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교의 지평 더 넓혀야 한다 - 정진영
	2012-12-11
한국외교의 지평 더 넓혀야 한다 외국에 다니다 보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울 때가 많다. 공항에 내려 시내로 가다 보면 어김없이 한국 기업들 광고판을 접하게 되고, 호텔 객실 TV도 한국 브랜드가 많다. 한국 상품은 물론이고 한국 드라마나 K팝에 대한 외국인들 인지도가 매우 높고, 대한민국 이미지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도 커졌다. G20 정상회의와 핵안보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국제통화기금(IMF) 내 투표권도 증대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원조개발위원회 회원국이 됐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신했다. 녹색성장을 세계적 화두로 만들면서 녹색기후기금(GCF) 본부를 인천 송도에 유치했고, 우리가 만든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GGGI)를 국제기구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경제영토도 크게 넓혔다. 미국ㆍEU와 FTA가 발효됐고, 한ㆍ중 FTA와 한ㆍ중ㆍ일 FTA를 위한 공식 협상도 개시됐다. 세계 3대 경제권과 모두 FTA를 체결하게 되면 대한민국 대외무역 환경은 크게 안정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한민국 대외전략과 외교를 바라보는 우리 내부 시각은 매우 편협하고 인색하다. 요즘처럼 대선 때가 되면 더욱 그러하다. 여야 가리지 않고 현 정부 과오를 들추어 비판하는 데 급급하다. 아무도 칭찬하지 않는다. 잘한 것은 무시하고 잘못한 것에 대한 비판에만 집착한다. 그것도 각 세력의 지극히 정파적인 평가기준에 기초해서다. 이번 대선의 특이점은 대외전략 이슈가 큰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굳이 찾자면 대북정책, 대중 관계, 한ㆍ미 FTA 정도가 가끔 거론되고 있는 정도다. 현 정부 들어 남북 관계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잘못으로 경색됐다. 진보 진영에서는 우리 정부가 북한에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등 북한을 너무 까다롭게 대했기 때문에 남북 관계가 파탄났다고 주장한다. 현 정부가 남북 관계를 더 잘 관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북한 측 잘못에 대해 엄격하게 대응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차기 정부로 하여금 남북 관계를 정상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부적으로 퍼주기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북한에 끌려 다니는 대북정책은 지속 가능성이 없고 중장기적으로 남북 관계 발전에 도움도 되지 않는다. 현 정부의 지나친 친미 일변도 정책이 대중 관계를 악화시켰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ㆍ중 사이에는 근본적인 이익 갈등이 존재한다. 우리는 통일을 원하는데, 중국은 북한의 안정과 지속을 원한다. 우리는 한ㆍ미 동맹을 버릴 수 없는데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미국 영향력을 약화시키려 한다. 적어도 현재 중국은 우리가 미국과 거리를 두는 정책을 취한다고 해서 대북정책을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취할 가능성이 없다. 한ㆍ미 FTA 논쟁은 다분히 반미ㆍ반세계화에 대한 이념적 논란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ㆍ중 FTA 협상이 진전되고, 개방에 따른 피해 보상을 포함한 복지제도가 업그레이드되면 사라질 것이다. 글로벌 코리아의 외교 지평은 대선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쟁점들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 남북 관계와 동북아라는 지정학적 틀에 갇힌 외교를 넘어서야 하고, 전통적 군사안보 이슈에서 환경, 자원, 인권, 원조 등 대한민국의 높아진 위상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국제적 이슈들로 확대돼야 한다. 차기 정부는 현 정부가 이룩한 외교적 성과를 부정하거나 망각하는 외교가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외교 지평을 더욱 확대하고 심화시키는 외교를 펼쳐야 한다. 정진영 (경희대 국제대학원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매일경제 2012. 12. 10 기고 <원문>http://news.mk.co.kr/column/view.php?sc=30500110&cm=기고&year=2012&no=820060&relatedcode=&wonNo=&s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