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정서의 동심원 그리기 Ⅱ - 김종헌
	2002-05-10
민족정서의 동심원 그리기 Ⅱ 민족화해협력국민협의회는 작년 금강산 민족통일대토론회, 평양 민족통일대축전에 이어 민족의 단합과 통일을 촉진하기 위한 민간 차원의 대규모 남북교류인“2002새해맞이 민족공동행사"를 추진해 왔다. 나는 그 일원으로 지난 2월 26일 설봉호에 올랐다. 작년 8.15 민족대통일축전에서의 북측대표와 2차례의 문화예술교류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기에 금강산을 향한 문화예술계 대표와 공연단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작년 8.15민족대통일축전에 참가하면서 순안공항에 발을 내딛던 순간의 흥분과 설렘을 뒤로하고, 2002새해맞이 민족공동행사 때에는 마치 이웃집에 마실가듯 편안한 마음으로 금강산을 밟았다. 그렇듯 편안한 발걸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념과 체제를 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화예술을 통하여 우리 민족의 원형을 찾자는 순수함이 바탕 되었기에 가능하리라 생각되어진다. 문화예술을 통한 교류는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따스한 봄바람에 얼음이 녹듯 서서히 녹아 내려 졸졸거리는 그런 모습일 것이다. 우리 민족에게 있어 통일처럼 온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절실한 과제는 없을 것입니다. 북으로 향하는 이러한 우리들이 정서는 의미를 부여하며 설명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계절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섭리와도 같이 자연스럽게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문화예술인의 한 사람으로 나는 새해맞이남북공동모임 행사의 성과를 분석하고 계량하기보다는 민간 차원의 잦은 접촉을 통한 민족정서의 동심원을 그리는 자체에 의미를 두고자 한다. 있는 길도 사람이 다니지 않으면 없어지고, 없던 길도 사람이 다니면 생긴다고 했다. 우리의 아린 역사 속에서 지워진 북으로의 길을 내기 위해서는 순수한 마음 길을 발길로 옮긴 다는 다소 가벼운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해빙의 분위기가 무르익은 지금, 통일의 단계적 실천을 위하여 남북한 모두 민족문화에 대한 접근 방법과 태도의 일대 전환이 요청된다. 그리고 문화 교류의 상호주의 접근 태도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남북문화예술 교류의 단계적 실천 방안은 첫째 문화적 공동기반의 재확립, 둘째 남북문화예술사업의 영역별 단계적 실천, 셋째 남북한 문화예술 교류를 위한 제도적 개혁과 공동사업을 추진해 갈 수 있는 민간기구의 설립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 공동의 문화예술행사 개최, 전통문화예술공동연구와 연구내용의 교류 등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화예술 행사가 성공리에 추진되고 교류되기 위하여 그 주최는 정부가 아닌 민간단체가 되어야 할 것이며, 남측이나 북측 모두 행사의 성격이나 추진 방향이 정부에 의해 간섭받지 않고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흘려야 할 것이다. 이런 자연스러운 흐름을 통하여 우리 민족의 원형은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하나가 될 터전을 마련할 것이다. 그 곳에 뿌려진 씨앗이 발아하여 뿌리내리고 가지를 뻗으며 열음을 맺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 터전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급하게 수확에 관한 이야기는 뒤로 미루어 두어도 좋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하여 북한과의 민간 교류차원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인 각계의 반응을 접했다. 그러나 정작 일반사람들은 북한에 대한 실정을 잘 알지 못한다. 따라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이라는 것이 아무리 더디게 오더라도 우리들은 민간교류 차원에서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예총은 지금도 북한의 민화협과의 연락을 통하여 여러 프로그램을 제안하여 왔다. 하지만 그들의 의사 결정이 더딜 뿐 아니라, 이런 저런 이유를 달아 완곡한 거절을 하여 왔다. 하지만 최근에 "남북예술교류를 위한 범예술인 포럼 및 축하공연"이라는 프로그램으로 그들로부터 포럼과 일부의 전시예술을 개최할 것을 원칙적으로 합의 하였다다. 또한 지난 4월 12일 7대 종단, 민화협, 통일연대로 구성된 '통일을 염원하는 2002 새해맞이 공동행사 준비위원회`는 4월 10부터 12일까지 북측과 실무회담을 통해 "남북 공동보도문을 적극 지지 환영하며 이를 힘있게 실천해 나갈 것"과 6·15 2주년 민족통일대축전, 8·15 민족통일공동행사, 여성.청년 등 "각 부문별 통일행사"들을 진행할 것에 다음과 같은 공동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1. 남북 단체들은 지난 4월 5일 평양에서 쌍방 당국 사이에 발표된 남북공동보도문을 적극 지지 환영하며 이를 힘있게 실천해 나갈 것이다. 2. 남북단체들은 올해통일운동을 6·15공동선언에 따라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외세에 의한 전쟁위험을 제거하며 나라의 평화와 통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데 중심을 두고 진행해 나갈 것이다. 3. 남북단체들은 민족의 단합과 통일을 위한 접촉과 대화를 더욱 발전시켜 올해 통일운동을 활성화 해 나갈 것이며 그 길에서 6·15 공동선언을 지지하는 모든 단체들과 함께 손잡고 나갈 것이다. 4. 남북단체들은 6·15민족통일대축전과 8·15민족공동통일행사, 그리고 남북여성통일대회, 남북청년학생 통일 행사를 비롯한 각 부문별 통일 행사들을 진행하며 이 통일 행사들을 진행할 장소 등 구체적 문제들을 계속 협의 확정해 나갈 것이다. 5. 남북 단체들은 연대와 단합을 도모하고 협력과 교류를 더 활발히 진행해 나갈 것이다. 떨어지는 낙숫물이 바위에 구멍을 뚫듯 우리 민간단체들의 이러한 일련의 노력은 굳게 걸어 잠근 북한의 문을 열게 할 것입니다. 우리는 통일의 그 날을 대비하여 반세기라는 단절의 시간 동안 이질화된 민족성의 공통분모를 찾기 위한 준비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 준비는 어느 특정한 분야에 한정된 이들의 몫이 아니라 온 국민의 몫이 될 것입니다. 바로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의 관심은 통일의 그 날 생길 수도 있는 혼란을 줄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김종헌 (한국예총 사무총장 / 시민회의 문화예술인포럼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