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영업제한은 反시장이다 - 최원목
	2012-11-19
대형마트 영업제한은 反시장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강행 여부를 놓고 전국이 떠들썩하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16일 대형마트의 영업 규제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또 미국 투자자인 코스트코 대표를 불러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제소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까지 받았다. 이에 대형마트 측은 강제휴무 조치는 소비자의 편익을 희생시키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고, 대기업들도 재벌 때리기의 일종으로 간주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주도로 2015년까지 한시적으로 일정한 신규 출점 자제와 의무휴무 합의를 도출하려는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외국계 기업이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아무도 이를 전체적인 맥락에서 바라보려 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이마트가 휴일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판정한 국내 행정소송에 코스트코가 참여하지도 않았으면서 휴일에 배짱 영업하는 사실만 중요한 게 아니고, 의무휴업 제도 자체가 국제적 정당성이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통해 유통시장을 대부분 전면 개방했다. 이는 소매 유통업에 대해 영업일수를 제한하는 것은 협정 위반(시장접근 보장 의무 위반)임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ISD 제소 사안은 아니다. 한·미 FTA에 따르면, 시장 접근 보장 의무는 FTA 패널 절차(정부가 제소)에는 제소될 수 있으나 ISD(기업이 제소) 대상에서는 제외하는 명문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간접수용의 법리로 ISD에 제소하려 해도 재산을 몰수당한 것과 같은 막대한 영업손실이 발생해야 한다는 요건을 갖추기 어렵다. 따라서 실제로 제소를 감행할지 여부는 상업적 판단이 아니라, 재집권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적 판단이 좌우하게 된다.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코스트코 대표에게 ISD 제소 의향이 있는지를 공식적으로 질의한 건 난센스다. 반(反) FTA 진영이 이번 사례를 한·미 FTA ISD 독소 조항 논쟁과 연결시키려 하는 것도 번지를 잘못 찾았다. 보수 진영 및 정부 측도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제한이 국제법을 위반한다는 타령만 할 때가 아니다. 대형마트 영업제한 조치에 사회적 공감대를 얻고 있는 원인부터 곰곰 생각해 봐야 한다. 과거 유통시장을 전면 개방할 당시, 중소상인의 골목상권 보호 필요성도 염두에 두어 최소한의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라도 마련해 뒀더라면, 그 기준에 따라 골목상권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만큼 지금처럼 이렇게 시끄러울 이유가 없다. 경제민주화 논리가 화두가 되고 있는 지금은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공정경제’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 개방의 그늘에 놓인 사람들에게 공정하게 경제적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동안 경제성장을 이끈 대기업들도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를 임시방편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다자 및 양자 통상협상을 통해 다른 부문에서 대가를 지불하고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합리적인 범위의 유보를 추가해야 한다. 그런 다음 국제적으로 정당한 방법과 범위 내에서 보호 조치를 해야 한다. 상인들도 과도한 보호 요구를 고집하게 되면, 패널절차에서 패소해 무역보복을 당하게 됨을 인지해야 한다. 한국경제가 주력 수출품에 대한 보복 조치를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결국 상인들 스스로도, 과도한 요구를 하게 되면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고 거래비용만 지불하게 됨을 깨달아야 한다. 갈등을 촉발시켜 정치적 어젠다를 달성하는 데만 관심이 있는 정치세력에 휘둘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정부·기업·상인 모두 사회적 책임의 틀 속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문제가 영구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2. 11. 19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1119010731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