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모두 勝者가 돼라 - 김병주
	2003-07-21
새만금, 모두 勝者가 돼라 1991년 착공된 새만금 사업은 매립 면적이 4만1백㏊(여의도의 1백40배)에 이르는 대규모 공사다. 그간 1조5천여억원의 비용을 들여 총길이 33㎞의 방조제 공사가 90%가량 진척되었고, 거대 규모의 배수 갑문도 완공된 상태다. 무엇이 쟁점인가. 담수호가 '제2의 시화호' 꼴이 된다는 것과 갯벌이 농토(논)보다 경제적 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이번 행정법원 담당판사의 사업집행정지 결정 근거가 그러했다. 반대 주장은 새만금 지역으로 유입되는 만경강과 동진강 유역에 반월공단 같은 공해시설이 없고 갯벌가치를 과대 평가하고 기타용도의 토지가치를 과소평가한 환경론자의 외국 논문을 과신한 탓이라고 한다. 하기야 조개 등 갯벌 생물의 가치를 높이 사는 눈으로 보면 인간의 생존조건 쯤이야 하찮게 보일 것이다. 담당판사는 농림부가 자료 제출에 소홀하였다고 하고, 농림부는 판사가 기왕 제출된 자료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고 추가 자료 제출요청도 없었다고 반박한다. 앞으로 상급심이 기다리고 있어 새만금 사업의 장래에 대해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몇가지 문제점을 짚어보는 일이 유익할 것이다. 첫째, 없던 일로 되돌릴 수 있는가. 향후 추가 투입해야 할 예산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기왕 투입된 사업자금을 매몰비용(sunk cost)으로 털어버리면 어떨까. 아직 설계단계에 있다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거의 완공에 가까운 방조제와, 높고 두꺼운 배수 갑문을 돌아보면 그것을 다시 폭파하고 토사를 다시 옮기고 갯벌을 되살리는 데 소요될 엄청난 예산에 말문이 막힌다. 환경론자들이 총애하는 기존 갯벌은 이미 거의 생명을 잃었고, 방조제 밖에는 서서히 새 갯벌이 생기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둘째, 국책사업 타당성 판단의 최종 권한은 역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국회에 돌려야 한다. 대통령 권한 아래 주무부처들이 자문가를 초청해 구체적 비용편익분석을 수행하는 것이 바른 길이다. 사법부는 법률적 판단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것이 삼권분립의 원칙일 것이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권위주의 시대 비대해진 감사원이 회계감사에 주력해야지, 정책감사를 하는 것도 난센스다. 셋째, 헌법에 아무런 근거도 없고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도 않으면서, 지난 정부 이래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각종 시민단체가 사실상 권력의 '제4부'로 행세하고 있다. 환경단체 회원들, 그들은 그간 국가경제에 어떠한 긍정적 기여를 하였는가. 활동비와 생활비는 어찌 조달되고 있는가, 민폐는 없나, 투명회계에 자신있나. 그것이 궁금하다. 이번 결정으로 공명심이 부풀었겠지만 그것이 진정한 국익과 연결되는가. 좁은 국토에 많은 국민이 사는 슬기를 아는가. 그들이 반대했던 영월 동강은 과연 자연보호 천국으로 유지되고 있는가. TV 카메라 의식과 한건주의가 목적인가. 넷째, 국가정책의 일관성.연속성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정권 교체 때마다 앞선 정부정책을 재심하는 관행을 단절해야 한다. 국책사업은 설계.추진 초기에 충분히 심사숙고하고, 일단 집행된 일이면 차기 정부가 승계해 주는 새로운 관행이 확립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주민 등 이해관계자 모두 흥분을 자제하고 침착해야 한다. 장관의 사퇴는 성급했다. 진정한 소신파라면 울분을 삼키고 자리에 남아 사업관철에 힘써야 했다. 환경단체는 그간 만경강 유역 생활하수처리장 설치 등 새만금 사업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추진하도록 기여한 공이 인정된다. 그 이상 과욕은 공명심이다. 삼보일배(三步一拜)의 대열에 참여.격려한 얼빠진 장관.정치인은 당해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특히 핵폐기물 처리장의 님비(NIMBY)를 핌비(PIMBY: Please In My Back Yard)로 바꾼 부안군민의 용단에 찬물을 끼얹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환경단체의 일부 건의를 수용해 수질개선에 만전을 기하고, 새만금을 마지막으로 향후 거대 간척사업을 중단하기로 타협안을 제시할 수 있다. 모두 승자가 되는 길을 걸어야 한다. 정부의 표류, 이제 마감하자. 金秉柱 (서강대 경제학 교수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중앙일보 2003. 7. 19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