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의 양면성, 국민의 선택 - 김태기
	2003-08-11
주5일제의 양면성, 국민의 선택 일자리 만들 新산업 개발을 …중소기업 지원책 병행돼야 주5일제 도입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주5일제 도입이 국민들이 살기가 더 나아지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렸다는 후회로 이어질지는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주5일제 도입이 어려운 선택이라는 점은 일반 국민들도 공감할 것이다.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좋지만 자기 직장이 그 부담을 견딜 수 있을지, 자영업자들은 주5일제 도입이 영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필자는 주5일제가 갖고 있는 양면성 중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살려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주5일제의 도입으로 우리나라가 발전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첫 단추를 잘 끼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먼저 주5일제 법안 처리에 있어서 노사정은 지금까지 보여왔던 사사건건 대립하는 자세를 지양,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방향에서 대승적인 생각으로 협상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주5일제 도입은 노동계가 오랫동안 요구해왔던 과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주5일제 도입 그 자체만으로 노동계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노동계는 주5일제 실시 방법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유연한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5일제에 대한 정부안은 국민적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하고, 또한 중소기업들은 도입 자체조차 반대하는 사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주5일제를 한국사회에 독(毒)이 아니라 약(藥)이 되도록 만드는 데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주5일제 도입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정부가 이 문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협소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노동문제의 일환으로 주5일제 문제에 접근, 도입 그 자체에 매달리다 보니 국민들의 경제 활동과 일상 생활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 예를 들어 정부는 주5일제 실시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지만, 이것을 구체화해 어떻게 일자리를 늘릴 것인지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 정부는 주5일제가 국민들의 삶의 질도 향상시킨다고 하지만 여가생활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제대로 논의하지 못했다. 게다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의 근로조건 격차를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이 현실인데도,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도 별로 내놓지 못했다. 주5일제 실시가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려면 범부처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 주5일제는 기업활동뿐만 아니라 개인 생활의 변화를 촉진하게 되므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기반을 최대한 많이 찾아야 할 것이다. 예들 들면 가사생활 지원산업, 비즈니스 지원산업 등 신 산업을 개발하고, 기존의 문화관광 산업이 저렴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주5일제 실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가중되는 반면 중소기업 근로자의 소득은 저하될 수 있으므로 인력풀제나 프리랜스제 등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 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재래시장이나 구멍가게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이므로 이들 영세업체의 구조조정이나 전업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물론 기업도 주5일제 도입을 계기로 경영 관행의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경영관행을 바꾸기 위해서는 종업원은 물론 경영자의 의식 변화가 필수적이다. 또한 인사 및 조직 전반의 문제점을 점검, 이를 계기로 근로자들의 사기를 높이고 각종 비효율적인 부문을 고치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5일제 도입을 지나치게 다툼과 논쟁의 소재로 삼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려는 자세가 절실하다. 김태기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소장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조선일보 2003. 8. 9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