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 財政과 지속가능한 福祉 - 조동근
	2012-12-27
건전 財政과 지속가능한 福祉 숨겨진 ‘1인치’를 찾아라. 디지털 TV광고에 나왔던 카피이다. 1인치 차이는 현장감을 전하는 데 있어 결정적일 수 있다. 기획재정부가 24일 국제기준에 맞춰 새로 계산한 2011년 국가부채는 468조 원으로, 기존 계산 방식에 의한 국가부채 420조 원보다 48조 원 더 많다.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비율은 37.9%로 기존의 34%보다 3.9%포인트 더 높다. 올 예상 경제성장률을 2.5%로 잡으면 ‘숨겨진 국가부채 3.9%’는 올 경제성장률의 1.5배다. 즉, 올 경제성장분의 1.5배를 쏟아부어야 부채를 갚을 수 있다. 숨겨진 국가부채가 드러난 것은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기 때문이 결코 아니다. 새로운 추계 방식은 ‘합리와 상식’을 담고 있다. 기재부는 회계기준을 ‘현금주의’에서 ‘발생주의’로 변경하고 비영리 공공기관 일부를 통계 작성 대상 기관에 포함시켰을 뿐이다. 이는 최소한의 조치로 판단된다. 현금주의는 현금의 수취와 지급을 포착해 기록하지만 발생주의는 현금이 오가지 않더라도 수익과 비용을 일으키는 행위가 발생하면 이를 회계 처리한다. 이로써 그동안 반영되지 않던 ‘미지급금이나 예수금’ 등 국가가 앞으로 돌려줘야 할 돈이 국가부채 항목에 계상(計上)된 것이다. 기재부는 비영리 공공기관의 일부를 통계 대상에 포함시켰다. 구체적으로 판매액 대비 생산원가, 즉 원가보상률 50% 이하의 기관을 정부 범위에 포함시켰다. 이 같은 기준에 따라 2011년 286개 공공기관 가운데 예금보험공사 등 151곳이 정부 범위에 포함됐지만 원가보상률 50% 이상인 135곳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2011년 131조 원의 부채를 진 한국토지주택공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대선은 과거 어느 때보다 선심성 복지(福祉)공약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공약도 천문학적 재원이 요구된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공약에 따른 5세 이하 무상보육, 고교무상교육, 대학생 반값등록금, 4대 중증질환 국가전액 부담, 여기에 기초연금제 등을 더하면 향후 5년 간 97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야당의 복지공약의 몫이 더 해지면 재정(財政) 팽창은 불을 보는 듯하다. 이 같은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대선으로 중단됐던 국회 예산안 심의가 21일 재개된 가운데 새누리당이 대선 공약과 관련한 예산 추가 배정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예산 편성의 주무 부서인 기획재정부는 이에 부정적이다. 이미 경기부양을 위해 4조8000억 원 이상의 적자재정을 편성해 놓은 상태고, 국회가 정부 동의 없이 예산을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 이후에는 ‘비상경제대책팀’ 구성을 고려해야 할 만큼 긴박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세계 경제 환경이 매우 나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 과다 부채로 디레버리징(과다부채해소) 기간에 저성장이 지속될 수도 있다. 중국의 견인력도 예전 같지 않다. ‘저성장’은 ‘뉴노멀(new normal)’일 수도 있다. 3.9%의 숨겨진 국가부채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재정규율의 끈’을 놓을 만큼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는 말이다. 박 당선인 측은 세출 구조조정, 비과세·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복지공약을 위한 재원을 조달하겠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증세 (增稅)없는 복지 실현이 애초의 약속이었다면 무리한 복지 공약들을 과감히 내려놓아야 한다. 복지는 대장정의 길이다. 숨겨진 국가채무는 정책 사고를 가다듬게 하는 복지 대장정의 ‘생산적 쉼표’다. 재정 건전성의 울타리가 쳐지지 않으면, 복지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국가는 스스로 돕는 자를 도와야 한다. 복지에는 땀과 눈물이 수반돼야 한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문화일보 2012. 12. 27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12270103353719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