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대선, 민심을 누가 - 김용하
	2012-09-20
삼국지 대선, 민심을 누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대통령선거 후보를 확정한 상황에서 안철수 교수가 대선 참여를 선언함으로써 18대 대통령 선거는 마치 삼국지를 연상시키는 형국이 됐다. 총선에서 국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면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위나라 같은 새누리당, 강고한 지리적 기반을 가지고 있는 오나라 같은 민주통합당, 집도 절도 없이 나라를 세워보겠다고 뛰어든 유비 같은 안철수 교수, 삼국이 정립되기 직전 적벽대전을 앞두고 있는 삼국지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삼국지의 최종 승자는 위, 오, 촉 모두 아닌 사마의 손자 사마염의 진나라이지만 삼국 모두 패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는 안철수씨가 천하를 얻고자 한다면 먼저 발을 디딜 수 있는 영지부터 얻어야 한다. 유비가 적벽대전을 틈타 형주와 장사의 4개 성을 차지한 다음 촉 땅을 차지했듯이 안철수씨도 먼저 일정한 정치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비로소 삼국이 정립하는 구도가 형성된다. 삼국 정립기에 오나라와 촉나라 각각으로는 도저히 위나라의 적수가 되지 못되었듯이 민주통합당과 안철수씨 세력이 연합하지 않으면 새누리당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오나라와 유비가 연합했을 때 적벽대전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지만 오와 촉이 전쟁을 치르고 대립하면서 천하대세는 위나라에 넘어갔다. 삼국지와는 다르게 초반에는 오와 촉이 대립하겠지만 위나라 타도에 공감하는 두 세력은 하나로 통합할 가능성이 높다. 오와 촉이 하나로 통합되면 삼국지는 더 이상 삼국지가 아니고 초한지로 바뀌게 된다. 초한지는 기득권 세력에 가까운 초와 변화를 희망하는 세력인 한의 싸움이다. 한나라 유방은 강력한 항우의 기세에 눌려 많은 작은 전쟁에서 패하지만 한 번의 큰 싸움에서 대승함으로써 천하를 통일한다. 삼국지와 초한지에서도 큰 국토와 강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가 반드시 승리하는 것은 아니듯이 오늘날의 선거전에서도 민심을 잡는 세력이 승리하게 된다. 문제는 민심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지금 현재의 유력한 세 명의 대선후보 모두 민심은 일자리 창출, 국민복지 증진, 경제 민주화 등에 있다는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방법론은 다소 상이하지만 큰 방향이 비슷하다 보니 정말 중요한 정책대결은 흐지부지 해지고 네거티브 전략에만 치중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가 있다. 더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전으로 입증되지 않은 사실들이 난무하고, 이것이 대선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식의 대선이라면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아테네의 민주정치의 종말을 가져온 중우정치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세 후보의 정책 공약들이 국가의 장기적인 미래를 설계하고 궁극적으로 국민을 편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정책이 아닌 일단 표를 얻고 보자는 식의 인기영합적 정책으로 구성돼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자리, 복지, 경제민주화 등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지 않으면 불가능한데도 경제성장정책은 뒷전인 것을 보면 이러한 지적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역대 정권 중에서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신용등급은 일본을 추월할 정도로 가장 높이 격상되고 있는 현실은 그만큼 세계 경제가 어렵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미국의 제3차 양적 확대조치로 종합주가지수가 최근 2000선을 넘나드는 등 긍정적 신호도 있지만, 달러 펌프가 몰고 올 세계적 인플레이션 압박이 기다리고 있고 미국 등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는가 하면, 중국과 일본 간의 영토분쟁도 심상치 않은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이 나눠먹기'에 초점을 맞춘 선거 공약들에만 소리를 높이는 것은 국민을 얕잡아 보는 중우정치와 다름이 없다. 민심은 부평초 같지만 도도하게 흐르는 장강과 같아서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간다. 민심에 거슬리면 패배하고 민심을 따라 잡을 수 있어야 승리할 수 있다. 대선주자들은 달콤하지만 독 묻은 사탕에 현혹되지 않는 침묵하는 다수의 국민이 지켜보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파이낸셜뉴스 2012. 9. 20 fn논단 <원문>http://www.fnnews.com/view?ra=Sent1801m_View&corp=fnnews&arcid=201209200100166080010123&cDateYear=2012 &cDateMonth=09&cDateDay=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