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A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自畵像 - 정진영
	2012-09-04
'더블A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自畵像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최근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올려 ‘Aa3’를 부여했다. 가장 높은 등급인 ‘트리플 A(Aaa)’ 아래의 ‘더블 A(Aa)’ 등급에서 세 번째이니 위에서 4번째로 높은 등급이고,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받아본 등급 중에서 가장 높은 등급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은 A1이었고, 이후 급격히 떨어졌다가 차차 회복해서 2010년 4월에 다시 ‘A1’ 등급을 받았다. 이번에 우리나라가 받은 ‘Aa3’ 등급을 두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올림픽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운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 우리나라는 경제 면에서 또 다른 기록을 세웠다. 이른바 ‘20-50’ 클럽에 가입한 것이다. 인구 5000만을 넘는 국가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선 경우다. 세계에서 일곱 번째이고 1996년 영국이 가입한 이후 처음이다. 인구가 많으면 부존자원이나 1∼2개의 특정한 산업만으로는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이 어렵다. 이를 달성한 나라는 모두 선진 7개국 모임인 G7의 회원국들이다. G7 중 캐나다만이 인구가 적어 ‘20-50’ 클럽이 아니고, 그 일곱 번째 자리를 우리나라가 차지한 것이다. 무역 규모는 지난해에 1조 달러를 넘어섰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도 크게 증대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과 핵물질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핵안보정상회의가 지난 3월 우리나라에서 개최됐다. 또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바뀐 대한민국에서 세계개발원조총회가 지난해 열렸다. 우리의 대중가요와 연속극 등 이른바 한류(韓流)도 세계인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의 소프트 파워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나라 밖에서 보는 대한민국의 위상은 놀랄 정도로 높아졌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보는 자화상(自畵像)은 거의 모두 부정적 이미지로 가득하다. 경제는 침체해 있고 사회적 양극화가 심해졌으며 정부와 정치에 대한 불신이 너무 심하다. 위기론이 간단없이 오가고, 서로를 위기의 주범이라며 남의 탓만 한다. 연말 대선이 임박할수록 기승을 부릴 상대 후보 진영 흠잡기와 남 탓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들과 정치에 물든 많은 지식인들, 그리고 심지어 일반 국민까지도 상대방이 하는 일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우리는 서로 반목하고 스스로를 비하(卑下)하는 것일까. 스스로에 대한 평가 기준이 매우 높은 모범생 기질이나 오랜 가난과 식민지의 질곡(桎梏)을 겪어온 데 따른 자신감 결여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적대적인 진영으로 나뉘어 싸움만 일삼는 정치가 중요한 원인이기도 할 것이다. 무디스는 대한민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리면서 북한 문제의 안정적 관리를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내세웠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대북(對北) 정책에 반대하는 인사들은 남북관계가 현 정부에 들어 파산했다면서 적대적인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정책이 다른 것이 아니라 틀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논리적 사고나 증거보다 정치적 입장을 앞세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이다. 이제 정치인도 지식인도 국민도 성숙해져야 한다. 남을 탓하고 싸우려고만 할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국가신용등급 ‘더블 A’, ‘20-50’ 클럽, G20, 원조 공여국, 무역 1조 달러, 케이팝(K-POP) 등 한류, 이 모든 것을 이룬 우리 모두를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앞으로 힘차게 전진할 힘이 생기고 국민의 마음을 모을 수 있다. 연말 대선은 국민 분열이 아니라 통합을 이루고 어느 누구의 승리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승리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정진영 (경희대 국제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2. 9. 4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0904010331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