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개발公約 더 철저히 검증해야 - 이창원
	2012-10-31
지역개발公約 더 철저히 검증해야 경남 남해∼전남 여수 간 연륙교 건설, 제주 신공항 개발, 춘천∼속초 간 동서 고속화철도, 충청권 과학 비즈니스벨트, 충청권 광역철도망 및 도시철도 2호선, 전북 국가식품 클러스터, 광주 아시아 문화의 전당 건설 사업 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채 50일도 남지 않은 대선의 유력 주자 빅3 캠프의 지역개발 공약(公約)들이다. 이들이 대선을 앞두고 접전지나 전략적 요충지를 방문하면서 발표한 선심성 사업들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가장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 지역 개발 공약인데, 대선을 앞두고 다시 포퓰리즘적 지역개발 공약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표(票)’가 필요한 대선 유력 주자들이 지역개발 공약을 발표하는 것 자체가 문제될 이유는 없다. 다만, 아직은 빅3 모두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부산·경남(PK) 지역 민심을 잡는 데 필요하다고 하는 동남권 신공항 사업에 소요되는 10조 원에다 앞서 언급한 사업에 드는 예산만 추정해도 최소 20조 원의 재원이 소요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른바 국가와 민족을 위해 꼭 필요한 지역개발 사업이라면 수백 조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할지라도 그 시행을 앞당겨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개발 공약은 사업의 타당성 검토나 재원 마련 대책도 없이 주로 광역자치단체가 먼저 공약을 제시하고 대선 후보들이 ‘수용’한 사업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또, 이러한 지역개발 사업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비용 부담 문제도 각 대선 캠프에서 답을 제시해야 한다. 국가부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만 강조할 게 아니라, 이른바 선진국들의 공통 문제가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왜 전체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으로 특정 지역개발 사업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 납세자들을 보다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여기에다 국가 예산의 배분 측면에서 각 지역개발 사업보다 더 절실한 정책은 없는지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영유아 전면 무상보육과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복지비용 확대보다 왜 특정 지역의 개발 공약 수행이 훨씬 더 절실한지 논리적으로 납득시켜야 한다. 지역개발 공약을 내세우는 대선 캠프는 대개 이런 지역개발 공약 사업이 해당 지역의 고용과 복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각종 통계 자료가 보여주듯이 선심성 지역개발 사업을 위한 예산은 필연적으로 민간기업의 투자와 고용 역량을 떨어뜨려 도리어 장기적으로는 해당 지역의 성장률 하락을 초래했음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결국, 이러한 검토 없이 남발되고 있는 각종 지역개발 공약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가혹할 수밖에 없다. 구체성도 별로 없고 설익은 지역개발 공약 남발은 당연히 국토의 균형 발전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대선이 사실상 정책 대결이 실종되면서 주로 상대방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로 일관하다 보니, 각 대선 캠프도 지역개발 공약을 만드는 데 고민과 토의, 나아가 정책 효과성 검증보다는 표심(票心)을 자극할 만한 자극적인 사업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러한 포퓰리즘성 지역개발 공약의 남발을 막기 위해서는, 유권자 및 시민단체가 앞에서 제시한 논리적 설명을 요구하는 것 외에도 전문가 그룹의 사업 타당성 검토 및 공약 이행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더욱 더 확실한 공약 남발 방지 대책은 각 대선 캠프에 자신들이 제시하는 각종 지역개발 공약 수행의 우선순위를 제시하게 하는 것이다. 각 대선 캠프가 각종 지역개발 공약을 모두 나열하지 못하도록 공약 수행의 우선순위를 제시하게 하면 지역개발 포퓰리즘의 상당 부분이 방지될 것이다. 이창원 (한성대 교수·행정학, 정부개혁연구소 소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2. 10. 31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1031010339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