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保 상장차익은 주주 몫 - 최병일
	2003-07-25
生保 상장차익은 주주 몫 주식회사 이익 株主귀속은 당연... 인기영합 정책 더이상 안돼 수년간 지연되어 왔던 생명보험회사(생보사)의 상장 시한이 임박해지면서 상장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현재 국내 생보사는 모두 주식회사로 설립되어 운영되어 왔다. 그러므로 생보사 상장 기준은 현행 법에 규정되어 있는 주식회사 상장 기준과 요건을 그대로 적용하면 되는 것이다. 생보사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상장 기준을 적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생보사 상장 기준을 별도로 마련해 상장시 계약자에게 상장차익을 분배해야 한다”는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 때문에 정부당국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재벌개혁이라는 현 정권의 이념적 정서와 지지기반을 대변한다는 그들 주장을 면밀히 살펴보면 그러한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생보사가 상장된다고 해서 갑자기 회사가치가 2배, 3배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치는 상장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단지 상장을 계기로 회사가치가 시장에서 평가되어 공개되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상장차익이란 것은 애초부터 없는 것이다. 또한 특정시점에서 주식시가와 액면가의 차이는 회사의 재무상태, 경영능력 등에 의해 발생되며, 이는 당연히 주주에게 귀속된다. 주식시가가 액면가보다 높아 발생하는 이익도 주주의 몫이며, 반대로 회사가치가 떨어질 경우 주식시가가 액면가보다 낮아져 발생하는 손실 또한 주주의 몫이다. 계약자에게 상장차익을 분배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는 생보사의 상호회사적 성격도 논리적 타당성이 없다. 무엇보다도 배당상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국내 생보사를 상호회사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생보사가 배당상품만을 취급하든 무배당상품만을 취급하든 이는 경영자의 경영판단에 따른 것이지 회사의 형태와는 무관한 것이다. 즉,「배당상품=상호회사, 무배당상품=주식회사」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생보사의 회사 형태에 따라 판매상품을 제한하는 경우는 없다. 또한 계약자가 경영위험을 공유했다는 주장도 타당성이 없다. 그들의 주장대로 계약자가 경영위험을 부담했다고 한다면 생보사의 경영상황이 악화되거나 파산했을 때 계약자는 생보사로부터 지급받는 보험금을 삭감당하거나 생보사에 더 많은 보험료를 납입했어야 했다. 그러나 지난 IMF 당시 생보사가 퇴출되는 상황에서도 계약자는 보험금을 전액 보장받은 데다 보험료의 추가 납부도 없었다. 때문에 계약자가 경영위험을 공유했다고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 일부 생보사에 적립되어 있는 내부유보금 처리에 대해 그들은 이 금액만큼 주식으로 계약자에게 분배하라고 주장한다. 내부유보금은 당초 자산재평가적립금이 미실현이익이라는 특성을 감안해 당장 사외로 유출하기보다는 향후 회사의 재무건전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회사 내에 유보시킨 것이다. 따라서 내부유보금을 계약자에게 분배하라는 것은 내부유보금 제도의 기본취지에도 맞지 않는 억지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그들이 내세우는 「국내 생보사의 상호회사적 성격」,「계약자의 경영위험 공유」등은 아무런 법적 근거도, 논리적 타당성도 없다. 더욱이 이 같은 애매모호한 개념들에 근거해 계약자에게 주주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하려는 것은 현행 법체계를 무시하고,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생보사 상장은 당연히 현행 법체계와 국제기준의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참여정부 출범 이후 법질서를 허무는 행위들을 단순히 코드가 같다는 이유로 방치하거나 방조하는 무책임한 정부 행태 때문에 국민들의 불신이 가중되고 한국의 국제 신인도는 급전직하하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인기영합적인 정책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이런 와중에 무슨 동북아 중심 축이 되려고 꿈이나 꿀 수 있는지 모르겠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 시민회의 사무총장) 출처 - 조선일보 2003. 7. 25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