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대란, 민간의 시장 참여로 풀자 - 윤원철
	2012-11-13
전력 대란, 민간의 시장 참여로 풀자 내년 1월 중순엔 블랙아웃 우려… 강제 절전 포함한 全 방안 동원 필요 충분한 발전 설비확보 위해서는 요금 현실화하고 진입 장벽 낮춰야 안 좋은 일은 겹친다고 했던가? 최근 우리나라 전력 수급 상황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작년 9월에 이미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경험하면서 정부는 나름대로 노력하였지만 결국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당장 오늘내일이 급하다.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와 한전은 비상 상황이다. 우리나라 발전소 설비용량은 8200만kW인데, 내년 1월 중순 최대 수요는 8000만kW로 예상되고 있다. 200만kW의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계통 운영 특성상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만약 지난 5일 발생한 영광 원전 5·6호기의 가동 중단처럼 불가피하게 원전 가동이 중단된다면 블랙아웃(대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정부와 한전은 모든 가용한 비상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 현재 정부를 중심으로 논의 중인 터키에서 발전선(船)을 임차하는 방안, 공공기관의 자가발전기를 의무 가동하는 방안 등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모든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지난겨울 우리가 모두 경험했듯이 자발적인 절전(節電) 운동과 병행하여 일부 에너지 다소비 업체를 대상으로 한 강제 절전이 필요하다. 예비력이 100만kW 이하가 되면 실제로 순환 단전도 해야 한다. 이번 겨울은 모든 국민이 엄청난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국가적으로도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급한 불부터 꺼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네 탓 내 탓을 따지기도 하고 정부의 비상대책이 기존의 재탕이라고 몰아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논란을 할 여유조차 없으며, 모두가 합심해서 비상사태를 극복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하는 사실은 이번 고비가 마지막이 아니라는 점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과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전기요금을 생산원가를 반영하는 수준으로 어느 정도 올려야 한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싼 이유는 원자력과 석탄 등 값싼 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 억제 정책에 따라 생산원가 이하로 전기요금을 통제하는 데 있다. 비정상적인 전기요금은 불필요한 과소비를 조장하고 특히 냉난방용 전기 수요가 급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소비자들이 사용이 편리하고 요금이 싸다고 느끼는 이상 정부의 소비 절약 홍보만으로 전기 수요를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충분한 발전 설비를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사업자의 입장에서 향후 수익을 제대로 얻을 수 없다면 자연히 투자할 유인이 없어진다. 한전과 같은 공기업은 정부의 요청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투자를 하였고, 결국 부채는 눈덩이처럼 커져 버렸다. 작년 기준 한전의 부채 규모는 50조원을 넘었고, 하루에 지급하는 이자만 60억원에 달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계획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어느 사업자가 얼마만큼 발전소를 지을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다수의 민간사업자가 참여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엄청난 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상황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은 민간의 시장 참여를 정부가 엄격히 선별하고 있는 점이다. 물론 과잉 공급으로 인한 자원의 낭비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충분한 예비력을 적기에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 변화를 기대한다. 윤원철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조선일보 2012. 11. 13 시론 <원문>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12/201211120275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