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주민 직선으로 - 이군현
	2003-07-18
교육감, 주민 직선으로 최근 한 교육감 선거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지지의 대가로 인사권과 예산 편성권 등을 넘겨주겠다고 약속한 각서 파문은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또 이어지는 금품수수 의혹 보도를 접하면서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착잡한 심경을 금할 수 없다. 교육자들의 선거에서 매번 탈법과 과열이라는 정치판에서나 어울림직한 단어가 횡행하는 데 대해 교육주체들은 모두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는 현행 교육감 선거제도가 탈법과 과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제도적인 개선이 따르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불미스러운 사태는 항상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교육감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62조 및 제116조에 따라 초·중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전원의 투표로 선출된다. 1차에서 유효투표의 과반수를 얻은 후보자를 당선자로 하되, 없을 경우 최고 득표자 2인의 결선투표로 결정한다. 1991년도 지방자치제법이 제정될 당시의 교육감 선출은 시·도의회에서 선출된 교육위원들이 교육감을 뽑는 간접선거 방식이었다. 15인 이내의 교육위원에 의한 교육감 선출방식은 담합, 금품수수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교육위원들이 시·도의회 의원들에 의해 선출되므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따라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선거인단의 확대를 통한 주민참여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학교운영위원 전원이 교육감을 선출하는 오늘의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현행 선거제도 역시 많은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첫째는 후보자 간의 담합이다. 결선투표를 제도화함으로써 1차 투표 결과에 따라 담합을 하고, 이 과정에서 불순한 뒷거래가 개입될 여지를 열어놓고 있다. 둘째, 주민자치의 정신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교육세를 부담하는 지역주민은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지역교육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현행제도는 자녀가 초·중등학교에 다니지 않거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학교운영위원에 참가할 수 없는 학부모들의 참여권을 봉쇄하고 있다. 그럼에도 학교 운영위원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은 주민에 의한 교육자치라는 법 취지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헌의 소지까지 안고 있다. 셋째, 학교운영위원회가 점차 정치적 조직으로 변질되고 있다. 학교운영위원회 제도에 대한 공과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 취지는 단위학교의 자율적 의사결정력을 높이는 데 있다. 여기에다 교육감 선거권이라는 정치적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학교운영위원을 뽑는 3월이 되면 이른바 내 사람 심기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학맥에 의한 부작용이다. 학교운영위원에는 교원이 30~4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선거과정에서 초등과 중등 혹은 학교 출신을 따지는, 이른바 학맥(學脈)에 의존하는 선거양상으로 나타나고, 나아가 교육감의 대표성과 공정성 시비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안은 교육감을 주민직선으로 선출하는 것이다. 주민직선은 주민참여라는 교육자치의 정신을 구현한다. 또 사실상 결선투표가 불가능하므로 담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광범한 선거인단은 부정의 소지를 상당 부분 예방하게 된다. 혹자는 선거에 따른 과다한 비용지출을 우려하지만 이는 지엽적인 문제다. 예컨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때 해당 지역의 교육감과 교육위원을 동시에 뽑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현 정부는 참여와 분권을 내세우고 있다. 분권의 시대에 훌륭한 지역교육 수장(首長)을 선출하는 것은 교육의 성패를 가름하는 중차대한 일이다. 교육계의 오랜 숙원이자 교육자치의 핵심인 주민직선이 차제에 반드시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군현 (한국교총 회장 / 시민회의 공동대표) 출처 - 조선일보 2003. 7. 18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