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체제 평화적 전환 지원을 - 김태기
	2003-07-24
北체제 평화적 전환 지원을 북한의 핵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은 물론 중국 등 주변 국가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북한 정권의 교체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가 하면 중국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강경 대응을 반대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는 데는 적극적이다. 이러한 와중에서 일본은 유사법제의 통과 등 군사력 증강을 추진하고 있다. 각국이 북한의 핵문제를 계기로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국은 국제 질서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변두리로 밀려나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은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데 있어서 주된 당사자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한국을 배제하려 하고 있고 미국이나 중국도 한국을 참여시키는 데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그러나 북한의 핵 개발로 인한 최대의 피해자는 한국이다. 북한의 핵 개발은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이념적 대립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은 국제 정세의 변화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위기가 닥쳐도 위기를 해결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한국은 중심을 잡아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할지 더 이상 혼란에 빠져서는 안 된다. 북한의 핵 문제는 물론 이에 따른 국제 질서의 급변과 한국 내부의 이념적 갈등을 극복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방안은, 첫째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도록 만들고, 둘째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의 심상치 않은 기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셋째 북한과 국제질서에 대한 한국 내부의 공감대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의 핵문제는 남북한 문제이지만 동시에 동북아 질서에 관련된 문제이다. 따라서 한국은 주변 국가들간의 복잡한 이해 관계를 이해하고 국내 정치·경제·사회 여건까지 감안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이 가야 할 방향과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을 체계화시키는 국가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국가 전략은 군사적 문제뿐만 아니라 외교적 문제, 그리고 한국의 경제·사회적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다뤄야 한다.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유인은 경제 개발에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핵 개발 전략은 지금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북한이 경제 개발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도록 환경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북한에 대해서 압박과 유인을 동시에 추구하되 그 핵심을 시장경제 체제로의 전환에 둘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한국은 북한 체제의 평화적 전환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고, 이에 대한 주변 국가들의 동의를 끌어내는 데 외교적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북한 체제의 평화적 전환에 대해서는 주변 국가들의 이해 관계가 내면적으로는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에 대해서는 각국의 이해가 다를 수 있다.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의 부담과 향후 초래될 각국간의 힘의 균형 변화는 주변 국가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만들 가능성이 짙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한국은 국제 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를 먼저 얻어야 한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한국과 미국은 일본과 중국, 러시아 등도 참여하는 한반도평화정착협의 기구와 북한개발은행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 북한 체제의 평화적 전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한국 내부의 이념적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이 문제가 한국에 대한 미국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념적 갈등은 주변 국가에 대한 한국의 설득력뿐 아니라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이러한 이념적 갈등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동시에 한국이 성장하지 못하면 북한을 바꿀 수 있는 수단도 없다는 각오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념적 갈등은 사실 관계에 대한 편향적 해석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사람들의 인식은 자신의 경험 등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사실 관계의 왜곡은 갈등을 부채질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은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의 동시 변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북한에 대한 적대감 등 진보 세력이 우려하고 있는 문제와 북한의 도발 등 보수 세력이 우려하고 있는 문제가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은 북한의 경제개발지원법을 제정하여 지원은 하되 반드시 검증한다는 원칙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김태기 (단국대 분쟁해결센터 소장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3. 7. 23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