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조직 개편, 국회가 대안 마련을 - 최원목
	2013-02-07
통상조직 개편, 국회가 대안 마련을 정부 통상조직 개편 논쟁이 실망스러운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조약에 대해 유권해석을 하는 기관인 외교부 수장이 나서 차기 대통령이 통상조약 체결 권한을 산업통상자원부(산통부)로 이관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취지로 발언을 한 것은 실언이다. 외교장관이 국가원수, 정부수반과 동일하게 조약 체결 권한을 인정받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국제법적인 지위다. 국내에서는 헌법이 조약 체결에 관한 최종 권한을 규정하며, 우리 헌법상 대통령만이 이를 보유함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통상조직 개편안이 국제법과 조화에 있어 어색한 점은 있으나 위헌 문제는 일으킬 수 없다는 말이다. 이 실언을 구실로 원안을 밀어붙이려는 인수위도 문제다. 조약 체결 업무 중 통상조약만을 떼어내 산통부 장관이 행사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중국과 일본도 산업부처가 통상업무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은 경제산업성이 교섭을 주도하지만 외교부와 긴밀히 협조하고, 통상조약은 외교부를 거쳐 체결한다. 중국 산업부가 통상조약까지 체결할 수 있는 이유는 통상조약을 다른 중요 조약과 달리 기술적 성격의 약식협정으로 체결하기 때문이다. 중국 헌법 해석상 통상조약은 의회 동의도 받지 않고 국내법보다 하위 효력을 지닌다. 이런 시스템을 우리 모델로 삼을 수는 없다. 요즘 대부분 대외협력 협정에는 통상 관련 조항들이 삽입된다. 한 가지 조약 내에 통상과 기타 조항들이 혼재하거나 두 분야를 나누기가 곤란한 사례가 허다한데, 통상협정은 산통부가, 기타 협정은 외교부가 체결한다는 논리는 현실에 적용하기 곤란하다. FTA만 해도 통상 분야 외에 여타 국제협력 분야를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요즘 대세다. 문화협력에 관한 의정서가 부속되어 있는 한ㆍEU FTA를 보라. 갈수록 환경협력, 노동협력, 국제 원조 등 분야가 통상협정 틀 속으로 빨려 들어오고 있다. 산업부처가 통상교섭을 잘할 수 있고 조약까지 체결할 수 있다는 견해는 과거 시각이다. 우리는 통상교섭본부장이 통상조약을 체결하고 외국은 장관급이 나서니 격이 안 맞는다는 견해 또한 현실감각이 없다. 대외적으로 통상교섭본부장은 `통상장관(Minister for Trade)`이고 이를 부정하는 협상 상대국은 없다. 오히려 산통부가 통상교섭을 하면 장관이 교섭대표로 항시 나설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산업 관련 업무가 주 업무인 부처의 수장이 대외 교섭대표로 나설 시간과 능력이 얼마나 있겠는가. 한참 울어야 할 시기에 인수위가 뺨까지 때릴 구실을 스스로 마련해준 외교부, 기다렸다는 듯이 통상조직 개편안에 대한 반대론을 찬성론으로 바꿔버린 국회의원들, 울려면 제대로 울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기라도 하듯 뺨까지 때리고 있는 인수위, 보다 근본적으로 단점에 비해 몇 배 장점이 있어야 비로소 개편 의의가 있게 마련인 정부 조직 개편을 정권 변동 때마다 되풀이하는 나라, 무역 1조달러를 이룬 세계 8대 통상국가 모습이 아니다. 우리 헌정질서에서는 국회가 통상조약 체결에 대한 동의권을 항상 행사하도록 되어 있다. 국회가 나서 대외경제통상 업무를 통합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을 구축하도록 대안을 제시할 때다. 대통령 당선인이 그처럼 통상업무에 대한 강력한 소신을 갖고 있다면, 대통령 직속으로 대외통상조직을 신설해 운영하게 하는 것은 어떤가. 경제민주화 추진을 위해 신설한 부총리제로 인해 상대적으로 업무가 축소될 총리를 위해 총리 직속으로 신설하되 통상조약 체결은 외교부와 협조하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매일경제 2013. 2.6 테마진단 <원문>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3&no=96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