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횡행하면 換亂 재발한다 - 오정근
	2012-11-21
포퓰리즘 횡행하면 換亂 재발한다 지금으로부터 꼭 15년 전인 1997년 11월 21일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구제금융을 공식 요청, 항간에서 ‘IMF’로 불리며 치를 떨었던 ‘외환위기 IMF시대’가 시작됐다. 한국경제는 1962년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래 ‘동아시아의 기적’으로 칭송받을 정도로 고도성장을 지속해 1995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가입했다. 개도국들에는 ‘한국처럼 하면 한 세대 안에 절대빈곤을 탈출하고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복음과도 같았던 한국경제가 외환이 바닥이 나서 IMF에 긴급구제금융을 신청해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그러면 왜 그렇게 됐을까. 첫째, 관치금융에 따른 금융의 비효율적 배분으로 기업부실과 금융부실이 증가했다. 자본 없이 경제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렵게 마련한 내외자를 중화학 등 전략적 선정 분야에 집중투자하기 위해 정부는 은행 국유화 등 금융을 장악하고 자금을 배분하는 정책을 택했다.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경제규모가 커진 1980년대 들어서는 사전심사와 사후감시 등 정상화된 기능에 의한 금융중개가 필요하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자율화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관치가 지속돼 금융부실이 증가했다. 둘째, OECD 가입을 앞두고 급속한 자본시장 개방으로 단기자본이 급격히 유입돼 환율이 하락하고 경상수지 적자가 급증했다. 셋째, 자본자유화를 이용해 감독 사각지대에 있던 종합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저금리 해외자금을 도입해 고금리로 대출하는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고, 기업은 그러한 자금으로 고위험투자를 일삼았다. 넷째, 그런 가운데 세계경제 침체로 기업 부도가 증가하고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위기가 발생하자 유입되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일시에 유출되면서 외환이 바닥났던 것이다.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IMF와 체결한 의향서에 따라 한국은 금융·기업·공공부문·노동 등 4대 부문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단행했다. 1997년 말 33개였던 은행이 2001년 말에는 20개로 줄어드는 등 부실 금융기관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한편 180조 원 안팎의 공적자금을 투입, 금융기관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자본을 확충했다. 부실기업 정리, 부채비율 축소, 지배구조 개선 등 기업 구조조정도 강력하게 추진했다. 초긴축 통화 재정정책을 펴고 자유변동 환율제도를 도입했으며 자본시장도 완전 개방했다. 이와 같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긴축정책에 힘입어 1998년 -5.7%였던 성장률이 1999년에는 10.7%로 크게 반전되는 등 빠른 속도로 회복됐다. 그로부터 15년, 한국경제는 어떻게 변모했는가. 244억 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액이 3235억 달러(10월 말 기준)로 늘어나고 단기외채·총외채 비율도 47%에서 32%(3분기 말)로 줄어드는 등 외화유동성 여건은 크게 개선되고 경상수지 흑자도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1962~1997년 중 평균 8.1%를 기록했던 성장률이 1998~2011년 중에는 평균 4.2%로 반토막났다. 그 결과 실업자가 급증하고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몰락해 분배 구조가 악화하는 등 양극화가 심해졌다. 외환위기의 원인이었던 관치금융은 여전하고 급격한 자본 유출입에 대한 대응력 부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세계경제가 장기침체를 지속하는 가운데 한국경제도 성장률이 낮아지는 등 저성장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성장률 회복과 일자리 창출, 관치금융 청산 등 경제활력 제고, 대외적으로는 자본 유출입 대응력 제고, 경상수지 흑자 유지 등 경제의 대외 강건성 제고가 긴요한 실정이다. 그러지 않고 1997년처럼 대선을 맞아 무분별한 포퓰리즘과 정쟁만 일삼는다면 다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2. 11. 21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1121010339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