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불시대 말보다 실천이다 - 노부호
	2003-08-04
2만불시대 말보다 실천이다 수출액 등 구체적 목표 필요…위기의식 느끼며 행동해야 2만달러 국민소득의 시대를 열자는 말이 지금 우리에게 하나의 화두가 되고 있다. 어느 조직이든 성공하려면 누구나 공유하는 전략적 과제를 비전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그 비전을 어떻게 실천하느냐 하는 행동이다.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우선 우리가 추구할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우리는 60~70년대에 수출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함으로써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도약했다. 수출 외에도 상위 3000대 기업의 경제적 부가가치(EVA)라든지 외국인 직접투자액(FDI) 같은 중요하고 구체직인 목표지표 2~3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구체적 목표가 설정되면 정부·기업·국민의 관점에서 이를 달성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한 아이디어를 끌어내야 한다. 정부가 할 수 있는 행동적 조치들 중에는 규제완화, 노사관계의 유연성 제고, 법인세 인하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조치들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기업 측면에서는 보다 인간적인 경영을 통해 노사관계를 개선하는 조치들이 취해져야 하고, 국민들 관점에서는 집단이기주의적 태도를 지양하고 보다 개방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렇게 각 분야가 힘을 합쳐 비전·목표·행동을 일관성 있게 엮어 나가야 한다. 국가경영을 기업에 비유하자면 최고경영자가 비전을 종업원과 어떻게 공유하느냐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93년 ‘질(質) 경영’을 선언하면서 세계적 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었다. 그 성공비결은 철저한 행동지향적 조치와 구체적인 언어로 질 경영의 비전을 종업원과 공유했던 점이다. 삼성은 12시간 애프터서비스(A/S) 체제를 유지하고 제품 교체까지 해주면서 많은 인력과 자금을 투자하였다. 일부에서 이렇게 하다간 회사가 망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우려하자, 이건희 회장이 “회삿돈이 고갈된다면 내 개인 돈을 낼 테니 걱정하지 말고 하라”고 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처럼 톱은 보다 구체적이고 행동지향적인 언어로 이야기할 때 추진력이 생기는 것이다. 예컨대 그냥 기술개발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실은 24시간 불이 꺼져서는 안된다”라든지 “기술개발에 돈을 아끼지 말라”고 말해야 추진력이 생긴다. 국가경영도 마찬가지다. 2만달러 시대의 비전을 국민과 공유하기 위해 요구되는 구체적이고 행동 지향적인 언어는 무엇일까. 2만달러 달성의 핵심적 요소인 규제완화와 노사관계, 외국인 직접투자 등에서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언어를 개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비전이 철저하게 시행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실천하지 않으면 큰 일 난다는 긴박감을 가져야 한다. 긴박감은 위기와 도전의식이 있어야 조성된다. 지금 우리는 중국이 전세계 생산기지로 바뀌면서 블랙홀처럼 우리 산업을 공동화시키고 있고 집단이기주의에 의한 사회분열과 이공계 기피현상 등으로 미래 성장 잠재력이 약화되는 위기적 상황에 처해 있다. 우리는 또 도전의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보다 별로 나을 것이 없다고 생각되는 일본의 국민소득이 3만달러인데 우리는 아직도 1만달러라면 우리는 왜 안 되는가 하는 도전의식을 가져야 한다. 위기가 코 앞에 와 있는 지금 우리는 행동하지 않으면 파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2만달러 달성에 필요한 긴박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좋은 여건에 놓여 있다 할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2만달러 시대로 가자는 비전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것이고 국민·기업·정부가 혼연일체가 되어 추진해 나간다면 다시 한번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경제적 도약이 가능할 것이다. 노부호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 시민회의 경영환경개선운동본부장) 출처 - 조선일보 2003. 8. 2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