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路線 변화는 시대적 당위 - 김태기
	2011-11-11
노동운동 路線 변화는 시대적 당위 노동의 미래가 어둡다. 일자리 문제가 악화하면서 근로자들의 소득 격차는 확대되고 빈곤 근로계층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뾰족한 대책은 마련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남의 일 대하듯 우유부단하고 미온적인 자세이며, 근로자 대표인 노동계는 남 탓하기에 급급하다. 이러니 기존 고용관행 속에서 불이익을 보는 젊은이들은 아웃사이더가 되면서 분노하고 있다. 한국의 고용 및 임금결정 관행은 다른 나라에 비해 특이하다. 소수의 대기업과 공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독점하고 노동시장이 대기업 부문과 중소기업 부문으로 단절돼 있다. 다수의 중소기업 부문은 고용이 불안하고 소득도 낮아 젊은이들이 취업을 기피해 일자리 문제가 가중된다. 문제는 대기업 부문의 고용안정과 고임금에는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의 희생이 깔려 있고, 이렇게 된 중요한 이유는 대기업 노동조합의 이기주의에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 노조(勞組)는 정규직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다. 사용자는 노조의 압력 때문에 고용안정 장치와 임금인상 요구를 받아들이고 그 부담을 협력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억제와 비정규직의 남용으로 흡수했다. 그 결과 협력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은 열심히 일을 해도 급여가 올라가기 어렵고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소모품처럼 돼 버렸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노동계는 오히려 대기업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대기업 노조가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이익을 배려할 수 있도록 양보하고 고용 및 임금결정 관행도 바꾸도록 노동계가 촉구했다는 이야기는 듣기 어렵다.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 문제의 원인을 정부와 기업에 떠넘긴다. 이러한 모순은 한국 노동운동의 위기를 초래한다. 노동운동이 일반인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서 증가하는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노조 가입을 외면한다. 결과적으로 노조 가입률은 떨어지고 전국 단위의 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독립 노조가 늘어나고 있다. 고용 위기와 노동운동 위기의 해법은 있다. 그것은 노동계도 정부·경영계와 함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고용 및 노동운동의 위기를 초래한 일자리와 소득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해관계의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동계가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일자리와 소득 양극화의 해결 책임을 정부와 기업에만 돌리는 건 위기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다행히 노동계 일각에서 노조도 사회적 책임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3노총을 표방하는 국민노총이 노동운동의 사회적 책임을 주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또한 LG전자노조, 연세의료원노조 등이 노조의 사회적 책임에 앞장서고 있고 KT노조, 분당서울대병원노조, AT노조 등은 노사의 연대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조직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노동운동의 새로운 노선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사회적 책임을 어려운 사람 도와주는 시혜적인 사회 공헌 활동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임금인상 부담을 협력 중소기업에 부당하게 전가하는 문제나 비정규직이나 사내 하도급에 대한 차별 문제 등 불공정한 고용관행을 개선하는 문제,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문제 등에 대해 눈을 돌리지 못한다면 새로운 노동운동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노동운동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노선(路線)을 변화하는 것은 시대적 당위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쉬운 건 아니다. 사회적 책임은 노동조합의 희생정신도 수반하기 때문이다. 노동계 지도자들이 결단해야 한다. 김태기 (단국대 상경대 교수 경제학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11. 11. 11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11111010339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