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칸막이` 걷어내라 - 이달곤
	2003-07-14
`이공계 칸막이` 걷어내라 중국 방문후 노무현 대통령은 “중국처럼 국가 경영의 중요한 지위에 이공계 출신을 많이 등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이공계 공직 진출 확대 방안을 마련했다. 차제에 이공계 인재 관리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이공계와 문과계를 구분하는 두꺼운 칸막이를 어떻게 헐어 나갈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어 후속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대학생의 전공을 이과계와 문과계로 엄격하게 구분하는 방식을 완화시키고 있으며 재학중 다른 영역을 부전공으로 택하는 학생도 늘어나고 있다. 대학 졸업후 취업 과정에서도 칸막이는 일부 전문직을 제외하고는 느슨하게 운용된다. 공직에는 전문직의 비중을 높이고, 계약제·개방직 등을 사용하여 민간 인사의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경쟁을 통하여 인적자원의 수준을 높이는 데 인위적 칸막이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원리를 반영하고 있다. 인재의 흐름을 막으면 문제 해결 능력이 약화된다. 또한 두 분야의 능력을 모두 요구하는 직책도 적지 않으므로 흐름을 자연스럽게 하고 언제든지 필요한 지식을 교육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쟁력이 높은 기업일수록 이공계 인력의 비율이 높다. 임금액의 비율은 더욱 높을 것이다. 그것은 경쟁의 와중에서 기업 발전의 원동력이 과학 기술에 있음을 반영하는 증거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과학 기술 지식이 필요한 직책은 당연하고 엄격한 체계적 판단이 필요한 직책에도 이공계 인재를 확대 투입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 정부에서 기술직은 모집 규모도 작고, 하위직에 치중하여 있으며, 업무가 세분화되어 상위직이 없는 경우도 있다. 업무 협조와 리더십에 어려움이 있는 것처럼 인식되기도 하였다. 이런 문제는 이번 개선안과 같이 비중을 늘리고, 직군을 대분류하며, 행정고시와 기술고시를 통합하여 수평적 네트워크를 확장하면 어느 정도 개선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할당제 아이디어는 몇 가지 점에서 보완되어야 한다. 학교를 금방 졸업한 백면서생(白面書生)의 이공계 공직자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이공계 인력 정책의 목표를 구현할 수 없다. 자칫 잘못 알려지면 자연대나 공대가 통째로 고시원으로 전락한다. 고시 과목이 잘못 짜이면 관련 대학원이 불모지로 변할 수 있다. 현재 법학 및 사회과학 교육의 수준이 향상되지 못하는 데는 고시가 도사리고 있다. 고시는 대학 수준의 지식을 테스트하기 때문이고 학생들은 반복적으로 그 정도의 지식을 외운다. 따라서 대학 성적이나 적성검사를 기준으로 증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안은 자연스럽게 지방 이공계 대학생에게 많은 자극도 줄 것이다. 이공계 인력 정책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본원적으로 이공계 대학에 우수한 인재가 모여야 한다. 이공계 대학 교육을 전액 장학금으로 하고 이공계 인력의 보수 수준이 높아지면 정책의 목적이 효과적으로 달성될 것이다. 이공계 대학 지원은 예산의 문제이고, 사회에 진출한 이공계 인사에 대한 유인 체계의 강화는 정부와 시장이 함께 나서야 하는 문제이다. 정부와 기업이 보수 제도를 잘 발전시켜서 학벌이 아닌, 실력 있는 이공계 인사를 대우해야 하는데, 이러한 방안은 조금만 고민하면 만들 수 있다. 아울러 공직의 최상층부에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이공계 출신을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조치는 상징성이 클 뿐만 아니라, 최근 정부의 중요한 기능으로 인정되고 있는 ‘전문공동체의 형성’을 가능하게 한다. 교육·산업·환경·과학기술·통상·의료복지·노동 등의 분야에 이공계 출신 장차관이 진출하면 자연히 이공계 인사와 호흡이 맞는 집단이 활성화된다. 이것은 사회적 파급 효과를 가져와 해당 이공계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또 대학과 기업은 이공계 인사들이 직급계단(career ladder)을 올라가는 데 필요한 관리 능력이나 리더십을 보강할 수 있는 교육 훈련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따라서 대학의 교과과정 개편은 물론이고, 재직 교육을 활성화하여 이공계 인사가 정치적 관리 능력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보급하는 재직 교육 과정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이달곤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책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3. 7. 14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