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의 反FTA論은 틀렸다 - 김정호
	2011-11-18
장하준 교수의 反FTA論은 틀렸다 한국인 학자로서 장하준 교수처럼 세계적으로 유명 인사가 있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런 학자가 잘못된 논리를 펴는 것은 안타깝다. 그의 반(反)자유무역협정(FTA) 논리가 그렇다. 우리와 소득 수준이 비슷하거나 낮은 나라와의 자유무역은 괜찮지만, 유럽이나 미국처럼 소득이 더 높은 나라와의 자유무역은 한국에 불리하다는 내용이다. 그는 논거(論據)로 한국의 산업들이 발전한 사례를 든다. 시장을 보호하지 않았더라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기업이 생겨나지 못했을 거라는 논리다. 부분적으로만 맞다. 오랜 기간 보호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낙후를 면치 못한 산업이 많다. 유통산업을 생각해 보라. ‘복잡하고 낙후된 유통구조와 높은 유통 마진’이라는 말은 수십년 간 물가가 오를 때마다 반복했던 말이다. 도매인들과 재래시장 상인들, ‘동네슈퍼’가 바로 그 장본인들이다. 유통업은 수십년 간 아니 수백년 간 외국 자본의 ‘침략’으로부터 보호받아 왔다. 그런데도 발전하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1996년 1월 유통시장이 완전히 개방됐다. 우루과이라운드에 빠질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어떤 유통업자도 원하는 바 아니었다. 유통의 공룡 기업인 월마트와 까루푸가 들어왔다. 당사자뿐 아니라 누가 봐도 한국의 유통산업은 그들이 장악할 판이었다. 10년이 지났다. 결과는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한국의 유통기업들이 현대적 기업으로 환골탈태했고, 유통혁명을 일으켰으며 마침내 월마트에 이어 까루푸까지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개방은 다양한 충격을 몰고 온다. 싸고 좋은 제품이 들어와서 소비자들은 좋아지지만, 기존의 그 제품을 팔아서 돈을 벌던 국내 공급자들은 고통을 당한다. 경쟁력 없는 산업은 붕괴하고, 새로운 선진 산업은 발전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보다 경제 수준이 높은 나라와의 자유무역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장 교수의 논리다. 하지만 그가 간과하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그동안 보호에 안주했던 사람들로 하여금 품질을 개선하고 원가를 낮추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도록 자극하는 효과다. 새 경쟁자가 된 선진국 기업의 노하우를 곁에서 보고 따라하며, 넘어서려고 노력하게 만드는 효과다. 개방을 배움의 기회로 활용한다면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면 원망하고 피하기만 한다면 무서운 쓰나미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인들이 대단한 것은 일단 개방이 되고 나면 그 도전을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한국에서 시장 개방의 원조는 과자시장이다. 1980년대 초였다. 돈 좀 있는 사람들은 남대문 도깨비시장에 가서 미군 피엑스(PX)에서 흘러나온 오렌지 주스 같은 것을 자랑삼아 사먹던 시절이었다. 당시 외제 과자는 맛있는 것의 대명사였다. 그런 상황에서 시장이 개방된다니 모두들 낙담이 대단했다. 하지만 결과는 어찌 됐나?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초코파이가 외국 과자들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세계 시장에서 3류제품 취급을 받던 자동차, 전자제품이 1990년대의 본격적인 시장 개방을 맞으면서 세계적인 제품으로 거듭났다. ‘K-POP’이라는 이름으로 미국과 유럽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한 한국의 대중가요는 애초부터 팝송과의 무한경쟁을 벌였다. 정주영이 울산조선소에서 대형 선박을 짓기 시작했을 때 한국에는 아예 대형 선박을 사줄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다. 대중가요와 더불어 한국의 조선산업은 애초부터 세계시장에서 무한경쟁을 벌인 것이다. 개방이 선진국에만 유리하다는 생각은 책상 앞에서나 나올 논리다. 적어도 한국의 경제사는 앞선 제품, 선진국 제품과의 경쟁을 극복해낸 역사다. 장 교수는 상상의 세계에서 나와 현실의 살아 있는 한국경제를 직시하기 바란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1. 11. 18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11118010339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