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실패, 장기 저성장 초래할 수 있다 - 연강흠
	2012-10-10
정책실패, 장기 저성장 초래할 수 있다 세계경제가 침체를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성장률을 직전 분기보다 0.2%포인트 낮춘 3.3%로 조정해 발표했다. 세계경제 성장률에 못 미치는 것으로 전망했던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점을 감안해 0.3%포인트나 낮춘 2.7%로 조정했다. 내년도 성장률도 한국경제와 세계경제 모두 0.3%포인트 낮춘 3.6%로 조정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유로존 위기와 추가적 재정긴축에 따른 경제침체, 미국의 재정지출 대폭 감소(재정절벽) 가능성, 중국경제 둔화, 유가 상승 등에 따른 경기침체의 장기화 우려가 세계경제를 암울하게 보는 이유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위기를 헤쳐 나갈 유럽과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의 능력에 대한 회의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경제침체의 결정적 책임을 정부 정책과 정치적 대응력에서 찾은 것이다. 전 세계가 동반 침체해 무역 규모가 축소된다면 그나마 잘 나가던 수출마저 흔들릴 건 뻔하다. 이미 수출시장은 경고등이 켜져 있다. 이즈음에서 일본의 20여년 장기 저성장 과정을 더듬어 볼 필요가 있다. 1985년 플라자협정 이후 엔화 가치가 순식간에 2배 이상 폭등하자 일본 기업들은 해외 부동산을 사들였다. 수출부진과 경기침체에 겁먹은 일본 정부는 섣불리 금리를 낮춰 결과적으로 엄청난 부동산 버블을 키웠다. 버블 붕괴 이후 수출을 하던 일본 기업들은 고령화·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부족과 부동산 투자 실패, 그리고 엔고에 견디다 못해 제조업을 해외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일본 내 기업투자와 가계소비는 줄어들고 복지 욕구는 증가하면서 경제성장은 사실상 멈췄다. 그래도 일본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5000달러에 육박하는 경제대국이다. 1인당 GDP가 이제 갓 2만 달러대로 올라서 선진국 대열에 겨우 한 발을 걸친 한국이 다른 선진국들과 성장의 보폭을 같이한다면 기다리는 것은 고난의 저성장시대뿐이다. 자연과학 분야에서만 노벨상 16명, 그리고 수학의 필즈상 수상자도 3명이나 배출한 일본이 기술력 부족으로 침체의 늪에 빠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정책입안자의 실책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한국도 정책 실패로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까봐 두려운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해 무리한 재정 투입을 수반하는 어설픈 정책이 나올까봐 걱정인 것이다. 저금리와 부동산 부양책은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투자로 이어지기보다 가계부채에 의한 자산 버블을 양산할 수 있으므로 경계해야 한다. 전 세계가 어려울 때는 재정 건실화를 유지하면서 가계부채 감소와 부동산시장 하향 안정화에 힘써 언제 어디서 불어닥칠지 모르는 외풍에 견딜 수 있는 체질을 만들어야 한다. 경제위기의 대부분은 시장의 실패라기보다 정책의 실패에서 온다. 웅진그룹은 성공의 노하우가 축적된 정수기 임대사업과 탄력적인 방문판매 조직을 활용하고 확장하기보다 잘 알지도 못하는 건설·금융·에너지 부문에 손을 대면서 부도를 맞게 됐다. 그동안 성장을 주도해 온 수출기업과 대기업을 홀대하고 어설픈 경제 모델로 급선회한다면 한국경제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정치권은 저성장 초입에 서 있는 한국경제의 체력을 실체도 모호한 경제민주화로 소모시키기보다 입증된 성공 모델을 통해 경제 회복과 성장을 이뤄야 한다. 많은 기업은 이미 나빠진 경기를 체감하고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기업을 둘러싼 세계경제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정치권이 나서서 경제성장의 길을 열어줘야 하는 건 당연하다. 기업투자를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풀고, 수출 성과가 내수시장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하며,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을 육성해 성장의 불길을 살려야 한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2. 10. 10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10100107393719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