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市民공원으로 되돌려야 - 성재호
	2012-03-27
서울광장, 市民공원으로 되돌려야 장면 1# 오케스트라, 콘서트, 전통예술행사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문화행사에 가족, 친구들과 둘러앉아 문화적 체험을 평온하게 즐기는 모습. 장면 2# 시국집회와 텐트를 친 노숙·점거 시위에 밤이면 술판으로 변질되고 금연 규정조차 지켜지지 않는 무질서한 모습. 요즘 많이 시도되고 있는 설문 형식을 빌려, 거리에 2개의 포스터를 걸어놓고 원하는 쪽에 스티커를 붙이라고 한다면 어느 쪽에 더 많은 스티커가 붙게 될까? 아무리 시대가 혼탁해지고 삶이 팍팍해져 순자(荀子)의 성악설(性惡說)이 옳다고 믿는다 할지라도 ‘장면 1#’에 더 많은 스티커가 붙지 않을까? 요즘처럼 사람의 본성이 급해지고 화(禍)를 참지 못하며, 타인과의 관계를 대립적으로 몰아가려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는 시대에,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것인지 아니면 순화시켜 나갈 것인지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2004년 5월1일 서울시청 앞의 차도와 분수대는 회색의 칙칙함을 벗어던지고, 일상 속에서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관광객들에게 서울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조성된 ‘공원’으로 재탄생했다. 공원이란 본디 가족이나 친구들 간 여유로운 나들이와 망중한(忙中閑)을 즐기는 휴식 장소다. 더불어 덕수궁의 왕궁 수문장 교대행렬과 같은 문화적·역사적 전통을 체험적으로 볼 수 있고, 가수들이 출연하는 콘서트와 다양한 문화행사 등이 시민들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한편으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길거리 응원의 메카로 흥겹게 어울렸던 기억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새삼 뭉클하게 한다. 그랬던 시민의 문화광장이 텐트를 친 노숙·점거 시위에 밤이면 술판으로 이어지는 난장(亂場)으로 변질되기에 이르렀다. 2010년 8월13일 서울광장 조례안을 통해 서울광장에서 집회와 시위를 허용하고, 광장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꾼 이후의 변화다. 서울시와 의회에 의해 서울광장이 신고제로 전환되면서, 시민들의 문화와 소통의 공간이 정치집회의 장(場)으로 변질되는 게 아니냐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개정 조례는 ‘문화활동 등’이라고 규정하고 있던 기존의 조례 규정을 ‘문화활동, 공익적 행사 및 집회와 시위의 진행 등’으로 바꿨다. 이에 그치지 않고 사용 신고를 수리할 때 사용일이 중복된 경우 신고 순위에 따라 수리토록 하면서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집회 신고를 마친 행사 등을 우선해 수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즉, 집회 및 시위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우선순위를 부여함으로써, 공원이 갖는 친인간적 환경의 의미보다 인간의 정치공학적 행위에 더 높은 순위를 매겨준 것이다. 시의회나 국회가 편가름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집단에 유리한 방향으로 편향성을 보인다 하더라도, 공원에조차 정치적 색채를 입히는 것은 종국에는 자신을 해치는 부메랑 효과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공원은 도시를 만든 인간의 사회성에서 비롯된 보호받아야 하는 본연적 순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한 광장이 집회와 시위에 찌들어 그러잖아도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대다수 서민의 눈과 귀를 찡그리게 만든다는 것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므로 가능한 한 보호해야 할 민주적 가치다. 하지만 합법적인 범위에서 타인의 권리를 배려하는 것 또한 외면하거나 무시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덕목이다. 굳이 법률상의 형식적 논쟁을 빌리지 않더라도, 공원을 말 그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지혜와 이해가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2. 3. 27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03270103313719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