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와 한·미 FTA - 정인교
	2012-11-28
경제민주화와 한·미 FTA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경제 여건 악화로 수출실적이 나빠지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3%대 잠재성장률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2.6%였고 2분기 1.8%, 3분기 1.5%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반토막 수준으로 낮아졌다. 그나마 폭넓게 구축한 자유무역협정(FTA) 망이 작용해 대외경제 여건 악화로 인한 수출 감소 폭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다. 올해 들어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이 줄어든 것을 두고 한ㆍEU FTA 경제효과가 과대 추정됐다고 일부에서는 지적하고 있지만, 필자 분석에 의하면 유럽 재정위기와 경제불황으로 인해 대(對)EU 수출이 16%까지 줄어들 수 있었으나 EU와의 FTA가 이행되었기에 올해 상반기 6% 감소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대외지향적 성장정책을 통해 국제적인 성공사례를 이루었지만, 내수 중심 경제구조 확립 주장이 꾸준하게 제기돼 왔고 나아가 최근 대선 국면에서는 경제민주화 구호가 등장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내수를 키우고자 했으나 인구 구조 등의 요인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정부 당국이나 학계의 평가이고, 경제민주화가 결코 현재의 성장 부진과 실업난을 풀 수 없다. FTA 확대가 거시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주지만, 승자산업과 패자산업 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발생하게 되고 소득 분배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FTA 통상정책은 정쟁의 대상이 된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ㆍ미 FTA 재협상 주장을 하고 있어 한ㆍ미 FTA가 경제민주화 타깃이 될 수 있다. 유럽 재정위기로 시작한 올해 한 해는 우리나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프랑스 등 세계 주요 국가에서 선거를 치러 경제난에다 정치적 불확실성마저 극에 달했다. 유럽 국가에서 보듯이, 선거 후 기존 대외약속들이 변경돼 세계 경제의 골이 더 깊어진 경우도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재선 성공으로 기존 한ㆍ미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한ㆍ미 동맹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지난 5년 동안 한ㆍ미 FTA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미국과의 FTA는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FTA 망을 구축한 우리나라는 교역증대 외에도 FTA 허브 국가로서 이점을 실현해야만 FTA의 혜택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FTA 허브 이익의 핵심은 국내외 기업의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 확대다. 지난 8월 중국 칭다오에 진출했던 보석업체들이 익산시 보석가공단지로 `유턴`했다. 중국 내 기업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가 미국, EU 등과 발효시킨 FTA하의 특혜관세 혜택을 기업들이 눈여겨본 결과이기도 하다. `유턴`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다국적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 국내 고용 및 성장 잠재력 확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국적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투자환경 개선, 인센티브 발굴 등 많은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한반도 지정학적 안정에 대한 우려를 해소시키는 일도 시급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평소 한ㆍ미 동맹에 대해 주춧돌보다 더 중요한 핵심 `추`라고 밝혀 왔기에 안보 염려를 덜 수 있게 되었다. 집권 2기 오바마 행정부가 공격적 통상정책을 구사하고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나 한ㆍ미 FTA에 포함된 규정으로 인해 우리나라에는 적용할 수 없기에 향후 한ㆍ미 통상관계는 원만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부상으로 동아시아에서 입지가 약화된 미국은 우리나라와의 외교통상 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역시 제1위 교역 대상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한ㆍ미 동맹의 울타리를 지혜롭게 활용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매일경제 2012. 11. 28 인사이드칼럼 <원문>http://news.mk.co.kr/column/view.php?sc=30500001&cm=사설·칼럼메인&year=2012&no=785977&relatedcode=&wonNo=&s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