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痼疾…전관예우 - 성재호
	2011-11-04
대한민국의 痼疾…전관예우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0월의 20명을 포함해 올해에만 65명이 퇴직했고, 지난달 25일 하루에만 8명이 한꺼번에 사표냈다. 이들 퇴직자는 곧장 법무법인(로펌)이나 금융회사 등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감독원 직원의 퇴직 러시는 이른바 ‘전관예우금지법’으로 불리는 ‘공직자윤리법’이 개정 시행되는 30일 이전에 이직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개정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재취업 제한 대상자는 2급에서 4급으로 확대되고, 퇴직 전 3년간 맡았던 업무와 관련된 분야에 2년간 취업을 할 수 없던 것을 퇴직 전 5년간 맡은 업무와 관련된 업종에 퇴직 후 2년간 재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공무원이 중도에 자발적으로 퇴직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테지만, 퇴직 이후의 업무제한을 강화하는 법률의 발효를 앞두고 갑자기 퇴직자가 증가한 것은 본인들이 기대하던 미래 보상이 축소되는 것 때문이라고 보더라도 과장된 평가는 아닐 것이다. 공무원은 공직자윤리법의 개정으로 퇴직 후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로펌 등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경우 고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금융감독원 직원의 대규모 퇴직 사태가 일어난 것은 공무원과 로펌의 상호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는 퇴직 공무원을 연고 업무에 투입해 전관이 갖는 내부 정보와 다양한 인맥을 활용하려는 무리한 요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퇴직 공무원이 객관적 업무 처리를 통한 공정한 결정을 도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속했던 공공기관 내의 정보와 조직 내에 남아 있는 인맥을 통해 편향적 결정을 끌어낼 경우, 이는 다수의 이익을 잠식하고 소수의 이익만을 대변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6일의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타난 20대부터 30, 40대의 극히 비대칭적인 투표 결과는 저축은행사태에서부터 비롯된 사회적 불공정에 대한 준엄한 경고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전관예우법은 그러한 불균형과 편향성을 막고 공정사회를 공고히 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이러한 법정신은 지난 4월 개정된 변호사법에도 포함돼 있다. 판사·검사 등이 변호사 개업시 퇴직 이전 1년 이상 근무한 곳에서는 1년간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할 때 전관이 변호사를 못하게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까지 언급한 바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전관예우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법조시장은 무한경쟁 상태에 들어가고 있고, 로펌은 기업화해 가고 있다. 시장과 구직자의 동시적 고민이 이뤄지지 않는 한, 전관예우의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둘 중 더 본질적인 문제는 사람이다. 따라서 단순히 법을 제정하고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인식과 행태의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법제도만으로는 종국적 해법이 될 수 없다. 얼마 전 언론 보도를 통해 대법관 출신의 한 법조인이 지방의 대학에 교편을 잡는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 청빈한 생활과 더불어 대법관까지 오른 명예스러운 법조인으로서 지식과 경험을 후학들에게 전하려는 모습은 모두의 귀감이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단초는 미국 대사관에 근무하던 지인과의 대화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미국 최상위 로스쿨을 졸업한 후 많은 연봉을 뒤로 하고 힘들고 박봉인 외교 공무원이 돼 있었다. 왜 그렇게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 이상을 다수의 국민을 위해 공공봉사에 사용하는 삶이 얼마나 보람 있는 것이냐며 미소로 답했다. 바로 각자의 건강한 사회적 인식이 해답인 것이다.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1. 11. 4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11104010339371910020