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부족한 '에너지 안보' 노력 - 손양훈
	2012-11-14
너무나 부족한 '에너지 안보' 노력 세계 에너지 시장 격변하고 있어… 미·중 최우선 과제 한국 수입의존도 97%나 되지만 정작 에너지 정책 우선순위서 밀려… 심각성 인식해야 국제 에너지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저탄소 녹색성장의 기치가 흔들리고, 원전 문제나 전력 부족 같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산적해 있다. 에너지 문제는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려운데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문제 해결 능력은 고장 나 있다. 가격이 묶여 시장은 움직이지 않으며, 정부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정치권은 무심하다. 한동안 기대를 모았던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원자력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면서 세계 각국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최근에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원전의 부품은 절대 안전 원칙이 적용되어야 함에도 부정 부품이 사용되었음이 밝혀졌다. 우라늄의 연쇄반응을 조절하는 설비인 제어봉의 안내관에서 균열이 일어났다. 그 결과로 불가피하게 전력 공급이 심각하게 모자라게 됐다.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현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막연한 기대도 현실화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과 풍력 설비 회사의 다수가 도산하였다. 탄소배출권은 폭락하고 있어 언제 신재생에너지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국내에서도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환상은 앙상한 실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고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깊은 골이 있음을 깨닫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에 미래를 맡기겠다는 막연한 낙관론은 순진함을 넘어서 무책임한 일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미를 중심으로 나타난 셰일가스는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이는 석유·석탄·천연가스로 대표되는 화석에너지에서 기존 질서가 바뀌는 변화를 의미한다. 아직은 변화를 피부로 실감하기 어렵지만 석유·석탄·천연가스의 국제시장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파도가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런 변화에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나? 변화에 대하여 제대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가?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7%이다. 수입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에 걸맞은 신축적인 에너지 시장을 만들어 왔는가? 안타깝지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전혀 아니다"이다. 우리는 늘 에너지 문제를 변방에 두고 다른 정책을 더 우선해 왔다. 물가·산업·복지·환경·농업 정책 등에 비하여 우선순위를 낮게 평가해온 것이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예를 들어보자. 전기요금을 원가보다 낮게 정했고, 그 결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여 전기가 모자란다. 그래서 설비를 무리하게 가동하는 바람에 잦은 고장과 사고가 초래됐으며 더 큰 수급 위기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정부는 곤경에 빠져 있고, 전력 공기업은 엄청난 적자와 비효율로 허덕이고 있다. 우리는 에너지 안보를 지키고 미래를 대비하려는 노력이 너무 부족하다. 미국은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20% 정도이다. 중국은 10%가량 된다. 그런데 이들 강대국은 국가가 고민해야 할 최대의 과제로 에너지를 꼽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와 중국의 새로운 지도자 시진핑은 국가 에너지의 미래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공통이다. 우리나라도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선거 현장에서 나오는 에너지 정책은 겨우 원전 폐쇄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해결하겠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치·경제·사회·문화, 그리고 외교·국방에 이르는 국가전략으로 보는 눈이 아쉽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조선일보 2012. 11. 14 기고 <원문>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13/201211130289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