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을 또 지정한다고? - 정인교
	2012-09-19
경제자유구역을 또 지정한다고? 2002년 우리나라는 경제자유구역법을 제정하고, 다음해 동북아 경제중심 및 물류 허브 기치를 내걸었다.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 조치로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에 제1기 경제자유구역이 2003년 설치되었고, 5년 뒤에는 황해, 새만금, 대구경북 지역까지 총 6개의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었다. 이제 제3기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검토되고 있는데, 예비검토에서 100점 만점 중 60점 커트라인을 겨우 넘긴 충북도와 강원도에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될 것인가가 관심사항이다. 21세기형 글로벌시티를 표방하며 가장 먼저 특구로 지정된 인천의 경우 출발은 산뜻했다. 송도 지역을 주로 외국인이 입주한 국제 비즈니스 도시로, 인천항만과 인천공항의 배후지를 동북아 물류 허브로 하는 영종하늘도시로, 청라는 국제금융ㆍ레저도시로 조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와 같은 선진적 경제자유구역 개발 방향은 동북아 경제중심의 핵심 분야가 금융과 물류 허브 구축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었으나 국내 6개 경제자유구역 어디를 봐도 금융서비스로 볼 수 있는 사업은 아직 없다. 공항과 항만을 통한 물류 분야는 양적인 면에서 그런 대로 체면을 유지했다. 인천공항의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고, 컨테이너 물동량이 세계 3위에서 5위로 떨어졌지만 부산항의 위상도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질적인 면에서는 낙제점 이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동북아로 드나드는 화물을 수송하거나 단순환적 처리 기능으로는 당초 목표로 설정했던 신성장동력으로서의 고부가가치 물류 허브 기능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내 공항만에 많은 수의 국내외 물류업체가 입주해 있으나, 필자가 살펴본 바에 따르면 분류-조립-가공-수리 등 부가가치 물류서비스 업체는 2개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최근 사실상 사업을 접은 상태이다.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기업이 제대로 없으니 당초 기대했던 경제자유구역 내 산업클러스터 구축과 이와 연계된 고부가가치 물류서비스는 국토해양부와 경제자유구역기획단 문건에 나타나는 `장밋빛` 구호에 불과하다. 금융과 물류서비스 확충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한다는 경제자유구역 목표는 이미 실종된 상태다. 10년간 추진해도 목표와는 한참 멀어진 경제자유구역을 지속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추가 지정을 검토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바다를 매립하여 확보한 용지에 건설된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주요 시설 건설에서 다른 경제자유구역보다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건설 초기 형성되었던 세계적인 부동산 붐은 송도 지역 아파트 분양에서 수십 대 일의 청약 경쟁을 불러왔기에 자금조달도 순조로웠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우려했던 깡통아파트가 현실화되고 있고, 영종하늘도시에는 빈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가장 여건이 나은 인천이 이럴진대, 다른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평가는 굳이 내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대구경북, 황해 등의 경제자유구역에서는 개인 소유 땅을 매입하여 용지를 조성해야 하므로 애당초 진척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이로 인해 이들 경제자유구역은 지도상에 구획만 정했을 뿐 제대로 된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통령 선거로 여야가 경제현실을 무시하고 타당성이 결여된 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을 약속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추가 지정을 요청하는 충북과 강원도는 진척이 부진한 경제자유구역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봐야 할 것이다. 60점짜리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지역동반성장 이념에 부합할지 모르나 얼마 지나지 않아 지자체의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전국에 깔린 것이 경제자유구역인데 뭐가 특별하다는 것인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매일경제 2012. 9. 19 인사이드칼럼 <원문>http://news.mk.co.kr/column/view.php?sc=30500001&cm=사설·칼럼메인&year=2012&no=601196&relatedcode=&wonNo=&s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