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하려는 의지살려줘야 - 김중수
	2003-07-08
경제하려는 의지살려줘야 최근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이 국정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저개발국의 소득배가운동은 단순히 빈곤으로부터의 탈피를 목적으로 물질적 부를 창출하는 양적 성장 전략의 의미를 갖게 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구축함으로써 경제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여 선진국 대열에 동참하겠다는 의미로 소득 2만달러를 추구하고 있기에 대내외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1995년 1만달러를 달성했을 당시에는 7년 정도 이후에는 2만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1997년 IMF 외환위기로 7000달러 미만 수준으로 후퇴했다가 이제 다시 1만달러를 회복했다.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면 역사는 되풀이되기에,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짐하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국제경제환경을 고려할 때 향후 10년 이내에 2만달러를 달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설령 이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의 국민소득 랭킹은 현재의 24위에서 불과 한두 단계밖에 올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며, 이것이 우리 경제의 현 주소임을 알아야 한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아서 루이스는 ‘경제하려는 의지 (the will to economize)’가 경제성장의 동인임을 갈파한 바 있다. 경제성장은 노동자의 근로기강과 기업가의 모험정신이 동력이며, 결국 인간 노력의 결과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의 뇌리에서 어느새 사라져버린 개념이다. 마치 자본과 기술이 있으면 경제는 저절로 성장한다든지, 인위적 선진제도 도입으로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는 형국이 되었다고 보여진다. 지금 우리는 경제 주체의 ‘경제하려는 의지’를 복원시키는 데 사회의 모든 자원과 지식을 집중해야 한다. 이는 시장경제질서의 확립, 국가균형발전, 취약계층의 보호 등의 정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경제하려는 의지를 어떻게 촉발시켰는가에 대한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발전 경험은 개별적 또는 집단적 경제주체의 효율성을 강조한 방식에서 차별된다. 전자(前者)는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능력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수월성을 추구하는 정책들을 선호한다. 후자는 구성원들의 공동체의식을 바탕으로 하위계층의 생산성을 끌어올려 집단의 평균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며, 위기의식 조장과 생존전략차원에서 집단의 결집을 강조한다. 우리는 어떠한 발전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합당한가. 대외환경과 국민의식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 국경이 사라져가고 세계를 경제활동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무한경쟁시대의 글로벌 추세에서 국가의 총체적 부를 극대화하기에는 전자가 더 효과적일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수월성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직면한 딜레마는 국민의식은 전자에 부합하는데 사회적 제도는 후자를 선택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대표적 사례가 교육평준화제도다. 다수의 국민이 선호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실제로 국민 대다수가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그 주장의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 평준화 정책으로 공교육 수준이 낮아진 것보다는 경쟁을 우선시하는 국민성향, 즉 집단보다는 개인의 효용 극대화를 추구하는 성향에 기인한다고 보아야 올바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차별화와 경쟁이라는 시장의 개념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보아야 한다. 국민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정태적인 현상교정 정책보다는 동태적인 미래비전 제시가 개혁정책의 근간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장이냐 분배냐, 기업별 노사관계냐 산별 노사관계냐 하는 논쟁은 이념적으로 편향된 주장이 제기되기 쉽고, 이러한 정태적 개념의 개혁추진은 집단이기주의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소득 2만달러는 동태적 비전이며 경제주체의 경제하려는 의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제는 각 경제주체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 실천 프로그램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김중수 (한국개발연구원장(KDI)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조선일보 2003. 7. 8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