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근로자 過보호 문제 - 이형만
	2003-08-04
정규직 근로자 過보호 문제 99년에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평가한 우리나라 노사관계 국가경쟁력은 조사대상 47개국 가운데 46위로 꼴찌에 가깝다. 경쟁력이 이렇게 낮게 평가된 것은 인력조정(해고), 근로시간, 임금 등 분야의 경직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정규 직과 임시직을 포함할 경우 27개국 중 17위로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런데 왜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그토록 문제시되고 있을까. 그 답은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지나친 고용 보호에서 찾을 수 있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규직의 경우 해고의 유연성은 27개국 중 26 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따라서 기업 구조조정과 외국인투자 유치를 저해하는 노동시장의 경직성 문제 는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과도한 보호를 어떻게 줄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상의 해고제한 규제를 완화해 노동시장의 신진대사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제는 노사간의 합의를 기대할 수 없어 언제 실현될지 가늠하기 어 렵다. 그렇다면 속수무책으로 방관만 하고 있을 것인가. 이와 관련해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조장하고 있는 소득세법 규정을 주목할 필요 가 있다. 세법 규정은 가급적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고 중립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바람 직한 데도 불합리한 세법 규정 때문에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약화시키고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퇴직소득 공제금액은 근속연수가 늘수록 소득공제 금액이 많아지는 구 조를 갖고 있다. 근속연수 5년 이하는 연 30만원씩 공제하고, 5년 초과 10년 이하의 경우 5년 초과 근속연수에 대해 연 50만원을 공제한다. 10년 초과 20년 이하의 경우에는 10년 초과 근속연수에 대해 연 80만원을, 20 년 초과의 경우에는 20년 초과 근속연수에 대해 연 120만원을 공제해 주는 4단 계 초과누진공제제를 두고 있다. 이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근속연수가 길수록 퇴직소득세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 를 채택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세제는 결국 정규직 근로자에게 유리하고,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상대적 으로 불리한 구조다. 즉 근속연수가 짧은 계약직 등 비정규직에는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무겁고 근 속연수가 긴 정규직 근로자는 세 부담이 가볍게 되는 구조인 것이다. 이와 같이 소득세 부담이 근속연수에 따라 달라지면 세제의 시장중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노동시장에 있어서 근속연한에 따른 과도한 세 부담 차별은 노동 이동을 인위 적으로 제약해 노동시장을 더욱 경직시키게 마련이다. 만약 근속연수에 매 1년당 퇴직소득 금액을 평준화해 일정하게 책정하면 근속 연수에 따른 세 부담의 차별이 없어져 시장중립성이 확보될 수 있다. 종신고용 관행이 우리보다 일반화되어 있는 일본도 퇴직소득 공제금액이 근무 연수 20년까지는 1년당 일률 적으로 40만엔으로 정해져 있고 20년을 넘을 경우 초과 1년당 70만엔으로 규정되어 있다. 우리는 일본보다 근속연수가 길고 짧으냐에 따라 소득세 부담의 격차를 현격하 게 벌려놓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퇴직소득세제는 글로벌시장의 경영환경과 맞지 않을 뿐만 아 니라 정보화시대의 노동시장 여건 변화와도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장기고용을 촉진하는 세제는 노동시장의 퇴출 장벽을 높이고 노동이동에 따른 과다한 비용부담을 초래해 노동시장에서의 자동적인 수급조절 능력을 약화시키 게 마련이다. 장기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는 일본도 최근 근무연수 20년을 기준으로 한 소 득공제 금액 차등화마저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 다. 세제 측면에서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조장하는 현 퇴직소득 공제제도는 하루속 히 고쳐져야 한다. 근속연한에 따른 4단계 초과누진공제제도를 단계적으로 완화해 근속연수 다과 에 따른 세 부담의 차별이 없도록 세제가 개편되어야 한다. 근무연한이 긴 근로자에 대한 과도한 소득세 감세는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저 항을 키우게 마련이고 노동시장의 순환이 그만큼 정체돼 인적자원의 비효율적 운영을 초래한다. 정규직 근로자 시장의 유연성이 뒤떨어진 나라에서 소득세제마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부채질한다면 기업경쟁력이 높아질 리 없고, 외국인 투자가 늘어날 리 없다. 이형만 (노벨과 개미 부회장 / 시민회의 경영환경개선운동본부 정책위원) 출처 - 매일경제 2003. 8. 4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