의 공무원은 언론에 화젯거리로 소개되는 실정이다. 정부혁신 기획집단은 이러한 공직사회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개선해 나가는 세부추진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아파트 재건축허가업무를 예로 든다면 재건축조합, 안전진단회사, 건설회사, 설계회사, 시-군-구 허가담당부서, 시-도, 건설교통부 등의 이해관계, 법규와 지침, 선례-관행 등을 분석해 문제를 파악하고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사항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 지식과 분석작업 없이 기존 제도와 관행을 고쳤다가는 더욱 큰 문제를 야기하고 이해 당사자들의 불신과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따라서 시-군-구 공무원, 건설교통부 공무원, 건설업자들이 재건축업무혁신 추진전략 작성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제 섣부른 결론을 미리 내리고 하는 토론회나 결정을 미루는 토론회는 지양돼야 한다. 정부혁신 기획집단은 많은 공무원과 공공업무를 대행하는 민간부문의 전문가들을 만날 필요가 있다. 세부혁신 주제별로 민간과 공공부문의 관리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회의에서 실제 국민에게 서비스를 해야 하는 사람들의 실천의지와 전략, 그리고 집행수단을 결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결정된 내용을 현장공무원들이 책임지고 실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金東旭 (서울대 행정학 교수 / 시민회의 바른행정운동본부 정책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3. 8. 16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