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日 소니 쇠락 배경 직시해야 - 연강흠
	2012-11-27
정치권, 日 소니 쇠락 배경 직시해야 한때 미국과 세계경제 주도권을 다투던 일본에도 미국의 애플과 같은 창의적인 혁신 기업이 있었다. 바로 일본의 글로벌 브랜드 중 가장 먼저 세계에 알려진 소니다. 걸어 다니며 음악을 듣는 시대를 연 소니 ‘워크맨’은 아직도 혁신적 제품의 신화로 남아 있다. 일본에서는 자유롭고 개척정신을 가진 젊은이를 당시 ‘소니보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 시절 엄청난 브랜드 파워를 가진 소니는 분명히 우리 기업엔 속칭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역사 속에 창의와 혁신의 상징이었던 소니도 점차 쇠락해 갔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악인 7조 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며 4년 연속 적자를 보였다. 최근에는 피치에 의해 신용등급이 3계단이나 떨어진 ‘BB-’로 투자부적격인 정크본드 수준으로 추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이 ‘A+’인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 등의 출시로 그나마 유지하던 브랜드 가치도 2005년에는 삼성전자에 역전당했다. 올해 삼성전자의 브랜드가치는 23조 원 규모로 9조 원에 그친 소니를 크게 앞서고 있다. 소니와 함께 일본의 가전업을 선도한 파나소닉과 샤프도 피치의 신용등급이 각각 ‘BB’와 ‘B-’로 정크본드 수준으로 추락했다. 미래 전망도 부정적이어서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을 대표하는 3대 가전업체의 시가총액은 모두 7조 원에 불과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200조 원과 크게 대조된다. 일본 전자산업의 쇠퇴는 디지털과 네트워크로 대표되는 기술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해 주요 제품의 기술적 우위를 상실하고 시장 경쟁력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높은 법인세와 엔고의 유지, 환경과 노동에 대한 규제, 자유무역협정(FTA) 지체, 동일본 대지진의 미온적 처리와 전력난 등 일본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 사업 주기가 더욱 빨라진 환경에서는 긴장감 속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하느냐가 성패(成敗)를 좌우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외환·금융위기를 겪은 한국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더욱 강력해졌다. 디지털과 모바일 시대를 맞아서는 책임경영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경영 쇄신을 독려하며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로 정보·기술(IT) 생태계 지각변동에 대처해 왔다. 일본 전자산업의 쇠퇴는 세계 굴지의 기업도 시장 상황을 오판해 투자 시기를 놓치거나 창조적 혁신을 계속해 나가지 못하면 순식간에 몰락한다는 교훈을 준다. 지금 삼성전자와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우리 기업들은 전 세계 경쟁 기업들의 부러움을 사며 벤치마크 대상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자기 도취(陶醉)해 멈칫하면 한순간에 재기를 노리는 몰락한 선진 기업은 물론 중국 등 후발 주자에게도 추월당하고 말 것이다. 긴장감을 유지하며 경쟁력 확보와 기술력 개발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대부분의 예측 기관이 국내외 경제 전망을 어둡게 내놓고 있다. 경기회복이 늦어지면서 저성장 기조가 상당히 오래 갈 수도 있다. 그래서 각국의 새로운 지도자들은 규제완화와 탈(脫)규제 등으로 기업을 도와 국가 경제성장과 국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정치권은 경제민주화라는 미명 아래 글로벌 시장에서 고군분투(孤軍奮鬪)하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으려고 한다. 물론 불공정거래나 불법행위는 이유 불문하고 근절해야 한다. 그러나 먼 훗날에도 세계시장에서 우뚝 서 있는 대한민국 기업을 보고 싶다면 ‘대기업 때리기’가 아닌 ‘대기업 밀어주기’라는 말에 더 익숙해져야 한다. 대선 후보를 비롯한 정치권과 정부가 경영 환경 개선에 대한 정책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2. 11. 27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1127010331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