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엄정한 법집행 의지 - 이달곤
	2003-06-25
정부, 엄정한 법집행 의지를 새로운 노사문화를 위한 제언 조흥은행 파업 협상결과에 대해 경제부총리는 법과 원칙을 세운 모범사례라고 하는가 하면 재계는 정부역할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노사문제를 보는 정부의 입장이 노조편향이라는 점이 이미 지적되어 왔었다. 그러나 정부는 종국적 책임자로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었지만 내용면에서는 자율적인 타결이었고 편향성도 없었음을 강조한다. 정부의 노동정책노선은 많은 나라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런데 정부의 역할과 관련하여 두 가지 문제는 분리되어야 한다. 하나는 정부가 어떤 노선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본질적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쟁의과정에서 정부가 어떤 활동을 하느냐 하는 것이다. 전자는 정권의 통치이념이나 철학의 문제로서 주권자의 선택 문제이다. 정통성이 있는 정권이 약속한 대로 어떤 방향성을 지닌 노동정책을 밀고 나가는 것은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지 않는다면 방법이 없다. 필요하면 관련법도 바꾸는 것이고 갈등은 많은 경우 정치권의 대립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후자의 문제는 법적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행정부는 합법성과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경제와 복지문제를 놓고 시간과 씨름하는 고민의 주체이다. 이 정부가 이 시기에 이러한 성격의 노동정책을 펴는 것이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점은 근원적인 문제로서 계속 논란이 될 것이다. 정권을 잡고 나면 이념에 치우치기보다는 사물의 본질과 국익을 기준으로 국정을 운용하는 것이 선진 진보정권의 특색이었다. 한국의 발전단계나 국제여건으로 볼 때 노조편향적 노선이 기업가나 외국투자가의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후자의 문제로서, 정부가 최근 노동쟁의과정에서 취한 자세에 대해서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정권이 어떤 지향을 가진 경우에도 법의 원칙과 절차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법이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국회에서 개정한 다음 집행하여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정부가 부처간의 이견을 내부적으로 극복하고 하나의 입장을 정리하여, 정부 입장이 노사 쌍방은 물론이고 국민에게 명료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부처간 혼선과 장관들의 대립은 원숙한 법집행자의 자세가 아니다. 노와 사의 대립과정에 개별 부처가 아닌 하나의 정부로서 통합된 입장을 가져야 한다. 이 점은 국제관계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국방은 호전적으로, 외교는 융화적으로 하는 식의 역할분담과 구별되어야 한다. 둘째, 편향된 노선을 가진 경우에도 정부는 협상의 조정자 이상의 적극적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이 갈등해소에 좋다. 당사자 중 한편이 의심의 눈으로 정부를 보고 있는 판에 정부가 알선을 하거나 조정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협상결과의 수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셋째, 불법적인 쟁의에 대해서는 정부가 불법이 발생되지 않게 조치를 취하는 것이 급선무다. 특히 예정된 노사분규가 정책사안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정부가 사용자인 것이 많은데,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불법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엄정한 법집행 의지를 보여야 한다. 법을 지키는 것은 정부의 제1차적 임무이다. 물론 일단 불법으로 엎질러진 집단행동 앞에서 경찰력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하는 문제는 또 다른 것이다. 넷째, 정부는 절차관리에 주력하여야 한다. 협상의 결론을 먼저 꺼내어 이 정도면 좋다는 식으로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 한 건이라도 제대로 된 전범(典範)을 만들기 바란다. 당사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표준적인 절차에 의해서 정부가 엄정한 역할을 한 사례를 하나 만들기만 하면 그 다음 발생되는 노사문제는 보다 용이하게 풀 수 있을 것이다. 李達坤 (서울대 정책학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세계일보 2003. 6. 25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