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개혁 입체적으로 - 김석준
	2003-07-21
정치자금 개혁 입체적으로 굿모닝시티게이트와 관련한 민주당의 대선자금 논란을 계기로 정치자금의 투명화 요구가 높다. 민주당은 국민의 여론에 밀려 대선자금 내역을 공개하는 한편 정치자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한나라당도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어서 법개정의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 제도개혁을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정치자금의 양성화와 합법화를 위해 정치자금법이 제정된 이후 13차례나 개정되었다. 개정의 기본방향은 주로 야당에 대한 배려와 국고 보조의 확대였다. 그럼에도 정치자금의 불법성과 비현실성, 여부야빈(與富野貧), 도저농고(都低農高) 현상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이들을 시정하여 돈 적게 드는 깨끗한 정치의 방향으로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적정수준의 정치자금 제공과 정치자금의 현실화를 통해 불법성과 비현실성을 벗어나야 한다. 법정선거비용이 너무 낮아 국회의원과 후보자들을 잠재적 범법자로 만들고 집권당의 시녀로 삼을 우려가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정치보복 근절과 음성적 자금의 양성화로 "교도소 담 위를 걷는 정치인"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둘째, 이념이나 정책과 무관하게 여당 편중의 정치자금 쏠림 현상을 극복하는 정치자금의 자유시장화 보장이 필요하다. 개인이나 기업 및 단체가 자신의 성향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집권당이나 권력기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정치자금을 자유롭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이다. 정치자금의 입출금은 선관위에 등록한 단일예금계좌와 신고된 회계책임자를 통하고, 100만원 이상 정치자금의 기부-지출시에는 반드시 수표나 신용카드 등 실명을 의무화하도록 한다. 그러나 100만원 초과 및 연간 500만원 이상 기부자의 인적사항 공개는 야당 후보자와 정치 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으므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 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넷째, 당내 경선은 적극 권장되어야 하나 정치자금법의 엄격한 적용을 받아야 한다. 상향식 공천에 의한 경선은 진성 당원 증가와 정당 민주화에 기여하지만 경선과 본선의 이중 선거비용으로 정치자금의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자칫 '저비용 고효율'의 정치를 후퇴시킬 우려가 있는 만큼 경선 자금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공개가 있어야 한다. 다섯째, 선거법 개정으로 사전선거운동이 허용될 경우 정치신인인 예비후보자의 정치자금 모금은 가능하나 정치자금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인터넷 결제, 지로 입금, ARS(자동응답시스템) 전화, 신용카드 등의 방법으로 자유롭게 정치모금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선관위에 입후보 의사를 신고한 예비후보자만이 아니라 기존 국회의원 등에게도 동일하게 허용되어야 한다. 여섯째,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성 후보자를 30% 이상 추천하는 경우만이 아니라 그 비율에 따라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제도를 신설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국고보조금의 정책개발비 일정 비율 사용 의무화, 중앙당과 지구당의 당비 납부실적에 따른 보조금 당내 차등 지급 등이 필요하다. 또한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나 징역형을 선고받으면 선거사범과 마찬가지로 공직선거의 피선거권과 공무담임권을 제한하고, 선관위의 정치자금 조사권과 자료제출 요구권, 임의동행-출석요구권 등은 부여되어야 한다. 정치자금개혁은 선거와 정당의 개혁이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한다. 선관위나 대통령, 여야정당이 특정 정파나 정치세력의 계산을 벗어나 정치적 중립의 입장에서 입체적인 접근으로 정치개혁을 통한 민주주의 공고화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金錫俊 (이화여대 행정학 교수 / 시민회의 공동대표) 출처 - 세계일보 2003. 7. 21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