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 리더십에 달렸다 - 사공일
	2002-05-13
국가경쟁력, 리더십에 달렸다 무한경쟁을 불가피하게 하는 세계화 추세의 가속화와 함께 '국가경쟁력'이란 용어에 자주 접하게 된다. 국제경제 무대에서의 경쟁은 기업들간에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기업들이 배양되는 토양과 환경이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국가경쟁력이란 개념이 생기게 된 것이다. 정부 부문 비효율 수두룩 선거철을 맞고 있는 우리 모두는 정치 리더십이 이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일본 경제와 빠르게 떠오르고 있는 중국 경제를 보면 정치 리더십과 정부의 역할이 국가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중국 국민에게 더 잘 살 수 있다는 비전의 제시와 함께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하게 추진한 경제체제와 각종제도의 개혁을 통해 국민 모두에게 동인(動因)을 제공하고, 기업 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중국이 필요로 하는 자본과 기술, 그리고 판매망을 갖고 있는 세계적 외국기업들을 최대한 유치하려는 세계화시대에 걸맞은 미래지향적 안목을 가진 정치 리더십과 정부의 역할이 없었다면 오늘의 중국 경제가 있을 수 있겠는가. 반면에 세계 경제환경이 오늘날과 판이하게 달랐던 전후 상당 기간 누렸던 경제적 성공으로 일본은 세계 제일이란 자만에 빠졌다. 일본 국민과 기업들에 일본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2류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고취하면서 정치적으로 인기 없고 고통스러운 경제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정치지도력의 부재가 바로 오늘의 심각한 '일본 문제' 아닌가. 얼마전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간한 2001년 세계경쟁력 보고서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전체 49개국 중 28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돼있다. 아직도 우리는 국가경쟁력이란 측면에서 보면 환란 전인 1995년의 26위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 부문의 효율성 면에서는 31위로 평가돼 있다. 이것은 우리 정부가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게 하는 꼴이 돼있다는 것을 뜻한다. 정부 부문의 비효율성은 그 자체도 문제지만 기업 등 여타 부문의 비효율성을 유발해 국가경쟁력을 간접적으로 잠식하게 된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이제 얼마 있지 않아 대통령선거를 치르게 된다. 우리 국민 모두는 오늘날의 중국과 일본을 보며 국가경쟁력을 크게 제고할 수 있는 비전 있는 정치지도력을 이번 선거를 통해 창출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현재 부상하고 있는 대통령후보들에게 선거운동기간에 앞으로 국가가 지향해야 할 비전과 그 구체적인 실천방안의 제시를 강요하고 그것을 기초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물론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경제부문 자체의 개혁과 구조조정은 지속돼야 한다. 그러나 경제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정치.사회.문화.교육 등 주요 부문별 개혁방안을 제시하도록 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특히 현재 무너져 있는 사회기강과 실추된 사회적 신뢰기반을 바로 세움으로써 우리 사회의 모든 거래 비용을 줄이는 구체적 방안을 내놓게 해야 한다. 사회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공권력 행사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 방안에 관한 공약도 얻어내야 한다. 大選후보 비전에 초점을 이와 아울러 지식기반사회와 세계화시대에 걸맞은 교육제도 확립과 지속적인 국민의식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도 밝혀져야 한다. 정치권력구조 개선과 함께 거의 해마다 치러야 하는 각종 선거 사이클의 조정, 정치인의 부정한 돈 마련을 강요하게 하는 현재의 지역구와 정당 운영체제의 개선, 궁극적으로 기업의 원가부담을 줄여주게 될 투명한 선거공영제의 실시 등에 관한 청사진도 제시돼야 한다. 또한 정부 부문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현재 약화돼 있는 정부정책의 기획.조정 기능의 강화를 위한 정부조직개편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밝혀야 한다. '장님이 장님을 인도하면 둘 다 구렁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성경 구절을 우리 국민 모두가 생각할 때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 시민회의 고문) 출처 - 중앙일보 2002. 5. 13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