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대주주 통제, 市場 위축시킨다 - 전삼현
	2012-11-07
금융사 대주주 통제, 市場 위축시킨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지난 9월 이른바 ‘경제민주화 4호 법안’을 발의한 이후 관치(官治)금융 부활 논란이 뜨겁다. 이 법안에 따르면 보험사·증권사·신용카드사 등의 대주주가 횡령·배임의 방법으로 5억 원 이상 이득을 취한 경우에는 그가 소유한 주식을 강제매각시키고, 1~2년마다 주기적으로 대주주의 적격성도 심사한다고 한다. 이러한 법안이 나오게 된 계기는 최근 발생한 저축은행의 부실화와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 현상에 대한 국민적 분노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법안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우선, 이 법안은 저축은행과 모든 금융사를 동일한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감독과 통제의 방법과 기준도 동일하게 설정했다. 그러나 보험·증권·신용카드사 등은 분명 저축은행과는 다르다. 즉, 규모나 경영 투명성, 내부 통제능력, 대주주의 역할 등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저축은행의 경우 법정 최저자본금이 지방의 경우 40억 원에 불과하지만, 보험사는 300억 원, 증권사 500억 원, 신용카드사 200억 원 이상의 자본금이 있어야 설립할 수 있다. 또한 저축은행은 대부분 비상장사로서 경영 투명성이나 내부 통제능력 면에서 상장사가 대부분인 제2금융권 하고는 현저히 차이가 있다. 따라서 저축은행사태를 계기로 제2금융기관 대부분에도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건 우선 헌법상의 보충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5억 원 이상의 배임죄 처벌을 받은 대주주의 자격을 박탈하는 것 역시 논란의 여지가 크다. 우리나라는 특경가법상 임무위배행위에 대해 그 이득액이 5억 원을 넘으면 형법보다 2배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문제는 이 5억 원이 1990년 이후 한번도 개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22년 전의 5억 원을 현재의 5억 원과 똑같이 평가해 이를 근거로 대주주의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또한, ‘임무위배행위’라는 개념 역시 불명확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경영인의 경영 실패에 대한 처벌이 강력하게 요구될 경우, 법원의 자의적인 해석에 따라 ‘임무위배’가 쉽게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배임죄 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대주주의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과도한 국가통제라는 점에서 법치주의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금융감독원이 정기적으로 제2금융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1∼2년마다 시행하는 경우 실질적으로 수많은 금융기관의 대주주들에 대한 적격성을 엄밀히 심사한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러한 대주주 자격심사는 제2금융권에 대한 국내자본의 투자를 억제함으로써 외국자본에 의해 국내 금융시장이 지배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더욱이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차입인수(LBO)의 경우도 각 사안에 따라 법원이 업무상 배임죄 적용을 일관되게 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이를 근거로 대주주의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특히, 특경가법상 배임의 무죄선고율은 19.4%(2008년)로 형사일반 무죄선고율 1.5%의 13배나 될 정도로 기소가 남발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를 근거로 제2금융권 대주주들의 자격을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이중처벌에 해당한다. 동시에 과잉금지의 원칙과 보충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적 법률이 될 수 있다. 이번 제2금융권에 대한 대주주 자격 통제법은 한국 금융시장을 확대시키기보다 되레 위축시켜 경제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정치권은 금융기관에 대한 통제에 관심갖기보다는 오히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건전한 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에 투자되도록 유인할 것인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법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2. 11. 7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110701033937191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